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의 천국, 실리콘 밸리. 실리콘 밸리의 지역경제도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한편에서는 ‘스타트업 버블’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흔히 지역 경제를 이야기할 때 많이 거론되는 지표인 ‘일자리’와 ‘연봉’으로 실리콘 밸리의 지역경제를 샅샅이 파헤쳐 보자.
청년 실업문제, 실리콘밸리에선 남의 얘기
실리콘밸리 일자리는 지난 2014년 4.1% 증가하며 5만 8천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 총 1백48만 개의 일자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리콘밸리의 일자리 수는 지난 2010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고 증가 폭이다. 또한 이 증가율은 캘리포니아(2.5%), 미국 전역(1.8%)보다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자리가 증가가 두드러지게 일어난 분야로는 전년 대비 1만여 개의 일자리가 생긴 헬스케어 및 소셜 서비스 분야와 1만5천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교육 분야, 1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컴퓨터 하드웨어 디자인 및 제조 분야 등이 있다.
또한, 경제활동을 기준으로 사회 인프라 구축, 혁신 및 정보 사업분야, 비즈니스 서비스, 그 외의 제조분야로 나누어 일자리 증가를 분석해본 결과 제조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의 제조분야에서만 지난해 대비 1.1% 감소한 일자리가 생겨났다.
실리콘 밸리의 실업률도 꾸준히 감소 중이다. 지난 2010년, 11%에 육박하던 실업률은 지난 2014년 11월에는 4.8%까지 떨어졌다. 실업률은 실리콘 밸리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개선되고 있다. 그렇지만 실리콘 밸리의 경우 미국 타 지역에 비해 인종 간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지난 2012년에서 2013년, 백인의 실업률 3.8%와 흑인의 실업률 9.8%는 6%P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았다.
또한 직업군을 숙련도와 임금을 기준으로 저숙련/저임금 노동자, 중간숙련/중간임금 노동자, 고숙련/고임금 노동자, 3군에 나눠 분석한 결과 3개의 군 모두 고용률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나 저숙련/저임금 노동자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고숙련/고임금 노동자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체 직업군 중 중간숙련/중간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2004년 이후 3% 감소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실리콘 밸리의 고용이 2개의 계층 즉, 고숙련/고임금 노동자와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평균연봉 무려 1억 1천만 원의 실리콘 밸리
그렇다면 임금은 어떨까? 실리콘 밸리의 평균 명목 임금은 2014년 100,983달러(한화 약 1억 1천만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샌프란시스코의 평균 임금, 89,085달러(한화 약 9천7백만 원)와 미국 전역의 평균임금, 58,623달러(한화 약 6천3백만 원)보다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미국 전역의 임금보다 거의 90% 많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8,739달러(한화 약 3천1백만 원)다.
임금 상승 속도도 실리콘 밸리가 두드러지게 빠르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2013년에 비해 2014년, 평균 임금이 4.6%, 1571달러(한화 약 1백71만 원) 증가한 데 반해 샌프란시스코에 평균 임금은 2% 증가했으며 미국 전역에서는 0.5% 증가에 그쳤다. 흔히 미국 경제 회복기라 이야기하는 2010년 이후, 실리콘 밸리의 임금은 9.4%나 증가했다.
이렇게 높은 평균 임금과 빠른 임금 상승은 고숙련/고임금 노동자층의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0년 이후 평균 임금 상승의 일등공신은 매니저 직군, 비즈니스 및 재무 직군, 컴퓨터 및 수학 직군, 건축 및 엔지니어 직군, 헬스케어 직군 등이다.
실리콘 밸리도 어쩔 수 없는 빈부 격차
이렇게 2010년 이후 평균 임금이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임금의 중간값(Median)은 소폭 하락하고 있다. 임금 중간값은 최저 임금값과 최고 임금값의 중간값을 말한다. 이렇게 임금 중간값이 평균 임금과 다른 경향을 보이는 것은 디자인, 예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미디어 직업군의 임금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큰 폭으로 임금이 감소한 직군은 이 외에도 농업, 수업, 임업 군도 포함된다. 같은 기간 동안 임금 중간값이 상승한 직군은 헬스케어와 기술직뿐이다. 하지만 2013년 과학, 비즈니스, 예술 등의 직군이 반등에 성공했다.
평균값은 증가하는 데 만해 중간값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빈부 격차가 심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평균 임금은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숙련도와 임금별로 나눈 노동자군의 임금 중간값에서도 보인다. 고숙련/고임금 군의 경우 실리콘 밸리의 임금 중간값이 타 미국 지역의 중간값에 비해 높았지만, 중간숙련/중간임금 군과 저숙련/저임금 군의 경우 실리콘 밸리의 임금 중간값이 샌프란시스코의 임금 중간값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고숙련/고임금이 저숙련/저임금의 임금 중간 임금값에 비해 4.4배 컸는데, 이는 다른 지역이 3.5 ~ 4.0배 차이 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수치였다.
물론 실리콘 밸리의 지역경제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다. 앞서 언급한 빈부 격차가 새로운 문제점으로 두드러지고 있으며 남녀 성차별 문제도 존재한다. 실리콘 밸리의 성별 임금 격차는 세계 평균보다 심하다. 석사를 기준으로 남자의 임금 중간값이 여성의 임금 중간값보다 34,233달러(한화 약 3천7백만 원) 커서 61%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경우 48% 차이가 난다. 뿐만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이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 버블 없다는 말, 믿어도 되나?
한편, 이번 리포트의 결론은 실리콘 밸리의 버블은 없다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으며 잠깐의 폭발적인 성장이 아닌, 건강한 지역 경제를 차분 차분히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실리콘 밸리의 러셀 핸콕(Russell Hancock)은 “나는 실리콘 밸리에 버블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2000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핸콕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의 어마어마한 기업가치와, 큰 규모의 인수 소식들은 버블의 증거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스탠포드대의 교수 제프리 페퍼(Jeffery Pfeffer) 교수는 “요즘 실리콘 밸리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나는 노동자가 살기 쉽지 않은 지역의 경제는 건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료 출처 : Joint Ven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