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눈에 담고 80세가 되어서도 그 눈빛을 잃지 말라. 그리고 매일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진보하라. 그 진보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믿는 사람을 설득하고 사회를 변화시켜라." 마윈 회장, 서울대학교 초청 연설, 2013년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비밀 10가지’는 필자가 지난 6년동안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 심사 및 스타트업의 창업자, 비석세스의 에디터로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기반으로 정리한 것이다. 10가지 비밀은 다름 아닌 ‘기업가 정신’이라는 말로도 요약될 수 있는 데, 우리의 직업이 샐러리맨이건, 선생님이건, 창업자이건 또는 의사이건 변호사이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백수이건, 스스로를 고용해 살아 숨 쉬는 '신생 벤처'로 지휘해야 할 사업가는 바로 나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와 같은 기업가 정신이 반드시 창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건,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창조의 DNA에 주목하고 이를 재발견하는 과정에 있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라고 생각된다.
- 자신의 그릇 알기
무엇보다, 자신의 그릇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태어날 때 그 그릇의 크기와 모양이 결정된 초벌구이 같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그 그릇을 몇 번 다시 가마에 구워 쉽게 깨지지 않도록 단련하고, 좋아하는 색깔로 채색하며, 일상의 손때를 묻혀 훌륭한 자기로 완성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작고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은 이야기한 바 있다.
작고 정교한 그릇에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없고, 세숫대야에 음식을 담아낼 수 없다. 자신의 적합한 쓰임새를 찾는 것이 세상에 자신을 내보이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과제이다. 작은 그릇이 큰일을 하려는 것은 과욕임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무능함은 곧 죄 임을, 능력을 초과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불일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타고난 모양대로 그 용도에 맞는 가장 훌륭한 그릇으로 자신을 다듬어 가야 그 인생이 아름답다고 구본형 소장은 이야기했다.
- 동물적 후각으로 타이밍 감지하기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 조짐이 보이며, 30년 넘게 지속해온 미국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무너질 징조가 보일 무렵 오바마는 큰 결심을 한다. "지금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그럴 거야. 내가 그런 선입견에 도전하겠어"라며 참모와 지인들에게 출마 결심을 전화로 알렸다.
민주당 내의 경선 경쟁자 힐러리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측되었지만, 그의 측근들은 호불호, 유불리를 떠나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마인드로 그와 함께했다고 한다. 특히, 엑설로드는 "삶이 비극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미칠 듯이 기뻐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올인했다. 소처럼 어정어정하고, 겉꾸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잽싸게 행동해야 하는 시점은, 다름 아닌 뜻을 함께 할 수 많은 사람들이 미칠 듯이 기뻐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지점이어야 한다. 도전과 파트너십 메이킹의 시기란, 시대의 흐름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공동의 목적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꿈을 이루고 기뻐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하기
당신의 비전과 꿈이 아무리 원대하더라도, 시작은 바로 여기부터다. 실제로 오프라인의 수많은 책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프로젝트 '구글 북스(Google Books)'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비전이었다. 당시 주위 사람들은 시도하는 것조차 무모해 보인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래리는 사무실에 스캐너 한 대를 들여놓은 것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래리는 매트로늄과 함께 책을 스캐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고, 그는 계산 결과를 토대로 구글 북스가 가능한 프로젝트임을 알아냈다. 현재 구글 북스의 인덱스에서 검색 가능한 책은 약 1,000만 권이다. '애드센스(AdSense)' 또한 구글의 한 엔지니어가 지메일 서비스에 광고를 올리는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더 나은 기술과 리소스가 더해져 오늘날 전 세계 인터넷 인구 80%에게 도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 고되고 하찮아 보여도 올바른 일 하기
“초기 스타트업에게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이 회사가 세상을 점령할 것인지가 아니라 만약 창업자가 올바른 일을 해낸다면, 이 스타트업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라고 폴 그레이엄은 이야기한다.
고객들과 스킨십을 나누며,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에어비앤비의 성공과 실패를 가로지르는 모멘텀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때론 창업자가 자신의 가능성을 무시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폴 그레이엄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제품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창업자를 격려해줘야 할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역시 창업한 이후, 하버드로 복학해 본인의 아이템을 저울질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폴 그레이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타트업이 시장을 혁신해 내기 위해 취해야 할 올바른 방법은 때때로 고되고 하찮아 보이기도 한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과 조 역시 그들의 첫 고객 아파트에 방문해 멋진 사진을 찍어주었던 작은 차이가 숙박 업계를 혁신해 내리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가 커다란 공룡이 된 현시점에서 돌이켜 본다면, 그것은 대형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 초기 시절 역시, 취미 수준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던 고객들을 위해 베이식 프로그램(Basic interpreter)을 짜고 있을 때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폴 그레이엄의 언급을 통해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 역시 초기 트래픽을 창출하는 과정에서는 고되고 하찮아 보이는 일을 거쳐야 함을 발견할 수 있다.
- 의도적으로 좁은 시장에 집중해 보기
“때때로 의도적으로 좁은 시장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페이스북이 이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처음에는 하버드대학의 학생들만이 그들의 유저였다. 이와 같은 전략은 약 몇천 명의 잠재적인 고객층을 보유할 수 있었지만, 하버드의 학생들은 이 서비스가 그들만을 위한 서비스로 느껴 졌고 크리티컬 매스까지 가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페이스북이 더는 하버드의 학생들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시점에도, 페이스북은 특정한 대학의 재학생들만을 위한 서비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했다. 주커버그는 당시 학교별 전용 수업 시간표를 서비스에 녹여 내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인바 있는 데, 이는 각 학교의 학생들에게 서비스의 편안함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이기도 했다"라고 폴 그레이엄이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무의식적으로 시장을 선별하고, 세분화해 접근한다. 그들은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창조하며 얼리어답터의 피드백에 기반을 두어 성장한다. 기업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최고의 얼리어답터는 다른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고 유연하기 때문이다.
- 제품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기
다시 '스티브 잡스'로 돌아와 보자.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애플의 월드와이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앨리슨 존슨(Allison Johnson)과 비핸스의 스콧 벨스키(Scott Belsky) CEO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가장 싫어하고 미워했던 두 단어가 '브랜드'와 '마케팅'이었다고 한다. 존슨은 스티브 잡스와의 대화를 회상하며, "사람들이 브랜드를 텔레비전 광고나 여타의 인위적인 것들과 연결시킨다고 스티브는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지요"라며 스티브 잡스는 때때로 '브랜드'라는 단어는 더럽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에 따르면, '마케팅'이란 용어 역시, 누군가에게 제품을 파는 것을 전제로 성립된다는 것이다. 제품을 통해 고객이 이익을 취할 수 없고, 그냥 제품만을 팔고 있다면···제품을 통해 당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면 그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주장이다.
- 수많은 실패의 노하우를 하나의 서비스에 녹여내기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첫 번째 창업 아이템은 '영어 번역 서비스'였다. 그는 영어 교사와 영어 번역 수요 시장의 틈새를 메우는 지점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이후, 미국 방문 후 중국판 옐로페이지 콤퍼니(Yellowpages company)를 창업하여 차이나 텔레콤(China Telecom)과 합작 회사를 만들었지만, 이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창업한 IT 회사 사업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렸지만, 공동창업자와 비전 공유 실패로 네 번째 창업을 결심한다. 그렇게 창업한 회사가 알리바바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의 서비스에 세 번의 창업을 통해 연마한 서비스의 핵심 기능들을 녹여냈다.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제품이나 기술을 검색하고, 그곳에서 찾아낸 회사나 제품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실시간 영어·중국어 통역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해 필요 사항, 질문, 새로운 제품 주문과 관련해 안내했다. 실시간 통역 서비스로 주문자와 공장 직원 모두 자신의 언어로 실시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었다.
- 전문가들의 조언 경계하기
1955년 인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와 라우터 제조업체인 썬 마이크로 시스템을 창업한 바 있는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 캐피털인 KPCB를 거쳐 2004년, 자신의 이름을 건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를 설립한 바 있다. 2010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400대 부자' 리스트에 순재산 13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로 380위에 오른 바 있는 비노드 코슬라는 명쾌한 강의와 활발한 대외활동으로도 유명하다.
비노드 코슬라는 "실리콘밸리에는 실제로 창업 경험이 없는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컨설턴트로 넘쳐난다. 사실, 그들의 조언은 무의미하다.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창업자가 실제로 귀를 기울여야 할 대상은 실제로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창업했던 이들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코슬라 벤처스에 입사한 직원들은 스타트업의 멤버로서 3~4년을 경험해야만 코슬라 벤처스에서 파트너 자격을 얻게 된다고 한다. 비노드 코슬라는 "만약 명문대를 졸업하고, MBA 과정을 마친 후 곧바로 벤처캐피털에 취직해, 파트너가 된 이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그들은 멍청한 조언만 할 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 혁신의 플랫폼 만들기
"구글은 혁신을 창조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창조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뿐이다.” 구글이 공짜 점심을 주고, 회사 내에 의사와 세탁소, 볼링장, 수영장을 두고, 와이파이가 가능한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어쩌면,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추구하는 것은 버닝맨의 축제 현장을 구글 캠퍼스의 일상으로 이식시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공유기반의 공동생산 문화는 구글의 내부 구성원들을 위한 복지 차원을 넘어, 인터넷 경제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시작해, 새로운 기부모델인 크라우드 펀딩, 유저들의 인게이지먼트에 기반을 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까지, 구글은 공동생산에 의한 인터넷 경제의 원리에 충실한 오픈 소스를 위한 축제를 벌이며,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 본질에 집중하기
덴마크의 한 허름한 5층짜리 목조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컨설팅 회사 '레드 어소시에츠(Red Associates)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Christian Madsbjerg)와 미켈 B. 라스무센(Mikkel B. Rasmussen)은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맥락 안에서의 경험에 주목하는 현상학(phenomenology)을 기업의 문제 해결의 기본적 프레임으로 활용했다.
그들은 멀고도 가까운 모든 것에 대해 진실한 통찰을 얻는 ‘사물 그 자체로(to the things themselves)’를 강령으로 삼는다. 이들은 2004년 사상 최대의 적자에 시달리던 레고에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가 아닌, ‘아이들에게 놀이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했다. 레고는 아이들의 삶으로 함께 들어가 깊이 있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다시 브릭으로'라는 전략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레고는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했다.
- 몰입과 끈기 유지하기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논어』에 담긴 깊은 성찰이 필요한 어구다. 낙지자(樂之者), 즉 즐기는 자는 어떤 일에 푹 빠져 그 자체의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신명 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특정 활동에 깊이 집중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의식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몰입의 심리적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제안한 몰입(flow)이라는 개념은 원래 외부적 보상이 없더라도 어떤 일에 푹 빠져,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그 자체의 재미를 추구하는 자기 목적적(autotelic) 활동 경험을 말한다고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처럼, 스타트업계 생리를 잘 표현하는 경구가 또 있을까? 권투보다는 종합격투기에 가깝고 클래식 바이올린보다는 힙합과 흡사한,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성공을 일구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침착성, 끈기(tenacity)라는 가치는 여전히 기업가 정신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이와 같은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침착성, 끈기(tenacity)라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스타일의 큰 비전(예: "30년 후, 세계 TOP 10으로 시가총액 200조엔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겠다")과 미션(예: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을 가슴에 품고, 거친 풍파를 헤쳐 나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