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제2회 핀테크 미니컨퍼런스에서는 국내 및 세계 핀테크 산업의 현황에 대한 소개와 국내 대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그중 모바일 송금 서비스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겪었던 지난 1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토스는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없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번거롭고 불편한 결제·송금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계좌를 이체할 때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여러번 입력해야 할 뿐 아니라 액티브엑스 설치 등의 절차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토스는 비밀번호 5자리 또는 아이폰의 경우 터치아이디(지문)로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문자를 보내 돈을 받는 사람이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단 몇 초 만에 송금을 할 수 있다. 토스는 점심 비용을 나눠야 할 때 온라인 쇼핑몰에서 액티브엑스 없이 무통장 입금을 하고 싶을 때 등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사업을 구상할 당시 이승건 대표가 진행 했던 자료 조사에 의하면, 지금의 토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자격 조건이 10억 원 정도의 보유한 기업이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10억 원이면 큰돈이라 투자를 받아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국내 투자사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위법이었다.
또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려 은행들과 협력하려 해도 송금 서비스의 파괴적인 성격 때문에 다들 협력을 주저했다. 그때 실리콘밸리의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는 실제 서비스는 없고 가능성만 있었던 모델에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를 투자했다.
자금을 확보한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사업을 진행해도 된다는 공문을 받아 2015년 1월 전자지급결제 대행업 (PG:Payment Gateway)을 할 수 있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게 되었다.
그때 국내에서도 창조경제 기조와 맞물려 핀테크와 관련한 붐이 일었고 정부에서도 각종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의 금융 및 보험업 등의 업종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었다.
즉 벤처캐피털의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법이 신설된 것이다. 그 후 7월 21일 비바리퍼블리카는 KTB네트워크, 알토스벤처스, IBK기업은행에서 총 5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토스는 현재 14개의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송금 서비스 중 온라인 쇼핑 등에서 사용되는 무통장 입금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토스를 시작으로 간편 송금 서비스가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토스는 경쟁사 대비 4~6배 정도 높은 트래픽을 유지하고 있으며 하루에 7천 다운로드가 발생한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아직 제휴 은행의 수도 적고 국내 사용자가 대부분 사용하는 주요 은행들과 협력하고 있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앞으로도 사용자가 다양한 은행의 계좌로 토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형 은행들과 협력할 예정이다.
이승건 대표의 핀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은 아래와 같다.
1. 금융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주로 협력하게 될 플레이어들이 누군지 파악해라
핀테크 스타트업에 적용되는 규제는 일반 IT 스타트업에 대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이를 위해 은행, 정부 금융 당국, 카드사, 통신사, 제조사, 언론사 등 협력해야 할 대상을 파악하고 그들의 언어와 시간으로 소통해야 한다. 비즈니스 주체가 워낙 많다 보니 움직이는 동기부여도 각자 다 다르고 업무의 진행이 더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순조롭다. 이때 언론은 업무 진행의 속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IT와 금융을 겸비한 인력이 필요하다
사업을 하려면 좋은 팀원이 있어야 하는데, 핀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부족하다. 금융권의 사람이 IT를 공부하든가 IT 업계 사람이 금융을 배운다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가 정신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며 금융을 혁신하고 싶다는 모티브를 가진 멤버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미국은 핀테크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이익을 만드는 사례가 많다며, 간편 결제 기기 스퀘어는 웰스파고 은행과, P2P 대출 서비스 랜딩클럽은 웹뱅크와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한국 은행들도 그런 관점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바라봐야 할 때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