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따라 저가 의류를 빠르게 생산해 공급하고 이를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이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IT 업계에서는 고급형 IT 제품을 오래 사용했던 이전과 달리 저가형 제품을 구매하고 빠르게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해 사용하는 '패스트 IT'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IT제품 소비 트랜드 변화
요즘 IT 산업군에서 소비자 트랜드를 살펴보면 고가의 제품을 사서 오래 쓰는 전통적 사용자 이외에 저가형 제품을 사서 단기간 사용하다가 또 다른 저가형 신제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용자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제품군이 태블릿이다. 최근 태블릿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형 제품의 구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저가형 태블릿의 경우 저가형이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데 충분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고가형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다. 그런데 이런 중국산 저가형 태블릿 제품들은 무상 보증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A/S가 어렵거나 구매 비용 대비 A/S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 많아, 소비자들이 보증 기간 이후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사용하던 제품을 버리고 새로운 저가형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형태를 보였다.
■ 중국산 주도 저가형 태블릿 제품 선전
실제로 에누리 가격비교 판매량 기준 태블릿 제품 가격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팅크웨어, 추위(CHUWI), 태클라스트 등 중국 제조사가 주도하고 있는 30만 원 미만의 태블릿 제품군 점유율이 올해 1월 24.7%에서 11월 47%까지 증가하면서 현재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그 뒤로 중가형(30만 원 이상~60만 원 미만) 제품군이 선전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지속해서 내림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에누리 가격비교 정선미 태블릿 담당은 “중국산 저가형 태블릿은 가격이 저렴해 고장이나 분실에 대한 부담이 적은 데다가 성능과 디자인도 준수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 태블릿 제조사별 시장 전략 차별화
중국산 저가형 제품이 잠식하고 있는 태블릿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국내외 제조사들은 서로 다른 시장공략법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아이패드 프로와 서피스 프로 4 등의 고가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태블릿 시장의 프리미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삼성과 LG는 30~40만 원대의 제품을 주력 시장으로 공략하면서 삼성은 고가형의 갤럭시 탭 S2 시리즈를, LG는 G 패드 저가형 제품으로 각기 다른 투 트랙 전략 구사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6년 태블릿 시장은 미국 제조사(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프리미엄 제품군, 한국 제조사(삼성, LG 등)의 중가형 제품군, 중국 제조사의 저가형 제품군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태블릿뿐만이 아니다. 최근 다양한 중국산 저가형 IT 제품들이 시장에 선보이면서 ‘패스트 IT’ 현상을 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누리 가격비교 관계자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드론, 스마트모빌리티 등 여러 영역에서 저가형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이제 국내외 제조사들은 중국산 저가형 IT 제품에 대응하는 시장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