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대량 생산·대량 소비의 논리로 해석될 수 없다
2015년 01월 16일

mass-production프트웨어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나 대기업들의 접근 방식을 보고 있자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다른 사업과 다른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에 맞는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아마 IT 종사자 분들이라면 많은 분들이 제 생각에 동의하시겠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소프트웨어가 무엇이 다른지 알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소프트웨어는 무엇이 다를까요? 그동안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한 공통된 법칙은 대량생산 대량 소비입니다. 원가에 이익을 더한 제품을 대량으로 팔아서 큰 수익을 남기는 것이죠. 공산품의 경우는 대량생산을 위해 설비를 갖춥니다. 값싼 노동력을 컨베이어 벨트에 투입하며 제품의 불량품을 낮추기 위해 절차를 만들고 숙련공을 기릅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오랫동안 자본주의 사회의 성공논리가 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경제이론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어떨까요?

초기에는 소프트웨어도 대량 생산 대량 소비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사실 대형 국책 사업 같은 경우 1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일 년 동안 일을 하기도 합니다. 과거 IT 기업들은 많은 인력을 공급함으로써 인건비에서 돈을 남기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 링크드인, 넷플릭스 등의 사례를 보면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는 ‘값싼 노동력을 통한 대량 생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생태계나 플랫폼과 같이 ‘건강한 비즈니스 환경이나 훌륭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기존의 산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편의상 인터넷 서비스도 넓은 의미에서의 상품, 소프트웨어라고 부르겠습니다.

 

1. 대량생산 대량 소비가 핵심이 아니다

공산품에서 생산이란 같은 제품을 복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품질로 만들어냅니다. 노동력은 엄연히 제품가격에 포함되는 생산원가입니다. 그래서 저렴한 노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효용가치를 똑같은 방식으로 소비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서의 핵심은 대량 생산이 아닙니다. 홈페이지에 한번 올려놓기만 하면 누구나 몇 번이고 다운로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설치 파일은 복사를 통해 간단히 대량 생산됩니다. 컨베이어 벨트 옆에 사람들을 세워놓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소프트웨어는 대량 소비가 아닌 '맞춤형 소비'입니다. 소프트웨어의 효용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게 소비되어 집니다. 엑셀로 누구는 회계장부를 만들고 누구는 이력서 양식을 만듭니다. 소프트웨어의 이런 산업적 특징은 전통적 경제 이론으로 접근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2. 소프트웨어는 비용이 아니다

일반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그러나 전자제품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기능이 됩니다. 소프트웨어 자체가 제품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 제조업의 경우 적당한 기술을 싸게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는 비싸더라도 훌륭한 기술을 구매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전자의 경우 구매 후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좋지만, 후자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잘 구분되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택배 물류 사업은 전산시스템이 업무 자동화 시스템이자 물류 상품 입니다. 현대물류 산업에서는 전산시스템은 복잡한 배송체계를 소화할 수 없습니다. 또 한편으로 물류사업의 배송추적 기능이나 빠른 배송 시스템은 상품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인터넷 서비스 같은 경우 소프트웨어는 제품 전체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쇼핑몰은 별도의 설비 없이 컴퓨터 상에서 돌아가는 순수한 소프트웨어인 것입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형태로 기존의 산업과 융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융합 형태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가치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인가에 따라 투자와 운영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비용으로 바라본다면 어려운 골칫거리일 뿐이지만, 투자로 바라본다면 소프트웨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3. 소프트웨어에서는 개발 유지보수 역량이 경쟁력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사후지원은 전혀 제품의 경쟁력이 아니었습니다. 기껏해야 고장 난 제품을 수리해주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서 지속적 업데이트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지속적 업데이트가 제품의 효용가치를 유지해 구매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 판매 후에도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특히 설치형 소프트웨어에서 인터넷 서비스로 갈수록 개발 유지보수의 중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기존 산업의 경우 일단 제품의 생산능력과 판매능력이 차별화되면 시장 우위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제품을 설치하거나 인터넷 주소만 바꾸어 주면 이용자들이 다른 제품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제품들은 금방 뒤로 밀려나 버리고 맙니다.

예를 들면 블로그 서비스는 SNS에 의해 뒤로 밀려났고 PC 메신저는 스마트폰 메신저에 밀려나 아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컴퓨터에서 왕좌를 지켜왔던 MS 오피스는 구글 문서 도구의 등장으로 시장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모두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영원할 것 같았던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는 기술과 생활의 변화에 발맞추어 계속 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개발 유지보수팀의 효과적 운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과는 달리 개발자의 역량과 개발팀의 운용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위한 비용 및 투자계획, 조직관리 등이 경영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생산설비가 없으므로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바로 소비자들에게 보급됩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은 제조업의 연구 개발과 차이가 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연구 개발 제품은 상품화 과정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기능이 삭제 변경됩니다. 따라서 시제품과 상품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산품은 ‘기획-시제품 개발-설비 구축-대량 생산-유통-판매-대량 소비’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에 반해 소프트웨어는 제품 개발 과정을 통해 바로 상품이 만들어지므로 시제품이 곧 상품입니다. 따라서 목표를 정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많이 다릅니다. 공산품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기획-상품개발(반복)-판매-소비’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설비구축과 대량생산, 제품 유통 과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상품 개발에서 신경 써야 할 많은 부분이 제품 개발 과정에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개발자들의 업무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훌륭한 개발자와 좋은 팀워크, 높은 업무 숙련도가 필수인 분야입니다. 그래서 일반 제조업과는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조직 운영 노하우도 다릅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상품개발은 시행착오를 빠르게 반복하고 겪으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기 더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느린 연간 예산 제도로는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 자체가 아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하는데 소프트웨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기획을 한다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먼저 그에 맞는 가치관과 철학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접근 수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IT 중심에서

사진 출처 : mattblak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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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보 기고자님 (2015) eBrain Academy 소장 스타트업과 포털, SI 시장을 돌아다니며 현장에서 몸으로 부닥치는 개발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세상과 좀 더 잘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IT의 중심에서’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헬 프로젝트에 희생되는 개발자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 현장에 투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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