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를 낳은 구글의 8대 혁신 원칙
2016년 03월 21일
구글의 시가 총액이 지난 한 주간 58조 원 넘게 늘었다. 물론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덕분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각), 구글 모회사 알파벳 A형 주가는 8일 종가 기준 713.53달러에서 750.57달러로 5.18% 상승하며, A형 주식 시가총액은 576억7,000만 달러(약 604조 원)로 집계됐다. 첫 대국이 열리기 전날 8일 시총은 4,832억 달러였다. 5판 대국 만에 244억7,000만 달러(약 29조1,000억 원)가 불었다. 다른 상장 주식인 C형 가격도 같은 기간 4.95% 올랐다. 시총 244억7,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두 상장주를 합치면 구글의 시가총액은 일주일 만에 58조 원가량 불어난 셈이다.

구글이 대국 마련을 위해 쓴 돈은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5판 대국 결과, 알파고가 4대 1로 승리하면서 상금 100만 달러를 회수했고, 58조 원이나 늘어난 시가총액까지, 알파고라는 실험은 이제 명확한 동력을 얻고, 진화해 나아갈 터전을 마련한 모양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진두지휘 아래, 알파고와 같은 레벨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실험들(자동 온도 조절장치, 열기구를 통한 인터넷 연결, 자율 주행 자동차, 암 치료, 로봇 개발 등등)의 라인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구글의 혁신은 그 경제적인 파급력을 넘어 인류의 진화와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처럼 구글이 펼쳐내는 혁신에는 어떤 원칙과 기준들이 존재할까? 구글의 광고 부문 수석 부사장 수전 워치츠키(Susan Wojcicki)는 '8대 혁신의 원칙(The Eight Pillars of Innovation)'이라는 글을 통해 이를 상세히 밝힌 바 있다. 오늘은 수전 워치스키가 발표한 사항들을 살펴보며 스타트업의 혁신 전략에 용해해 나아갈 부분을 찾아보도록 하자. *원문 출처: Think With Google

1. 유의미한 미션을 품어라(Have a mission that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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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는 것은 당신이 아끼고 관심 가지는 것일 때 그 이상이 된다. 구글은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고, 접근 가능하게 하며, 이의 효용성을 높인다'라는 간단한 미션에 기반을 두어 모든 의사 결정을 진행한다. 우리는 기술로서 기존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 영역을 발견할 때 일을 시작한다. 지메일(Gmail)은 기존의 웹 메일 서비스에 검색 및 저장 공간 등 새로운 기능을 더하기 위해 탄생한 제품이다. 우리에게 미션이란 전 세계 다양한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능성을 품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전 직원들을 하나로 엮어내고 다른 구성원이 이를 성취해 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2.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하라(Think big but start s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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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전과 꿈이 아무리 원대하더라도, 시작은 바로 여기부터다. 실제로 오프라인의 수많은 책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프로젝트 '구글 북스(Google Books)'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비전이었다. 당시 주위 사람들은 시도하는 것조차 무모해 보인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래리는 사무실에 스캐너 한 대를 들여놓은 것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래리는 매트로늄과 함께 책을 스캐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고, 그는 계산 결과를 토대로 구글 북스가 가능한 프로젝트임을 알아냈다. 현재 구글 북스의 인덱스에서 검색 가능한 책은 약 1,000만 권이다. '애드센스(AdSense)' 또한 구글의 한 엔지니어가 지메일 서비스에 광고를 올리는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더 나은 기술과 리소스가 더해져 오늘날 전 세계 인터넷 인구의 80%에게 도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3. 잠시의 완벽함보다는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노력하라(Strive for continual innovation, not instant perf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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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시행착오와 지속적인 혁신이다. 우리는 여전히 최상의 검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구글을 혁신 중이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혁신을 지속하는 것인데, 특히 잘못된 방향으로 너무 멀리 가기 이전에 빨리 혁신의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구글은 검색 엔진 시장의 퍼스트 무버는 아니었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배우고 혁신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굳힐 수 있었다.

4. 어디서든 아이디어를 찾으라(Look for ideas an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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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구글 광고 제품의 리더로서 어디에든 귀를 기울인다. 직원들뿐 아니라 광고주, 파트너들, 심지어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구글러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제로 구글에서 잉태된 훌륭한 제품의 시작은 구글러들이 모여 그들이 신나고 재미있어 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글 본사에 곳곳에 간식들이 놓여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하다.

5. 모든 것을 공유하라(Share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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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직원들은 회사내의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넘어 모든 사항에 대해 알고 있다. 우리는 주요한 의사결정 및 커뮤니케이션을 2만6,000여 명의 직원과 분기별로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처럼 모든 것을 공유하며 토론을 장려하고 기존의 아이디어들이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실제로도 예상치 못한 혁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열린 구조 내에서 작은 팀들 간의 협력의 형태로도 나타나는 데, '구글톡(google talk)'과 '구글번역(google translate)'팀은 자연스러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구글 톡내 번역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었다.

6. 상상력으로 불을 지피고 데이터로 기름을 부어라(Spark with imagination fuel with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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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과 같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하이테크 산업에서 사용자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내기 힘들다. 그것이 바로 구글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닌 사람을 채용하는 이유다. 실제로 구글의 세바스찬은 매년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무인 자동차(자율 주행)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실제로 이 무인 자동차는 샌프란시스코 주요 지역을 누비며 14만 마일을 주행 중이다. 이와 같은 직관은 때때로 다양한 통찰들을 만나 서로를 강화해 나간다. 실제로 구글의 '검색 결과 페이지'가 10개인 이유는 구글의 창업자가 막연히 그것을 최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구글은 20개, 30개 페이지 결과값에 대한 니즈를 실험했는데 뜻밖에 사용자들은 결과 페이지 10개를 더 선호했다. 이유는 ‘로딩 속도’ 때문인데, 이처럼 데이터는 당신의 직관에서 이어지는 통찰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던져 준다.

7. 플랫폼이 돼라(Be a plat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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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다시피 구글은 '열린 기술(Open Technology)'의 힘을 신봉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 얼스(Google Earth)' 서비스는 개발자들에게 기존 서비스 위에 그들만의 레이어를 씌울 수 있게 했는데, 한 개발자는 해수면의 실시간 변동 데이터를 애니매이션화한 레이어를 구글 얼스에 적용했다. 현재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OS로 활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기종은 310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약 20만 개의 앱이 구글의 독립 개발자들로부터 탄생했다.

8. 실패하기를 주저하지 말라(Never fail to 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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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라는 것을 통해 배울 점이 있는 한 실패는 더는 실패가 아니다. 실제로 구글은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쌓인 실패들은 구글이 새롭게 출시할 제품을 위한 자양분이 되었으며, 그와 같은 실패가 없었다면 오늘의 구글도 없었을 것이다. 구글의 직원들은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낼 아젠다는 다름 아닌 실패에 대한 불가피성을 모두에게 인지시키고, 'No'가 아닌 'Yes'를 지향하며 올바른 길을 향한 지속적인 시행착오와 반복된 혁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한종은 연쇄 창업자로, KBEAT의 공동창업자이자 CXO. 스타트업을 위한 초기투자 심사역 및 엑셀러레이터로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및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SKP,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멘토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런던 영화학교를 졸업했고, 2011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walterlee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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