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72)는 패션 전문기자로 세계 패션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독보적인 존재다. 50여년 동안 IHT(INYT)를 거쳐 2억명의 독자를 품고 현재 보그 온라인 에디터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아카이브에는 반세기 동안의 패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다. 내년 서울, 본인이 주관하는 럭셔리 컨퍼런스 사전 준비 차 16일 방한했다.
패션 매니아들은 수지 멘키스의 SNS을 팔로우하며 그의 방한 스케줄에 이목을 집중했다. 의외로 한국 땅을 밟자마자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다름아닌 윤자영(27)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스타일쉐어'사무실이었다. 평소 IT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가 검색을 통해 스타일쉐어를 찾아낸 것이다.
40분 남짓 진행된 패션 업계 거물과 청년 창업가의 대화에서는 디지털과 패션을 주제로 끊임 없는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다음은 수지 멘키스와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윤 대표=‘명품' 업계 거물인데 왜 ‘스트리트' 패션 중심의 정보 공유 플랫폼인 스타일쉐어를 방문했나?
-멘키스=나는 패션 저널리스트로서 패션의 모든 것에 흥미가 있다. 굳이 ‘오트 쿠튀르’같은 하이패션에만 관심이 국한되지 않는다. 이젠 뭘 입으라고 한들 사람들이 따라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회사가 커뮤니티를 만들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추구하고 타인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기여하려 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윤 대표= 우리의 비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패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꼭 모바일 플랫폼으로 국한시킬필요는 없다. 우리의 비전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시도할 수 있다. 신문에서 온라인으로 활동 무대를 바꿨다. 본인의 저널이 19개국에 각각의 언어로 발행된다. 예전과 영향력이 다른 것을 느끼나?
-멘키스=많은 의견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다. 그래서 나의 흥미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옮겨갔다.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읽기’가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써도 된다는 생각이다. 패션저널리스트로서 흥미로운 것은 19개국의 다른 패션 관계자들이 하나의 쇼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석 한다는 것이다. 이전처럼 단순히 나의 저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좀 더 독립적인 시각으로 패션을 해석하는것이 재밌다.
-윤 대표= 스타일쉐어에 패션 꿈나무들이 많다.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멘키스=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흥미로운 모든 것들을 직접 찾아나서라. 다른 사람이 찾아놓은 것에 이르기(reach)보다 직접 조사(search)해야 한다. 내가 스타일쉐어에 직접 온 것 처럼 말이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조언은 말은 정확하고 확실히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와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다.
멘키스는 마지막으로 “스타일쉐어의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이 나를 이곳까지 오게 했다. 굉장히 21세기적인 것이다” 라면서, “‘lofty(오만한·고결한)’의 뜻을 알고 있나? 예전에는 명품 브랜드가 그런 태도를 고수해왔다. 이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처럼”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