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난다 마치 이런 세상에 실망한 듯이 –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그래비티>의 두 주인공을 보고 언젠가 들었던 이 하이쿠가 생각났습니다. 푸른 행성의 경이로운 절경 위를 유영하며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던 우주비행사 매트(조지 클루니)는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에게 보란 듯이 묻습니다. “우주에 나와보니까 좋은 점이 뭡니까?” 스톤 박사는 발아래 펼쳐진 장관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답합니다. “적막(The silence)이요.” 그 모습이 마치 저 시 속의 실망한 나비 같아 보였습니다. 하이쿠의 매력은 간결함에 있죠. 한 줄의 은유가 읽는 사람을 여백 속에 스며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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