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Detail의 중요성‘이라는 글에서 결국 고객이 제대로 사용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서비스의 핵심은 마지막 세세한 터치, 즉 ‘디테일’이라고 했다. 지난주 KOTRA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3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을 만났고 이들의 서비스를 배우고 볼 기회가 있었다. 아주 기발한 회사는 없었지만, 꽤 괜찮다고 생각한 회사는 몇 개가 있었다. 그렇지만 나한테 이 회사들에 투자하겠느냐고 물어본다면 심각하게 고민은 해 보겠지만, 아마도 하지 않을 거 같다.
‘마지막 10%’의 부재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괜찮은 서비스이고, 외국에서 잘 되는 서비스를 거의 비슷하게 카피했거나 아니면 조금 다르게 한국 상황에 맞게 고친 서비스들인데 역시 조금만 깊게 사용을 해보면 디테일이 상당히 약하다.
‘비주얼 관심 유발 -> 손으로 클릭 -> 서비스 사용 시도’까지는 무난하게 가지만 그 이후에 일어나야 하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서비스 깊게 사용 ->'구매, 회원등록 등(conversion)’까지 갈 수 있는 서비스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과 인력들은 머리도 좋고 손이 빠르다. 이들은 서비스의 완성도를 0% -> 90%까지는 상당히 빨리 올릴 수 있다. 아주 좋은 능력이다. 미국의 팀들은 같은 90% 완성도를 만드는데 거의 1.5배 – 2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원도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91% 완성도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시간도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 지속적인 제품 반복 (product iteration)을 해야 하는 높은 집중도와 작은 거에 대한 세세한 관찰이 필요한데 이상하게도 이 완성도 91% 이상에 있어서는 한국의 팀들이 약점을 보인다. 디테일이 부족한 제품은 절대로 90% 이상의 완성도를 갖출 수가 없는데 91% -> 100%의 성역에서는 미국의 팀들이 강한 실행력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을 압도하는 거 같다.
나는 얼마 전에 알게 된 건데 iOS 7의 시계 아이콘 자체가 실제 시계인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 거 같다 (아이콘의 시곗바늘이 실제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 클릭해서 시계를 실행시키면 몇 시인지 알 수 있지만, 아마도 이 한 번의 클릭을 없애면서 사용자의 불편함 제거 (뭐, 큰 불편함은 절대 아니다.), 배터리 보존 (이것도 그다지 큰 거는 아니다.) 그리고 눈의 즐거움 증대를 (이건 크다.) 하지 않았나 싶다. 바로 이런 게 세세한 디테일을 배려한 제품 관리가 아닌가 싶다
왜 이 마지막 10%가 중요한가? 고객들이 특정 서비스에 쓰는 돈의(유료 서비스라면) 90%를 바로 이 마지막 10%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떤 서비스는 이 마지막 10%의 디테일 때문에 매출의 100%가 발생한다. 디테일에 신경을 쓴 서비스가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이다. 90% 완성도를 갖춘 서비스는 껍데기는 화려할지도 모르고, 이에 유저들이 끌려서 서비스를 몇 번 사용해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려한 외관을 보고 몰려든 고객들이 돈을 쓰게 만들려면 이 마지막 10%가 제일 중요하다. 100% 완성도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지만, 93% 완성도의 서비스만 만들어도 아주 훌륭한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