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시즌이 시작된다. 벌써 취업 사이트에는 자소서(자기소개서)를 공유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면접을 볼 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질문하는 글로 가득하다.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선 많은 관문이 있다. 그 단계 중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 포털사이트에서 취준생(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75%가 ‘첫인상’이라고 답하였다. 또한, 면접관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도 ‘첫인상’이 면접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래서 취준생들은 면접관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또한 취준생들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의상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기업에서 주로 요구하는 모습은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이기 때문에 취업시즌에 백화점에선 정장 스타일의 옷이 가장 많이 팔려나간다. 하지만 정장은 남녀를 불문하고 상품군 중에 단가가 높은 측에 속한다. 즉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정장을 사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열린 옷장’이 바로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 이다.
'열린 옷장', 청년 구직자를 돕다.
‘열린 옷장’은 비영리단체이고 희망제작소에서 함께 ‘소셜디자이너 스쿨’(SDS)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직장인 세 명, 박금례, 김소령씨가 만든 서비스이다. 여기에 한민일씨가 합류하였다.
이들은 처음에 ‘그냥 모든 이들이 서로의 옷을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유경제의 개념이 아직 자리잡히지 않은 상황. 그래서 공유의 범위를 줄이다 옷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해냈다. 바로 청년 구직자이다. 우리나라 청년 구직자들은 자신의 수입(용돈포함) 중 상당한 부분을 학비, 주거에 고정적으로 지출하고 있기에 면접시즌이 되면 옷을 구입하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원하는 옷을 어디에서 제공받을지 고민하다가 구직자가 합격 후에도 계속 입을 거라 믿던 면접용 정장이 취업 후, 옷장에 고이 모셔져 있는 경우가 있음을 떠올렸다. 이를 통해 옷장에 잠자고 있던 면접용 정장을 받아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옷을 빌려주는 서비스(열린 옷장)가 탄생하였다.
‘열린 옷장’에 자신의 정장을 기부하거나 면접용 정장을 대여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먼저 자신의 정장을 기부하고 싶은 경우에는 홈페이지에 접속 하여 정장기증코너에 간단한 양식을 작성한다. 그러면 박스가 자신의 집에 도착한다. 거기에 자신의 정장을 넣고 옷에 대한 사연이나 청년 구직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함께 적어 보내면 된다.
그다음 정장을 대여하고 싶은 경우에는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자신이 대여하고 싶은 아이템을 고른 후 대여료를 입금하면 자신의 주소로 옷이 배달된다. 그리고 옷의 대여기간 3박 4일 안에 옷을 입은 후기의 메시지와 함께 옷을 다시 ‘열린 옷장’의 주소로 보내면 된다.
기존의 정장을 대여하는 브랜드에서는 정장 한 벌에 5만원 이상 내고 빌려야했지만 ‘열린 옷장’에서는 청년 구직자를 돕기위한 서비스인 만큼 1만 8천원 정도로 택배비와 세탁비가 포함된 정도만 받는다.
'열린 옷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다.
현재 열린 옷장은 옷을 기증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 임동준 탐스 슈즈 이사 그리고 몇몇 연예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의 정장을 실제로 기부하였다고 한다. 기증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여성의류 발렌시아에서 이 서비스의 의도를 보고 흔쾌히 정장을 기증하였고 갤러리아 백화점에선 3년 이내 정장을 가져오면 상품권으로 교환해주는 행사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또 여러단체의 후원도 받고 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PMC 프러덕션, 재단법인 동천, 법무법인 (유한)태평양, 뮤지컬 리걸리블론드, 바비 브라운 그리고 발렌시아 등이 그 후원단체이다. 특히 여성화장품 브랜드 바비브라운은 열린 옷장과 함께 면접 메이크업 레슨 교육 비디오를 출시하기도 하였다. (바비브라운과 열린 옷장이 함께 만든 메이크업 레슨 교육 비디오 링크 : http://vimeo.com/62002010#at=0)
'열린 옷장', 사람들 사이에 따뜻한 소통을 꽃피우다.
‘열린 옷장’은 옷을 받고 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열린 옷장’을 통해 기부자와 대여자 간의 따뜻한 소통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에 다니는 한 기부자는 자신이 입사가 결정되었을 때 선물로 받은 정장을 기부하여 예쁘게 리폼되어 후배들에게 자신이 15년 동안 회사에서 다니고 있는 기운이 전달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다른 사례로는 결혼을 일찍 하게 된 신랑이 번듯한 정장이 없어 고민하던 끝에 '열린 옷장'을 통해 스튜디오에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고 하는 메시지를 기부자에게 전한 사례가 있다. 이들의 메시지는 모두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이 기증자와 대여자 간의 아름다운 소통을 만들어나가는 모습, 앞으로 ‘열린 옷장’의 취지와 가치가 지속적으로 널리 알려져 ‘열린 옷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따뜻한 소통의 문화가 더욱 발전해 나가는 것도 기대해 본다.
현재 '열린 옷장'은 서울특별시 비영리민간단체 제 1508호, 서울특별시 공유단체 지정 제 26호로 등록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