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드 #20] 농업계의 구글을 꿈꾼다, 하드웨어 기반 농업 IoT 스타트업 ‘엔씽’
2015년 03월 19일

농업은 IT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요. 좋은 토지나 생산 설비는 IT에서 말하는 하드웨어와 같고 농작물을 잘 키울 수 있게 하는 재배법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씽은 이 중 농업 관련 서비스와 플랫폼, 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시장을 노리는 농업 스타트업입니다. 오늘 스무번째 테크인사이드에서는 농업계의 구글을 꿈꾸는 스타트업, 엔씽(n.thing)을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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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의 김혜연 CEO

엔씽의 주요 사업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엔씽은 하드웨어 기반 농업 IoT 스타트업으로 사람들이 식물을 쉽고 재밌게 재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가 서비스 중인 제품은 화분 타입의 하드웨어 제품 플랜티(Planty)와 식물 재배일지 앱 라이프(Life) 두 가지입니다.

먼저 플랜티는 IoT 화분입니다. 화분에 조도, 습도 등을 체크하는 센서가 들어가 있어 식물이 잘 자라는데 중요한 요소를 트래킹합니다. 화분은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 측정한 데이터를 다른 곳에 활용하거나 저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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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는 지난 6월 베타 버전이 출시됐습니다. 전문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배일지가 아주 중요한데요. 이 재배 일지를 쉽게 기록하고 볼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모바일 재배일지 앱입니다. 전통적인 방법인 노트에 기록하는 것보다 앱으로 기록할 경우 사진도 쉽게 저장할 수 있고 날씨, 일조량과 같은 정보들을 인터넷과 연결해 쉽게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 모바일 앱은 일일이 기록을 해야 하지만 장차 식물의 일조량, 습도 등을 재는 플랜티와 같은 스마트 센서와 연동해서 자동으로 데이터가 입력되는 서비스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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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요? 

저희의 기술이라 하면 하드웨어, 데이터, 농업 관련 기술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하드웨어에 있어서는 식물의 상태를 체크하는 센서가 핵심입니다. 어느 위치에서 센싱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센서를 쓰는지 등이 저희가 경험적으로 알게 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토양의 습도를 재기 위해 흙에 센서가 묻혀있어야 하거든요. 흙 속에 묻혀서 계속 물에 노출되다 보니 내구성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시중에 파는 센서를 구매해서 썼는데 테스트해보니 몇 달 못 가서 부식하고 정확도도 당연히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아예 보드 안에 회로를 프린팅했습니다. 센서 부분이 밖으로 노출되지 않아 그럴 일이 없습니다.

그 다음이 바로 데이터입니다. 이렇게 센싱해서 얻은 데이터와 라이프 앱에 사용자들이 직접 입력한 데이터를 처리해서 식물이 잘 자라는 패턴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식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더 많이, 더 잘 키울 수 있는 재배법을 알려주고 추천할 수 있겠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분야가 바로 농업 관련 기술입니다. 저는 농자재 사업을 하시는 삼촌을 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농업 관련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형 첨단 온실 설비를 짓는 일 등의 경험을 통해 농업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농업이나 식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지 사람들이 재미있게 잘 식물을 기를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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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국내외 최신 트렌드는 어떤가요?

우리나라는 그렇게 활발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취미로 가드닝(Gardening, 정원 가꾸기)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애정이 많아서 여기에 투자도 많이 하죠. 이런 문화를 가리켜서 애그리테이트먼트(Agritainment) 즉, 농경 엔터테이먼트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저희 라이프 앱의 사용자도 98%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점차 농업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농업이 점점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합니다. 종자와 관련된 특허 분쟁이 일어나고 재배법도 고유의 기술이 되어 재배 방식을 훔치는 일도 일어나곤 합니다.

또한 최근 농업과 테크의 만남이 두드러집니다. 과거 그냥 작물을 재배하는 데서 벗어나 가든 센서, 스마트 화분 등 IoT 기술을 적용한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소니, 파나소닉과 같은 IT 기업들이 반도체 설비를 응용해 식물 공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식물 공장이라 하면 도시에서 건물 안에서 온도, 습도 등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비해 우리나라는 조금 덜 두드러지긴 하지만 정부 주도로 SKT 등 통신 회사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실 자동화 설비 등 스마트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경쟁사가 있다면? 

사물인터넷 기반 가정용 화분으로는 클릭앤그로우(Click & Grow), 니와(Niwa) 등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클릭앤그로우를 보면 처음 세팅한 대로 자동으로 물을 공급해 줍니다. 이와 달리 저희는 물을 줘야 할 때 알람을 줘서 사용자가 직접 물을 줄 수 있게 합니다. 유저들이 식물을 기르며 느끼는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죠. 또 클릭앤그로우의 경우 화분의 식물을 처음 세팅한 데로 키우는데 저희는 인터넷에 연결해 데이터를 모아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잘 식물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모바일 재배일지 앱인 라이프의 경우에도 경쟁사들이 있는데요. 미국에서 지난 12월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팜로그(Farmlog)라는 스타트업과 국내의 케이파머스(K-Farmers)라는 곳이 저희와 비슷한 앱을 서비스 중입니다. 이 회사과 저희의 차이점이라 하면 저희는 큰 농장보다 가드닝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서 재배 방법을 쉽고 자세하게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향후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예정인가요? 

센서 타입의 제품, 플랜토(Planto)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 플랜티가 조금 알려지면서 농업 회사에서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가정에서 뿐만이 아니라 농장이나 화원에서도 이런 제품에 대한 니즈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작물의 종류나 크기의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센서 타입의 제품을 생각해냈습니다. 플랜티의 화분 안에 있던 센서와 통신 부분을 떼어내서 별도의 제품을 만든 것이죠. 화분 타입이 아니어서 기존에 키우던 화분이나 텃밭에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랜토는 현재 프로토타입이 나온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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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의 김준영 CSO

테크 스타트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기술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조언을 구할 곳이 많지 않습니다. 해결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문제인데 잘 몰라서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 경우 기존에는 하지 않았던 데이터 처리를 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적합한 툴이나 방법이 뭔지 알아야 그쪽에 집중해서 공부할 텐데, 그 적합한 게 무엇인지를 찾기조차 쉽지 않으니 계속 조사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멘토로 활동하시는 분이 많지만 그분들은 대게 마케팅, 경영, UI/UX 분의 전문가가 많더라고요. 기술적 어려움이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분은 막상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테크 스타트업에 많이 생기기 위해서 필요한 점이 있다면?

더 많은 테크 스타트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테크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서비스 스타트업이 많은 것은 서비스업의 특성상 투자도 크게 받고 많이 알려지다 보니 외부에 많이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소식을 접하게 된 젊은 친구들이 또 서비스 스타트업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고요. 하드웨어가 쉽지 않은 비즈니스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테크 스타트업해서 성공한 사람이 페라리 타고 다니면 따라 하려는 사람들이 늘지 않을까요? (웃음) 그래서 저희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렇게 테크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생기기 위해서 기술 인수합병이 좀 더 활발히 일어나는 사회적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서비스보다 하드웨어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더 힘듭니다. 서비스 스타트업의 경우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해서 선점할 수 있지만 하드웨어는 규모의 경제가 있으니 이게 힘들죠. 해외에서는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큰 회사들이 사잖아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퓨처플레이 한재선 CTO가 보는 엔씽은?

최근 IoT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은 일반적인 용도다 보니 꼭 필요한 제품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반면 엔씽의 IoT 화분과 센서는 농업이라는 특화된 영역에 집중하여, 농업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을 IoT 기술을 활용해 풀려고 시도합니다. 범용적인 기술일수록 버티컬 도메인과 접목될 때 보다 가치 있는 제품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농업은 미래 식량 경쟁을 대비해 반드시 고도화 해야 할 산업이지만, 지금껏 IT 기술과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엔씽이 농업에 특화된 IoT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유효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랜티는 화분 형태라 그 활용이 제한될 수 있겠지만, 플랜토가 제대로 출시된다면, 농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제품이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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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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