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쉐어(StyleShare)'의 윤자영 대표는 특별한 인터뷰이(interviewee)다. 이상하게도 그녀를 만나고 나면 스타트업을 차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갓 이사한 사무실에서 윤자영 대표를 만났다. 잠깐 흘리듯 투자 건 이야기가 오간다고 귀띔했었는데, 몇일 전 25억 투자를 유치 소식이 들려왔다. '고생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재밌게 사업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또 한 번 듣고 싶었다. 머리가 조금 길어져서 였을까. 3개월 만에 본 윤자영 대표는 이전보다 더 성숙하고 단단해보였다.
비석세스(이하 B) = 먼저 축하드립니다. 25억이면 규모가 꽤 큰 금액인데요, 언제부터 준비하신건가요.
윤자영 대표(이하 윤) = 올해 초부터 여러 기관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가능하면 한 곳에서 투자받고 싶어 VC 분들을 만나뵙다가, 'LB 인베스트먼트' 담당 심사역분들이 스타일쉐어 서비스에 열정을 갖고 계셔서 이번 투자가 성사됐습니다.
B= 'LB 인베스트먼트’는 기존에 반도체, 하드웨어 기반의 기술회사나 네이처리퍼블릭 같은 중대형 기업에 주로 투자 해왔던 회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IT쪽에서는 네시삼십삼분, 옐로모바일 외에는 투자한 회사들 중 ‘스타일쉐어’가 가장 early-stage 에 속한다고 알고있어요. 스타일쉐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윤= 스타일쉐어가 ‘모바일 패션 플랫폼’ 분야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아요. 강력한 콘텐츠와 사용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커머스로 연결하겠다는 저희들의 비젼에 공감해주셨죠.게다가 패션 콘텐츠 플랫폼이기 때문에 글로벌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해주셨어요.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도 좋게 반영되었습니다.
B= 투자 과정 가운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요.
윤= 어려웠다기 보다는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배웠죠. 사실상 이번 라운드가 저희가 정식으로 임한 첫 IR(기업설명회)이었어요. 이전에 투자를 해주셨던 에스오큐알아이의 이재웅 대표님,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이나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 같은 경우에는 별도의 IR 없이 진행이 되었었거든요. 이번엔 처음으로 제대로 회사에 대해 소개하는 문서 작업도 진행했던 첫 IR이었습니다.
B=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배우셨나요.
윤= '스타일쉐어'에 대해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사무실에서 하루하루 일에 치이다보면 내가 하고있는 사업에 대해 정리할 시간도, 기회도 없죠. 수 많은 VC와 미팅을 하다보면, 정말 '좋은 질문'을 던져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VC로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희 내부에서조차 뽑아본 적 없는 수치와 의미를 물어보세요. 미팅이 끝나면 사무실에 돌아와서 팀원들이랑 계속 보완을 거듭하는거예요. 매일 피드백 듣고, 준비하고 하는 과정이 체력과 정신적으로 힘겨웠지만 참 많은 걸 배웠어요.
B= 투자금은 주로 어떻게 활용할 예정이세요.
윤= 핵심 인재들을 모셔올 계획입니다. 그리고 또한 사용자들이 '스타일 쉐어' 내부에서 바로 쇼핑을 할 수 있게 돕는 결제 시스템을 확충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예요. 직원은 현재 10 명인데 2배 정도 늘게 될 것 같아요.
B= 구체적으로 사용자들은 어떻게 '스타일 쉐어'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되나요.
윤= 아직 개발 중이긴 하지만 두 가지 모델을 생각하고 있어요. '스타일쉐어'에서 타 인터넷 쇼핑몰 링크로 연결시켜 주는 것 하나, '스타일쉐어' 안에 1인 디자이너나 브랜드 공급자들이 직접 입점해 물건을 파는 것. 이 두 가지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예요.
B= 지난 2월에는 서비스 2.0 버전이 나와 같이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개인화', '콘텐츠 퀄리티 강화'가 주요 골자였는데, 업데이트 후 유저들 반응은 어떤가요.
윤= 전반적으로 지표들이 좋아졌어요. 특히 일본 가입자나 유저 활동량이 2~3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기존 유저들의 체류 시간도 늘어나고 있고, 저희가 공을 들였던 기능적인 서비스 현지화 부분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약 1만 5천 명의 인산인해를 이룬 플리마켓 현장 (출처: 스타일쉐어)
B= 지난 일요일(18)에 플리마켓을 또 한 번 여셨죠?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엄청 화제였어요. 잘 마치셨나요.
윤= 대흥행, 무사고로 끝났습니다(웃음). 저희 목표는 무사고였거든요.
B= 작년에는 일반 유저들만 물건을 사고판 것과 달리 올해는 몇 개 패션 브랜드도 참여했었다고요.
윤= 총 6개 패션 브랜드가 참여했어요. 스파 브랜드 자라(ZARA)의 여동생 격인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인기가 많았고요. 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는 '메이크업 응급실'이라고 코너에서 방문자들의 메이크업을 수정해줬어요. 청담동의 뷰티샵 차홍아르더에서도 5분 헤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송경아, 장윤주 같은 유명 모델들이 속해있는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 소속 모델들이 자기가 직접 만든 악세사리 등을 가져와서 팔기도 했고요. 삭스타즈라는 양말 업체는 큰 미싱기를 갖다놓고, 구매자들 이름을 새겨줘서 세상에서 하나 뿐인 양말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B= 이제 글로벌 진출 이야기를 나누어보죠. 이미 15% 정도가 해외 유저인데,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가 '스타일 쉐어'의 경쟁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윤= '스타일쉐어'는 플랫폼이자 미디어기 때문에 크게 보자면 보그, 코스모폴리탄과 같은 전통적인 패션 미디어도 모두 경쟁자입니다. 전통적인 매체들도 모두 온라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고, 그들의 영향력들도 성장하고 있는 추세예요. '스타일쉐어'가 아무리 높은 트래픽과 유저를 보유하고 있어도, 업계 관계자들이나 사람들은 그 역사와 명성 덕분에 전통적인 인쇄 매체들을 더 수준 높게 평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1년 간 저희는 '스타일쉐어'를 '패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No.1 패션 미디어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는 데에 집중할 예정이예요.
B= 좀 더 유사한 IT 서비스를 하는 기업 중 경쟁자를 꼽아보자면요.
윤= 미국에 있는 '포스(Pose)'라는 서비스가 주목받았었지만, 현재 성장률은 다소 둔화된 상태예요. 해외 시장에는 수 백개가 넘는 패션 SNS가 있지만 한 명의 우위를 차지하는 플레이어는 없어요. '스타일쉐어'는 이 점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유저들이 편하게 일상의 패션 사진을 나눌 수 있는 스타일쉐어
B=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때, '스타일쉐어'만이 가진 킬링포인트(Killing Point)는 무엇인가요.
윤= 가장 큰 강점은 유저들이 서비스에 참여하기가 쉽고 간단하다는 점입니다. 고화질, 풀 샷 등 전문적으로 다듬어진 사진을 요구하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스타일쉐어'에서는 간단하게 팔목만 찍어서 올리거나, 양말만 찍어서 올려도 돼죠. 훨씬 캐쥬얼합니다. 또 유저들이 열성적이기 때문에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B= 해외 진출에 있어서 중요하고도 난해한 것이 '마케팅'입니다. 어떤 전략을 갖고 계신지요.
윤= 본래 저희 팀은 글로벌 마케팅을 할 때 '한류 코드'를 활용하는 것을 지양했었어요. 무엇보다 문화적으로 예민한 패션 분야에서는 '현지화'가 중요하지, 무턱대고 '한류'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게다가 한류에 반응하는 사용자들은 연령대가 아주 낮거나, 높다고 생각했었거든요.
B= 한류 팬들은 기존 '스타일쉐어'의 타겟층과는 동떨어져 있었군요.
윤= 네, 그런데 최근 해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요즘엔 오히려 젊고 유행에 민감한 일본 친구들이 한국 패션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을 '스타일쉐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해요. 예전에는 아시아 쪽 패션 유행이 일본에서 시작해 대만, 태국 쪽으로 뻗어 갔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 패션'이라는 키워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태도로 바뀌었어요. 물론 현지 콘텐츠도 잘 만들어서 둘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겁니다.
B= 일본 유저들이 '스타일쉐어'를 한국 패션을 만날 수 있는 하나의 통로, 채널로 생각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향후 미디어로서 '스타일쉐어'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고 계시나요.
윤= 패션 잡지가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유행을 전해주는 미디어였다면 '스타일쉐어'는 매일의 신선한 패션 콘텐츠를 공급해주는 '손 안의 미디어'입니다. 저희의 역할은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들이 잘 유통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B= 긴 인터뷰 감사합니다. 앞으로 '스타일쉐어'가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해나가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뜬금없지만 '스타트업', 살면서 한 번쯤은 도전해볼만 한가요? 절대 시작하지말라는 인터뷰이도 있었습니다(웃음).
윤= 당연하죠, 특히 젊다면 더더욱요. 잃을 게 없잖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