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와 ‘정기구독서비스’ 모델
2015년 08월 17일

Editor’s note : 배기홍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초기 벤처 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스트롱 벤처스의 공동대표입니다. 또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베스트셀러 도서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2’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블로그 스타트업 바이블을 운영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스타트업 생태에 대한 인사이트있는 견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을 위한 진솔하고 심도있는 조언을 전하고 있습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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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전자상거래와 개인화, 추천 등에 관해서 이야기해봤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는 정기구독서비스(subscription) 모델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해본다. 솔직히 정기구독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개념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건 신문이나 우유 배달 서비스이다. 신문은 매일 읽고, 우유도 매일 마시는데, 귀찮게 매번 결제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한 달 또는 3개월 치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편리하게 집에서 매일 아침 배달받아서 즐길 수 있다. 이 개념을 전자상거래에 적용했고, 그 결과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섭스크립션 피로 증후군'이라는 후유증도 탄생했지만 말이다.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이용하는 고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전자상거래 업체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업체 입장에서의 가장 큰 혜택은 다음과 같다.

  • 한 번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 생리대를 섭스크립션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고객이 6개월 치 섭스크립션을 구독하면 6개월 동안 한 명의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매출을 한 번에 확보할 뿐 아니라 즉시 수금할 수 있다. 이런 고객의 수가 늘어나면 회사는 이 많은 현금을 다시 재투자해서 더 좋은 플랫폼을 만들거나 여러 유용한 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에게 현금만큼 좋은 건 없다.
  • 정확한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6개월 섭스크립션 고객이 1,000명이 있다면 6개월 동안 회사가 판매할 수 있는 생리대의 숫자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 수치를 기반으로 회사는 생리대를 대량으로 도매 확보 할 수 있으며,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정 제품이 얼마큼 팔릴지 모르니 항상 재고를 가져가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큰 매력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
  • 고객 이탈을 걱정하는 대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고객이 있는 회사라면,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신규 고객을 계속 유치하는 게 회사의 지상과제이다. 섭스크립션 모델을 잘 활용하면 신규 고객 유치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위의 예시를 적용하면, 별다른 이슈가 없는 한 섭스크립션 고객을 최소 6개월 동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의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한 후에 어떻게 하면 이 고객한테 다른 제품도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에 신규 고객 유치 전략에 대해서 생각하면 된다. 섭스크립션은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매번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서 같은 제품을 주문하고 결제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제공되지만, 또 다른 혜택으로는 바로 전혀 모르던 새로운 제품들을 섭스크립션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발견의 기쁨’이있다. 그리고 이 발견의 기쁨은 개인화로 이어진다.

자주 사용하는 제품을 정기구독하는 섭스크립션 모델과는 약간 다른, 모르는 제품을 발견할 수 있는 큐레이션 섭스크립션 모델이 이 경우이다. 매달 특정 금액을 지급하면 나보다 특정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특정 제품들을 잘 큐레이션해서 보내주는 서비스들이 요새 지속해서 생기고, 없어지고, 또 생기고 있다.

우리 투자사 중 스낵피버(SnackFever)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이 회사는 미국 고객들에게 한국 과자들을 큐레이션해서 배달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고객들한테는 난생처음 보는 한국 과자들이다. 이 중 싫어하는 과자도 있고, 매우 좋아하는 과자들도 있을 텐데, 이러한 고객들의 취향을 계속 분석하다 보면 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들을 계속 추천하고 보내줄 수 있다. 가령, ‘새우깡’과 ‘고래밥’을 좋아하는 고객은 문어과자 또는 짭짤한 해산물 맛 과자들을 좋아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러면 모든 제품을 섭스크립션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수많은 정기구독 전자상거래 서비스들이 실패하고 문을 닫았다. 섭스크립션 모델이 통하는 건 딱 2가지 부류의 제품밖에 없다.

첫째는, 너무 당연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필수품이다. 위에서 예를 든 생리대, 아기 기저귀, 개밥, 물 등은 모두 정기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필수품들이다. 이런 제품들이 섭스크립션 모델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이나 기저귀 또는 개밥 같은 제품은 무겁기까지 하니 온라인 구매에 아주 적합하다.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전문지식이 별로 없는, 그리고 그 종류의 수가 다양한 제품군이다. 와인이 아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워낙 복잡한 분야라서 일반인들은 대부분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고, 와인의 종류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이런 제품을 섭스크립션 기반으로 주문하면, 와인에 대한 전문가들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정기적으로 큐레이션해서 보내준다.

그런데 이런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금방 질릴 수 있다. 같은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도 피곤해 지고, 남이 나를 위해 큐레이션해서 매번 보내주는 제품도 어느 순간부터는 싫증이난다. 이런 점들을 잘 고려해서 섭스크립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험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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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홍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초기 벤처 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스트롱 벤처스의 공동대표이다. 또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베스트셀러 도서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2’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한국어, 영어 및 서반아어를 구사한다. 언젠가는 하와이에서 은퇴 후 서핑을 하거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전향하려는 꿈을 20년째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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