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다 보면 끼니 챙겨 먹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나가서 사 먹는 것도 지치고, 편의점 음식을 먹자니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다.
지난번 요리를 하겠다고 잔뜩 사놓았던 식재료들은 냉장고 안에서 썩고 있다.
테이스트샵은 이런 사람들에게 선택지 하나를 더 내놓았다.
"셰프의 레시피와 식재료를, 한 끼 식사 분량만큼 작게 배달해드립니다"
-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보면서, 한 번 만들어 본 메뉴는 나중에 재료를 사서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요리 학습 효과가 있더라.
의도했던 바다. 최근 방송을 통해서 요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리 학원 수강생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바쁜 직장 생활에 요리 배우기 어려운 분들이 계시다. 실제 우리가 보유한 메뉴들은 쉐프님들이 직접 쿠킹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인기 많았던 메뉴가 많다. 따라 하기 쉽고 맛도 좋은 대중적 요리들이다. 테이스트샵을 통해 요리를 배우는 사용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 셰프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있다. 일단 하나의 업장을 총괄하는 셰프여야 한다. 또 계속해서 메뉴를 개발하시는 셰프님들과 일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잡지사에 있는 에디터 분들을 통해 셰프의 요리에 대한 검증을 받는다. 요즘 셰프들 사이에도 급에 대한 논쟁이 생겼다. 민감한 부분인 만큼 조심스럽게 대중적이면서도 실력 있는 셰프님들을 섭외하고 있다.
- 깐깐한 셰프의 경우, 레시피 공개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다.
실제로 셰프님을 섭외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사업 초기에는 요리에 관심만 있었지, 쉐프님들에게 어떻게 레시피를 받아야 할 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우리 비전을 설명해 드리고 레시피를 얻어올 수밖에 없었다. 거절의 경험도 수차례다. 레시피를 받았어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쉽고 대중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데에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강레오 셰프 이외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는 대중적인 셰프가 없었다. 당시에는 자기 이름을 내걸고 한 메뉴를 출시하는 데 부담 있는 셰프님들이 훨씬 많았다.
- 최근 분위기는 좀 다른가.
다행히도 마이리틀텔레비전의 백종원 씨나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이 히트를 하면서 분위기를 탔다. 처음에 확신을 갖지 못했던 셰프님들도 우리 서비스를 통해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다는 여지가 생기자 만족스러워했다.
- 왜 갑자기 대중이 요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나.
결국, 방송은 일상 생활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대중에게 대리만족감을 준다. 오지 탐험을 하는 '정글의 법칙'이나, 결혼하기 어려운 시대에 등장한 '짝' 같은 프로가 그랬다. 삶이 바빠지면서, 이제 요리라는 행위와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 역시 일상의 영역에서 멀어졌다.
어학연수 시절에 가장 놀랐던 것은 1년 동안 4개의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어느 곳에서도 식사 시간에 핸드폰을 만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가족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에게 저녁 식사는 가족 관계의 지속을 위한 중요한 시스템이었다. 삶의 공유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이었다.
한국의 모습과는 다르다. 최근 삼시세끼 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함께 식사를 만들고 먹는 평범한 행위가 하나의 예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 요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족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줌으로써 최근 요리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 실제 방송 이후, 매출이 오르기도 했나.
매출 면에서는 확 올랐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서비스 런칭과 거의 동시에 이런 분위기들이 조성되면서 초기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 셰프로부터 레시피받아 한 개 메뉴를 출시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지금은 2주에 두 개씩 신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2주에 네 개씩 메뉴를 출시할 계획이다. 셰프님들의 레시피를 받으면, 팀이 직접 시식도 해보고 만들어보기도 한다. 조리 과정이 어렵다고 생각될 경우엔 셰프님께 요청해 좀 더 간단히 수정한다. 식재료를 조율하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 식재료는 셰프가 직접 고르는 건가.
셰프님께서 특정 업체나 농장을 지정해주시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그 주문을 따르는 편이다.
- 2인분 혹은 4인 분량에 맞추어 재료도 소량 포장하고 있다. 포장 과정은 어떻게 되나.
성남 공장 단지에 자체 물류 창고를 따로 가지고 있다. 우리는 식품 공장이라고 부른다. 물류 쪽을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있고, 물량이 폭주할 때에는 사무실 팀원이 함께 움직인다. 배송은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나가고 있다.
- 안 그래도 주문하는데, 좀 더 일찍 받거나 내가 원하는 날짜에 받을 수는 없는 건가 생각했다. 좀 더 자주 배송할 계획이 있나.
최대한 빠르게 배달하고자 노력은 하지만, 식품을 다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선도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식재료는 농장에서 직배송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미리 발주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근처 슈퍼에서 아무 식재료나 사서 포장을 하면, 매일매일 배송을 보낼 수도 있지만 현지에서 직접 오는 경우가 있어서 화요일, 금요일에만 배송을 보내고 있다.
- 나는 자취를 하기 때문에 2인분을 요리하면 좀 많다. 1인 메뉴를 출시할 계획은 없나.
사실 1인용 요리 패키지를 서비스하는 기업은 국내에도 많이 있다. 아직 우리는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식재료를 1인분 단위로 쪼개서 포장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우리는 1인 시장보다는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 싱글 고객보다 주부 고객이 많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재미있는 건 우리 고객층이 강남 지역에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소득 수준과 관련이 없진 않다. 주로 아이를 두신 강남 주부분들이 구매를 하신다. 확실히 싱글보다는 신혼 부부가, 신혼 부부보다는 아이가 있는 가정이 요리를 더 많이 한다. 앞으로도 2인분, 4인분 단위로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 주 타깃인 주부 고객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주부에게 요리는 즐거움이자 스트레스다. 식단을 짜고, 장을 보러 외출하고, 남은 재료를 정리하는 이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딱 떨어지지 않으면 요리는 과제가 된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우리 사업의 목적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얼마 전부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2달 간 매주 구독을 하면 134,600원, 격주로 구독을 하면 67,300원이다. 식단 제시부터 재료 포장까지 고민의 과정을 단축시켜준다.
- 개인적으로는 종이로 된 요리 설명서보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조리 과정을 알려줬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면을 끓여야 하는 시간도 앱이 알람으로 알려준다든지.
당연히 앱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획은 끝났는데 개발자분을 못 찾았다. 앱을 통해 미래형 주방을 만들었으면 한다. 요리에 대한 부담과 장벽을 허물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부를 주 고객층으로 하는 앱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협업할 의향도 있다.
- 벤치마킹하고 있는 해외 기업은 어딘가.
역시 가장 유명한 블루에이프런이다. 최근에 큰 규모의 투자도 받았다. 플레이티드도 유사한 서비스다. 처음엔 해외에 이런 스타트업이 있다는 걸 모르고 시작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 중에 알게 됐고, 모두 잘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장성이 확실히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테이트스샵만의 차별점은 우리만 유일하게 쉐프나 요리 연구가분들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 서비스들은 레시피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에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 자체 레시피를 만들어 1인 가구에 특화된 메뉴를 판매하는 서비스는 많이 있다. 한식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푸드마스가 인지도가 있다.
- 창업 이전에는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었나.
드라마 PD가 꿈이었다. 언론 고시를 준비했지만,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는 광고 회사에 취직했다. 여기서 기획 일을 맡았다. 그런데 여전히 목마름이 있었다. 드라마의 경우에는 짧으면 몇 달, 길면 한 분기 동안 대중들에게 자신이 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고 회사에서이 기획은 단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내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간이 굉장히 짧은 것이다. 결국 이 소통의 욕구와 열정으로 개인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팀원은 어디서 만났나.
프라이머 디데이 때 만난 멤버들이다. 당시 테이트스샵 말고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 기획서를 발표했는데, 현재 운영 이사가 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다. 나는 기획만 가지고 있었지만, 운영 이사의 경우 고려대- 연세대 연합창업동아리 인사이더스 회장을 맡으며 스타트업 업계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분이었다. 나의 기획과 운영 이사의 인맥, 재능을 함께 만들어서 팀을 만들었다.
- 멘토링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이었나.
"너희 팀원 모두가 주부가 되어야 한다"
류중희 대표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우리가 처음 테이스트샵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설명해 드리자 이건 본인이 써야 하는 서비스라고 하면서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겉은 2, 30대 청년이지만 마음속 깊이 주부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실제 주부에게 감정 이입하기 위해 전화를 하기도 하고, 한 달에 몇 번 단골 구매 고객과 까페에서 미팅을 갖기도 한다.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것도 좋지만, 최근 그 단골 고객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듣는다.
- 드라마 PD를 준비했던 과정이, 주부에게 감정 이입하는 면에서도 도움이 됐나.
맞다. 드라마 작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사 한 줄만 봐도 어떤 캐릭터가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페르소나가 확실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할 때도 고객의 페르소나를 정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늘 가설이 있어야 한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과정에서 정말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 테이스트샵이 없으면, 주부들에게는 어떤 괴로움이 생기나.
네비게이션은 이제 신형 자동차의 필수 장착 아이템이 됐다. 사람들은 네비게이션을 보며 길을 찾아가는 데 익숙해졌다. 테이스트샵은 주부에게 요리를 위한 네비게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바빠서 무슨 메뉴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 지 모를 때 맛잇는 요리라는 목적지로 테이스트샵이 데려다줄 수 있다. 테이스트샵이 없으면, 주부들은 여전히 낡은 지도를 꺼내 맛있는 식사를 위해 여기저기 길을 헤매야 할 것이다.
- 향후 2년간의 계획은 무엇인가.
주부들이 요리하려고 나설 때 테이스트샵에 갈까 이마트에 갈까 두 가지 고민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를 위해 더 편리한 요리 전용 앱을 만들고, 식단이나 칼로리 관리,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살림살이에 꼭 필요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절하게 개발자를 기다리고 있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개발자분이라면 더욱 환영이다. 현재 아시아 권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아시아의 주부들을 위한 요리 서비스가 될 것이다. 로켓에 함께 올라탈 개발자 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