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VC들과의 미팅 후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창업팀은 정말 맘에 들지만, 아직은 저희가 투자하기에는 이른 단계인 거 같습니다.”
“매우 큰 잠재력이 있지만, 불경기라 저희 회사는 현재 대부분의 투자를 중단한 상황입니다.”
“저희는 주로 벤처가 조금 더 성장하고,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 단계에서 투자합니다.”
“상당히 흥미롭지만, 우리 회사는 외국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현재 펀드가 거의 소진돼서, 다음 펀드를 완료하고 다시 고려하겠습니다.”
“투자는 하고 싶지만, 지금 저희가 관리하는 벤처가 워낙 많아서⋯⋯.”
“이 제품이 정말로 시장에서 팔릴 거라는 충분한 데이터가 생기면 그때 다시 한번 고려하겠습니다.”
“당신의 팀과 제품은 정말 좋은데, 우리가 주로 투자하는 분야인 IT 서비스가 아니라서 어렵겠습니다.”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이들이 당신에게 말하는건 “관심없습니다” 이다. 괜한 기대를 하고, 계속 자료를 만들고, 계속 전화하고 찾아다니지 마라. 그 시간에 제품이나 개선하라.
그런데 왜 VC들은 그냥 창업자에게 직설적으로 ‘NO’라고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방금 만난 이 ‘오덕후’ 청년이 지금은 볼품없지만,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혹시라도 되면 큰일이니까 투자자는 항상 창업자와의 끈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VC는 당장 투자는 안 해도 보험 차원에서 이런식으로 ‘어장관리’를 한다. (아, 물론 그렇지 않은 VC들도 있고 단도직입적으로 NO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이런 VC들의 줄듯 말 듯한 표현에 여러 번 혹했다. 불경기 핑계를 대는 VC가 경기가 나아지면 정말 투자하리라 믿었다. 그래서 비즈니스 진행 사항이 있으면 알려달라던 VC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답변이 늦거나, 결국 연락이 끊겼다. 우리 비즈니스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는 스타트업 바이블 1편의 내용과는 상반된다고 볼 수도 있다. 나는 투자유치는 연애라서 계속 밀고 당기기를 해야지, 한 번 거절했다고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고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상황이 좋아지면 재검토 여지는 있다고 했다. 이는 아직도 유효하다. 단, ‘상황이 좋아지면’이다. 같은 투자자를 다시 찾을 때는 눈에 띄는 매출 증가나 높아진 사용자 수치를 들고 가야 한다. 상황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해법은 제품 자체다. 첫 미팅에서 안 차였다고 해도, 똑같은 상태의 제품과 비즈니스를 들고 같은 투자자를 찾아가는 것은 결국 투자자를 귀찮게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한 번 거절로 너무 낙심 말라. 탁월한 제품을 찾는 투자금은 아직 실리콘 밸리에는 넘쳐난다. 대신 소수 벤처에 돈이 몰려 있다. 훌륭한 제품을 들고 소수의 벤처 대열에 끼면 된다.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13 – VC는 NO라고 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