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불법의 비즈니스 그리고 불법의 경제학
대마는 불법과 관련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국내에서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의해 대마와 관련하여 허가받지 아니한 일체의 행위가 금지되어 있고, 미국 내에서도 여전히 상당수 주가 비의료용 대마를 금지하고 있다. 어떤 비즈니스가 불법이 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순수히 경제학적으로만 본다면, 불법화된 산업에 참여하는 소비자나 사업자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가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희소성의 원칙에 의해 상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대마를 중독성이 훨씬 강한 코카인∙헤로인과 같은 다른 마약과 구분하여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LA에 있는 의료용 대마 관련 스타트업 '카인드(Kind)'와 파트너십을 맺고 의료용 대마초 유통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의료용 대마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합법화 이후 신속하게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 암묵적으로 깔렸다. 대마의 합법화가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에 대한 논쟁은 여기서는 차치하기로 하고, 스타트업계에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분석해보려고 한다.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대마는 그 자체가 시장이기도 하지만, 가공단계에 따라서는 고가의 의약품 또는 농업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가의 시장에서 실험적인 아이템이나 기술,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고 시장에 안착하는 경우 점진적으로 일반 농업∙의약품 분야에 확산할 가능성 역시 크기 때문이다. 테슬라(Tesla)가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면서 대당 1억 원이 넘는 로드스터(Roadster) 모델로부터 시작하여 최근에는 약 4천만 원 수준의 모델 3을 개발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LED를 활용한 가정용 재배시설, 리프(LEAF)
잠깐 LED 조명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조명시장은 LED로 급속하게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열전구의 생산∙판매가 지역별로 금지(EU는 2009년, 미국∙일본은 2012년, 우리나라는 2014년)되고 있고, 정부주도의 LED 조명 교체는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0년 글로벌 시장은 70조 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ED 조명시장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연관시장이 파생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LED 조명을 활용한 식물재배다. 하지만 여전히 LED 조명을 활용한 재배시설은 상당히 큰 비용이 들고, 마트에서 사는 것에 비해 경제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장가격이 높은 대마라면 어떨까? 경제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초기시장이 형성된다면, 점차 재배시설의 가격이 하락하고 가격의 하락에 따라 다양한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냉장고 모양으로 생긴 가정용 재배시설인 '리프(LEAF)'는 그런 측면에서 상용화 여부가 기대되는 제품이다.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툴을 제공한다, 베이커(Baker)와 리프링크(leaflink)
대마 시장은 상당히 세분된 제품으로 구분되어 있고, 여기에 제도적인 이슈 등으로 인해 고객은 제대로 된 제품의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 또한, 고객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 인색하지만, 프로모션에 당연히 관심이 많다. 이런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플랫폼이 있을까?
'베이커(Baker)'는 예약구매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고객관리 전반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이야기하는 고객관리는 단순히 마케팅적인 의미가 아니다. 이들은 각종 제품정보, 각 지역에 존재하는 오프라인 판매자정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정보를 모두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 처리하는 비즈니스를 제안하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거대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커'의 서비스는 태블릿을 활용한 오프라인 고객 접점 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결제 단말(POS, point of sales)데이터를 분석하는 툴을 제공하고, 지역별 마켓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고, 세분된 고객군에 기반을 두어 맞춤형 프로모션 문자∙이메일을 발송할 수 있도록 해준다. 프로모션 정보는 매장에 비치된 태블릿에서도 확인하여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리프링크(leaflink)'는 리테일 분야에 집중한 '베이커'와와 달리 벤더(Vendor)와 리테일러(Retailer) 간의 거래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벤더에게는 재고관리나 발주관리, 배송관리 등의 관리 툴을 지원하고, 리테일러에게는 벤더를 찾고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의료용 제품을 매장으로부터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이즈(eaze)
우리나라에서 딜리버리 서비스는 주로 음식 배달 분야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에서도 옐프(yelp), 도어대시(doordash) 등의 음식 배달(픽업 포함) 서비스가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와 달리 각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소매업자들 역시 최근에는 실시간 배송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각 지역에 대형 매장을 가진 홀푸드(Wholefoods)와 같은 마켓의 경우에는 딜리버리 스타트업인 인스타카트(Instacart)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1시간 이내에 원하는 제품을 배달해준다. 이들 스타트업은 드라이버를 모집하고 각 드라이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즈(eaze)'는 대마 분야의 인스타카트(Instacart)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드라이버를 모집하고 실시간으로 배송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유사하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개성을 가지기 힘든 분야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이즈'의 CEO인 키스 맥카티(Keith McCarty) 역시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시점에 '이즈'를 설립한 것은 행운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의료용 대마 종합 미디어, 메리제인(merryjane)
미국 내 대마 시장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에 따라, 의료용 대마를 중심으로 관련된 소식을 종합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메리제인(merryjane)'이 대표적인 사례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와 같은 규모나 체계를 갖춘 미디어는 아니지만, 관련된 뉴스를 전달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등 시장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마와 관련된 자세한 설명과 함께 판매점에 대한 안내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