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Youtube) 창업자인 스티브 첸(Steve Chen)이 어제 18일, 구글코리아 본사를 찾아 '혁신을 향한 열정'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창업 과정을 나누고 미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글코리아에서 지금의 한국인 아내를 만났다고 고백한 그는 온라인 잡지 플랫폼인 '아보스'를 설립했다가 5주 전, 스타트업인큐베이팅 팀인 구글벤처스의 사내기업가(EIR)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가 포럼에서 나눈 내용을 정리해봤다.
유튜브, 그 시작과 성장통
놀랍게도 유튜브는 온라인 데이팅 비디오 사이트로 첫 발을 내딛었다. 스티븐 첸은 다소 민망해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은 사이트로 사용자들을 유입시키고, 개인의 동영상을 공유하게 만들기 위해 버티컬한 주제를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데이팅 사이트로 처음 시작을 했지만 그 플랫폼으로는 단 1주일밖에 운영하지 않았어요. 이미 그 이전부터 지금과 유사한 모습을 띈 유튜브 모델을 만들고 있었죠."
이후 유튜브의 성장 속도는 엄청났다. 유튜브는 2005년 2월에 도메인이 등록된 뒤, 6개월 이후인 11월에는 세계적인 벤처투자사 세쿼이어 캐피털로부터 350만 달러(한화 35억 6,440만 원)를 투자받았다. 결국 창업 1년 만인 2006년, 유튜브는 구글에 16억 5천 만 달러(한화 1조6,803억6,000만 원)에 매각된다.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성장통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매일매일이 고통스러웠습니다. 회사는 저의 개인 신용카드 빚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늘어나는 유저를 감당해내기에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모바일 전문성과 해외 현지화 노하우도 전무했죠."라고 답했다. 인력 부족, 직원들의 높은 업무 강도, 기술 자원의 역부족 등을 겪으며 결국 그는 구글로부터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5일 만에 결정된 구글과의 M&A
"누군가 유튜브를 너무 일찍, 저렴하게 판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더군요. 적절한 시기에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기 전까지는요(웃음)."
스티브 첸은 2006년 구글로 유튜브를 매각시킨 결정이 아주 옳은 것이었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구글은 박사 이상의 세계 최고 인재들이 모인 집단으로 당시 유튜브가 부족했던 비디오 트랜스코딩(transcoding) 전문성을 보유했으며, 데이터 센터 자원도 잘 확보되어 있었다. 인수 직후 유튜브는 구글의 풍부한 인적, 기술적 자원으로부터 큰 수혜를 입었다.
구글에 인수되기 전, 사실은 야후 측에서도 인수 제안을 해왔다. '왜 야후가 아니라 구글이었나'라는 질문에 스티브 첸은 당시 구글은 '기술 기업', 야후는 '미디어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야후가 마치 야후라는 큰 우산 안에 25개의 팀이 돌아가는 것과 같은 수직 계열적인 팀 구조를 가지고 있던 것도 문제였다.
한 매체를 통해 "완벽한 것보다 일단 행동하는 것이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라는 경구를 인용한 그는, 대학 중퇴나 창업 결심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들을 보름 안에 결정했다. 매각에 대한 고민도 길지 않았다. 결국 유튜브는 구글이라는 날개를 달고 1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전 세계 1위 비디오 서비스로 올라서게 된다.
'아보스'를 거쳐 '구글벤처스'에 이르기까지
구글에서 일하면서도 유튜브 공동창업자이자 전 페이팔 직장 동료였던 체드 헐리와 스티브는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고, 실현화 시킬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튜브는 이미 정상 궤도에 올라선 서비스로, 유지와 관리 이외에 혁신적인 시도를 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2009년, 두 사람은 유튜브를 떠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에 이른다.
온라인 잡지 플랫폼 '아보스'를 운영하며 9개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맡았던 스티브는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낼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당시 9개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벤처 시장에 자금이 많이 풀려있었기 때문이예요. 가용한 자본이 있어도 자신이 무엇을 확실히 해낼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투자를 받겠다고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월별 수치, 이사회 참여, 결과 보고 등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오거든요."
아보스의 주요 투자처였던 구글 벤처스의 데이비드 크레인(David Krane) 파트너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구글벤처스에 들어와 앞으로의 비즈니스 방향을 함께 고민해볼 것을 제안받고 이달 중순 구글벤처스의 사내기업가(EIR)로 합류했다.
"페이팔, 유튜브 재직 시절에는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전념했다면 현재는 투자자의 시각에서 수 백, 수 천에 이르는 스타트업과 업계 전체를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20대의 열정적인 창업가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재밌죠."
그는 자신이 유튜브를 시작했던 2005년과는 달리 현재는 오픈 소스,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어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해졌다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프로덕트에 확신을 갖고 밀고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충고를 덧붙였다.
유튜브를 시작하던 시절, 동영상이 미디어계를 뒤 흔들 '넥스트 빅 띵(Next big thing)'이라고 예측했던 것처럼 차세대 가능성을 무엇으로 보고있느냐는 질문에 스티브 첸은 "성공 레시피의 조합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1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아이디어가 아시아 혹은 이 방 안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포럼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