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갈무리하는 몇 가지 숫자들
2014년 12월 16일

올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100점 만점에 55점을 얻었다. 스타트업 지원 기구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오픈서베이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른 내용이다. 이들이 발간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4'는 스타트업 창업자 174명과 대기업 재직자 8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올해, 창조경제 강조한 정부 점수는 43점

돈이 흘러 넘친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부 주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풍성한 한 해였다. 올해 7조 1,110억 원이었던 창조경제 예산은 내년 17.1% 증가한 8조 3,302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창업생태계 조성 및 벤처, 중소기업 지원' 부문은 올해가 1조 2,619억 원, 내년이 17,483억 원으로 38.6% 증가할 예정이다. 올해에 이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는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전 리포트에 따르면 스타트업 활성화 노력에 대한 정부 점수는 43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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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창업 1년 차 미만의 기업의 경우가 정부에 대해 더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창업 1년 차 미만의 기업은 36.38점, 1~3년차, 3년차 이상은 순서대로 43.35점, 44.38점을 기록했다.

가장 도움이 된 정부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도  초기기업과 창업 3년차 이상 기업의 답변이 달랐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초기 기업일 수록 자금 직접 투자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며, 창업 3년 차 이상 기업은 인건비 보조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실제 여러 테크 스타트업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들은 바로는 정부 지원금을 인건비로 활용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많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금보다는 좋은 인재에 대한 갈증이 심화되는데, 지원금을 인건비로 활용할 수 없게 막혀있어 자재비로 우회 사용하는 등 편법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테크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이 가장 중요한데, 막상 R&D에 대한 자금 지원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이렇게 정부 과제나 자금 지원해주는 곳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말이예요. R&D 항목에 대한 투자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결국 R&D 기업은 인건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인건비로는 쓰지 못하고 자재비용으로 할당해야 하는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 이스트몹 오윤식 대표 인터뷰 중

일단 정부에서 많은 R&D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제공해주는 방식이 조금 바뀌면 더 안정적으로 테크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연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경우 인건비가 사실상 비용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도 인건비로 투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비용 사용 규정이 불합리하게 책정되어 있죠. 이런 부분만 개선돼도 훨씬 나아질 것 같아요 - 사운들리 김태현 대표 인터뷰 중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정부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인건비를 조건 없이 현금 지원하겠다고 어제(15일) 발표했다. 해당 과제에 대한 참여 수준만큼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한 연구원이 근무량의 30% 만큼 해당 과제에 참여한다면, 30%만큼의 월급을 정부가 부담한다. 다만 이 혜택 역시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 초기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정부 정책 중 도움이 된 것이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두 번째로 많아 좀 더 내실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45% 스타트업, 해외진출 염두에 두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5%가 넘는 스타트업이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려하지 않는다'가장 높은 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가장 선호하는 진출국가는 미국으로 36.7%를 차지했고, 중국(19%), 일본,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17.7%)가 뒤를 이었다. 일본 역시 13.9%로 높았다.

이와같은 해외 진출 의지에 발맞춰 해외 자본 투자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쿠팡이 지난 5월 세계 굴지의 벤처사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1억 달러(한화 약 1,023억 원)을 투자받은 것으로부터 시작해, 지난 달에는 옐로모바일이 포메이션8으로부터 1,139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10월에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 쏘카가 베인캐피탈로부터 180억 원을, 이번 달 11일에는 쿠팡이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3,322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3일에는 배달의민족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 원을 투자받았다.

2014년 스타트업이 가장 선호하는 벤처캐피탈은 '소프트뱅크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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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지도와 투자유치 선호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벤처캐피탈은 소프트뱅크벤처스였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벤처투자, 포스코기술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꼽혔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가장 최근 차이나다에 13억 원을 투자했고, 이 밖에도 망고플레이트, 부동산다이렉트, 토스랩, 아이디인큐, 노리 등 올 한해 유망 스타트업에 10억 원에서 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약 3천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2014년 상반기 기준 160여 개의 벤처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 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이지만, 본사는 한국에 두고 있다. 이유에 대해 소프트뱅크벤처스 이강준 상무는 비석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벤처캐피털 자금은 100% 소프트뱅크코퍼레이션(Softbanks Corp.)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한국의 서울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투자 회사의 대다수도 한국 기업이다. 일본 스타트업에 비해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훨씬 더 활동적이고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 지난 몇 년간 일본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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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정부가 '전문엔젤투자자 11인'을 선정하는 등, 육성하고자 노력했던 엔젤 부문에서는 본엔젤스가 인지도 1위, 더벤처스가 투자유치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본엔젤스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총 28개사로 1억에서 5억 사이의 투자 규모를 보인다. 본엔젤스의 강석흔 이사, 장병규 대표는 금융계 인사가 많은 VC계에서 드문 창업자 출신이다. 강석흔 이사는 비석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본엔젤스의 문화에 대해 말한 바 있다.

투자자로 전환되었다고 해서 하는 일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어요. 하는 직무만 달라졌지 사실 만났던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계속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창업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됐어요. 창업자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비록 지금 내가 투자자일지라도 나도 창업자 출신이었고, 내가 또 저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죠. 이 덕분에 초기 기업과의 공감대를 쉽게 쌓을 수 있게 되었고 그게 바로 본엔젤스만의 독특한 문화가 될 수 있었죠.

더벤처스의 경우 작년 9월 라쿠텐에 2,197억 원에 매각한 비키 창업자 호창성, 문지원 대표가 설립한 투자회사로 이들의 인지도가 설문조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벤처스는 올해 1월 설립한 후, 올 7월에만 중고 거래 플랫폼인 셀잇,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 클라우다이크 등 2개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 달에는 인디게임 개발사 노븐에도 투자해 영역을 넓혔다. 덧붙여 본엔젤스와 더벤처스는 모두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이스라엘식 기술 창업 프로그램 팁스(TIPS) 운영 기관에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 직원 40%, 창업을 고려한다

직접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대기업 재직자는 41%로 전년 대비 창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변한 사람(40%)이 부정적으로 변한 사람(10%)보다 네 배 가량 높았다. 또한 IT/지식서비스 창업을 고려하는 비율은 3년차 이상 7년차 미만 구간에서 30.8%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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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대기업 재직자의 비율도 35%로, 그렇지 않은 경우(1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긍정적 고려 이유로는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 가치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 스톡옵션 등으로 인한 수익기대감이 차례로 꼽혔다. 반면 스타트업 이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급여 등 복리후생 감소에 대한 걱정, 낮은 고용안정성, 이끌어줄 수 있는 사수의 부족 등이 순위를 기록했다.

최근 대기업 인재들이 스타트업계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상황마다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직 경직성으로 인한 욕구 불만'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급여 체계, 멘토의 부재, 회사의 경영 성과와 경영진에 대한 불신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번 리포트의 전 내용은 다음 슬라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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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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