[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람 #2]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미디어, ‘벤처비트’를 만나다 – 딜런 트위니 편집장 인터뷰
2014년 09월 02일

스타트업계 종사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틈틈이 하게 되는 비 정규 업무가 있다. 바로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한 해외 IT·스타트업 미디어의 기사를 읽는 것. 세상을 움직이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잭팟을 터뜨리는 스타트업들의 소식들이 모두 거기로부터 흘러나오기에 하루라도 거르면 뒤처지기 십상이다.

실리콘밸리 현지에 도착한 지 3일째 되던 날, IT 미디어 벤처비트(Venturebeat)를 방문해 딜런 트위니(Dylan Tweney) 편집장을 만났다. 한국에서 바라볼 때엔 정보의 원천일 테지만, 현지에서 만난 벤처비트는 냉혹한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스타트업이었다. 그들은 어떤 고민과 비전을 가지고, 이 경쟁의 도시에서 하루하루 살아나가고 있을까.

DSC_0630▲벤처비트의 딜런 트위니 편집장

1인 블로그, 매월 7천만 명이 보는 테크 미디어로 성장하다

"시작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딜(Deal)에 다루는 1인 블로그로부터였습니다. 그 뒤로 몇 년간은 벤처비트도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죠."

벤처비트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의 리포터 출신인 매트 마샬(Matt Marshall)에 의해 설립됐다. 처음부터 그가 창업의 의도를 가지고 벤처비트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아주 작은 블로그로 시작한 벤처비트는 2007년 3명, 2008년 6명으로 늘어나 현재 30명의 팀을 갖춘 온라인 미디어사로 성장했다. 12명이 뉴스팀, 나머지는 이벤트 기획·세일즈 마케팅·개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이트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광고 수입으로 매출을 낼 수 있었지만, 업계에는 이미 쟁쟁한 경쟁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죠. 타임워너의 자회사인 AOL(America On Line)로부터 인수된 테크크런치(TechCrunch)나,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기가옴(Gigaom)까지 정말 만만치 않았죠."

이러한 레드 오션에도 불구하고, 벤처비트는 작은 엔젤 투자자로부터의 자금을 통해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리며 규모를 늘려왔다. 현재 한 달 평균 트래픽은 7천만에 이른다. 지난 7월에는 일본의 KDDI로부터 260만 달러(한화 약 26억 3 천만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자금 확보의 탄력을 받아 이들은 올해 총 6개의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했다.

딜런 트위니가 말하는 벤처비트만의 경쟁력은 정확한 사실만을 군더더기 없이 보도한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테크크런치의 경우, 에디터의 강한 주관이 담겨있는 사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기사를 작성할 때 드라마적 요소를 가급적 섞지 않아요. 주관을 최대한 절제하고 실제 사실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려고 노력하죠. 벤처비트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념하거나, 기업가 혹은 투자자 개인을 홍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기술이 세상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컨퍼런스와 데이터 검색 플랫폼으로의 도약

벤처비트가 올해 여는 6개의 컨퍼런스는 각각 최신 IT 트렌드와 관련된 주제로 기획됐다. 마케팅, 게임 산업, 헬스 산업, 데이터 분석, 모바일 산업이 세분된 카테고리다. 가장 가까운 것은 9월 15, 16 양일간 개최되는 게임스비트(GamesBea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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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광고 이외의 추가적 수입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각 산업 분야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리포트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주요 독자층은 기업의 IT 매니저들이다. 가격은 99달러에서 1,999달러까지 다양하다.

"현재 벤처비트는 테크 스타트업을 다루는 미디어이고, 이 분야에서 좋은 명성도 가지고 있지만 향후에는 글로벌 컨퍼런스와 리서치 비즈니스 분야에서 더욱 강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현재 만들고 큐레이션하는 데이터들이 벤처비트의 주요 사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미디어의 미래? 누구도 정답을 모른다

테크 미디어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딜런 트위니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바라보는 미디어의 전망은 어두웠다. 그는 굉장히 '음울(gloomy)'하다는 단어로 말문을 열었다.

"사실 저널리즘의 미래 자체가 회의적입니다. 1850년대 이후로 신문의 광고 수입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요. 어떤 미디어도 어느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뉴미디어의 흐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또 모바일로 계속 이동하고 있고 광고는 더 이상 미디어의 미래가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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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이상 그 누구도 글을 읽으려 하지 않는 이 시대에, 그는 오히려 잘 쓰인 양질의 기사가 필요로 되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이 오면 신뢰할 수 있고 잘 리서치된 정보가 담겨있는 콘텐츠가 미디어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은 수 많은 블로거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쓸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들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지 못하죠. 신뢰성 있는 정보에 대한 시장 수요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막 죽순처럼 돋아나 생태계를 갖추기 시작한 뉴 미디어들은 어떻게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

"사람들이 뉴욕타임스를 신뢰하는 이유는, 뉴스 사이트가 화려하거나 정부로부터의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예요. 특별히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있기 때문도 아니고요. 그들은 100년이 넘는 기간동안 언제나 정확한 사실을 보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왔죠. 이 긴 출판의 전통이 그들에게 신뢰성을 부여합니다. 결국은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죠."

진실을 사이에 둔 독자와의 긴 대화. 옳은 것을 전달하기 위한 반복된 시도. 모든 미디어는 결국 같은 지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벤처비트와 비석세스가 시간과 변화, 불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지탱하는 각각의 기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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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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