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언제든, 어디든. 당신이 원한다면 전부 다 해드립니다"
최근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수행해주는 대행 서비스가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서비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적어 보내기만 하면, 거의 제한 없이 모든 일을 수행해 준다.
국내에도 심부름 대행 서비스가 존재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신규 서비스들은 몇 가지 부분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첫 번째 특징은 메시징 방식을 통한 편리성이다. 사용자는 복잡한 앱을 조작하거나, 웹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다. 단순히 텍스트로 원하는 것을 적어 보내기만 하면 원스톱으로 일 처리가 이루어진다. 과정에서의 모든 전화, 예약, 메일 업무는 사용자가 아닌 대행업체의 몫이다.
두 번째 중요한 특징은 누적 데이터 분석을 통한 완벽한 개인화다. 예를 들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자를 우리 집으로 배달해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이미 사용자가 가장 좋아하는 피자 메뉴와 집 주소, 결제 방식을 알고 있는 대행업체가 추가 정보를 묻지 않고 주문을 대행한다.
마지막으로는 무한한 확장성이다. 최근 등장하는 대행 서비스는 거의 대부분의 버티컬 산업 분야와의 협력이 가능하다. 각 버티컬 산업 분야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음식 배달 분야에서는 이미 딜리버리히어로와 잇위드 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가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 반면 최근 등장한 대행 서비스들은 카테고리의 제한이 거의 없어 치열한 경쟁을 조금 빗겨갈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산업 분야와 협력하여 안정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다. 또한 이들은 단순 배달 대행 업무를 넘어서 일종의 ‘개인 비서'의 역할로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주말 프로젝트로 대충 만들었는데 130억 투자 유치, 매직(Magic)
지난 2월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인 스타트업 베터(bettir)가 사내 주말 프로젝트로 만든 ‘매직(Magic)’은 SMS 기반 배달 서비스다. 출시된 지 한 달이 안된 시점에 굴지의 벤처투자사인 세쿼이아로부터 1,200만 달러(한화 약 131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 가치는 4천만 달러(한화 약 436억 원)에 이른다.
사용자는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이 ‘83489’라는 번호로 원하는 것을 적어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몇 차례의 메시지가 오간 후 수수료를 지불하면, 매직은 사용자가 원하는 예약, 배달을 포함한 거의 모든 요청을 수행한다. 답장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직접 한다.
매직은 지난 2월 프로덕트헌트에 소개된 뒤, 서비스 개시 48시간 만에 총 17,000 건의 주문을 받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매직을 만든 베터는 본래 혈압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었다. 공동창업자인 마이크 첸(Mike Chen)은 “사용자가 요청하는 것이 합법적이고 가능한 것이라면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만약 라스베거스에 갈 수 있는 헬리콥터를 주문한다면 가격은 매우 비싸겠지만, 방법이 있다면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크크런치 기자의 체험담에 의하면 아쉽게도 호랑이는 배달이 불가능하다.
우버 코파운더가 1년 간 공들여 만들었다, 상거래를 혁신할 오퍼레이터(Operator)
주말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든 매직과는 달리, 우버 코파운더인 가렛 캠프(Garret Camp)가 제작에 참여한 오퍼레이터(Operator)는 1년간의 테스트를 거쳐 출시됐다.
오퍼레이터 앱은 메시지가 모여 있는 일종의 메일함처럼 설계되어 있다. 메일함에서 답장을 줄줄이 달 수 있는 것처럼, 오퍼레이터 역시 사용자 개인의 요청 사항에 대해 이메일 스레드(thread) 방식으로 답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텍스트로 적어 전송하면, 오퍼레이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검색한다. 기존 배달 대행 서비스가 ‘어느 가게'의 ‘어떤 메뉴'를 배달해 달라고 지목해야 하는 것과 달리 오퍼레이터는 “가장 싼 브랜드의 흰 양말 5켤레를 사다 달라"는 식의 복잡한 주문도 수행한다. 사용자의 결정 과정까지 단축해주는 셈이다. 몇 가지 옵션 제안 후, 사용자가 승인하면 비용 청구 영수증이 댓글로 첨부된다.
우버 출신답게 우버 서비스의 장점도 잘 응용했다. 건 마다의 지불은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앱을 통해 사용자의 업무를 대행해주고 있는 오퍼레이터의 정보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오퍼레이터는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가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는 오퍼레이터가 거의 모든 유통 업체가 눈독을 들일만한 광고 채널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한한 시장 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테크크런치는 오퍼레이터와 우버의 협력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오퍼레이터를 통해 사용자가 주문을 넣으면, 우버가 쉬고 있는 기사를 연결해 상품 배송을 수행하는 식의 흐름이다.
팀 구성도 화려하다. 오퍼레이터의 대표는 스타 엔젤투자자인 로빈 찬(Robin Chan)이 맡고 있다. 그는 징가(Zinga) 아시아 지역 담당자로 일했으며, 트위터와 샤오미에 투자해 크게 성공했다. 플립보드의 자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밖에도 우버의 공동창업자인 가렛 캠프, 전 페이스북 모바일 엔지니어링 매니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퍼레이터는 “우리는 메시징, 모바일 그리고 온 디맨드(on-demand)라는 가장 큰 기술의 교차점에 있다"고 밝혔다. 오퍼레이터의 웹사이트는 아직 오픈 전이다.
우리가 미래의 검색이다, 독일 로켓인터넷 출신 고버틀러(Gobutler)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고버틀러(Gobutler) 역시 매직과 같이 주말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본래 세탁앱인 집젯(zipjet)의 공동 창업자였던 나비드 하자드(Navid Hadzaad)는 고버틀러를 출시한 지 48시간 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초기 자금을 투자 받았다. 출시 3주 후 고버틀러는 캐나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10만 건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나비드는 “고버틀러는 모든 버티컬과 온오프라인 산업을 한곳에 모아놓을 수 있는 통합 서비스이자, 고객을 위한 원스톱 샵"이라면서, “몇몇 VC는 고버틀러가 ‘미래의 검색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대행 서비스들은 향후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전반적인 상거래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연구가 고도화되고 있는 인공지능과의 결합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기술과 이익 주체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해나갈 대행 서비스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