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이 이제 곧 시작된다. 방학동안의 3개월은 모처럼 학업에서 벗어나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뿐만 아니라 3개월이라는 시간은 부족한 어학능력을 채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며, 여행을 다니거나 새로운 이성친구를 만나 백일을 채우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또한 3개월은 친구들과 함께 가볍게 그동안 주고 받던 사업 아이디어를 각종 대학생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통해 구상 단계에서부터 시장 검증 단계까지 시험해볼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위에 나열된 선택 요소들 이외에 겨울 방학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또 한 가지의 새로운 방법 중 하나로 ‘스타트업에서의 인턴쉽’을 제안하고자 한다.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듯이, 스타트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것에도 장단이 있다. 결국 후회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선 그 선택을 함으로써 얻는 장점이 단점을 압도할 수 있어야하기에, 장점과 단점을 각각 나열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스타트업에서 인턴쉽이 주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경험의 범용성 (Universality of the Experience): 굳이 창업을 원하지 않고, 대기업에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도 스타트업에서의 인턴 경험을 통해 실무를 접할 수 있다. 실무에 대한 경험은 향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준비할 때 실무 사례를 바탕으로 자신이 한 일을 서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창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는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처음 창업을 할 때 겪는 실수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2) 경험의 효용성 (Utility of the Experience): 일당백을 해내야만 하는 스타트업 구성원의 기본 요건 상 일단 함께하게 된다면 인턴이라 할지라도 단순 잡무 이상의 일들을 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서류상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실전에 강한 타입의 인재라면 인턴쉽을 통해 실무 영역을 넓혀 대기업에서의 업무 경험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업무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페이팔에서의 인턴을 시작으로 팔랜티어테크놀로지 (Palantir Technologies), 에드어파 (Addepar), 백플레인 (Backplane)을 잇따라 창업한 벤처캐피탈 포메이션8의 파트너인 조 론스데일의 사례를 곱 씹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3) 인적 네트워크 (Human Network): 스타트업 창업자 들 및 다른 사내 구성원들과의 인연뿐만 아니라, 각종 스타트업 행사 참가를 통해 뛰어난 인재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적극적인 태도에 따라 우연한 만남이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는 곳이 스타트업 업계이기에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장점 중 하나다.
(4) 소득 (Income): 위의 경험을 하면서 물론 정규 입사 시와 비교해서는 적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금전적 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형식적 지식을 배우는 댓가로 매우 값비싼 수업료를 요구하는 대다수의 대학들과는 다르게, 머릿속의 지식을 현실 속에 적용해 암묵적 지식을 습득하는 댓가로 소정의 급여까지 주는 스타트업은 훌륭한 선택적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 인턴쉽이 주는 단점은 다음과 같다:
(5) 취업 기회 비용 (Opportunity Cost for Preparatory Steps to Future Employment): 스타트업에서의 인턴쉽을 통해 보다 높은 어학 점수 그리고 각종 자격증을 얻기 위한 시간을 비교적 덜 투자하게 된다.
(6) 재미 기회 비용(Opportunity Cost for Amusement): 인턴쉽을 하는 기간동안 여행을 가거나, 밤늦게까지 유흥을 즐기기 힘들어진다.
결국 종합해보면 스타트업에서의 인턴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단점보다 클 때 [if (1)+(2)+(3)+(4) > (5)+(6)] 귀중한 겨울방학을 투자해 볼 만한 이유에 대한 근거가 생기게 된다. 여기서 필자는 개개인 고유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기에, 여기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를 주제넘게 설파하기 보다는, 필자가 스타트업에서 짧은 경험을 하기로 결정했던 이유와 경험을 통해 얻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공유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센드애니웨어 (Send Anywhere)’라는 P2P 파일 전송 서비스로 유명한 이스트몹 (Estmob)에서 5주라는 짧은 시간동안 일을 했었다. 오윤식 대표와 강수혁 이사의 신뢰와 배려로 인해 짧은 시간동안 많은 업무를 주도적으로 해볼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생소했던 구글 애널리틱스 (GA: Google Analytics)의 사용, 페이스북 페이지 홍보 이벤트 및 어플리케이션 인스톨 광고, 그리고 특허 출원 문서 작성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특허 문서 작성은 복잡한 기술을 간단하게 개념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스트몹이 입주해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 수시 출입을 통해 일일히 나열할 수 없이 수 많은 창업 업계 선배분들과의 연을 맺게 되었으며, ‘쫄지말고 투자하라’라는 창업 토크쇼 프로그램을 매주 방청하며 배움을 자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위의 모든 사항들이 별도의 금전적인 보상이 없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금전적 보상을 고사했던 이유는 내가 물욕이 없어서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선택적 기로에 놓였을 때 최대 고려사항 또는 선택의 주목적이 아니었기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다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스트몹에서 업무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접했을 때 최대 고려 사항은 적시성 (기회가 올 때 그것을 적시에 잡는 타이밍)과 진정성 (혹은 특정 결정 및 행동을 위해 내 자신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한 당위적 근거)이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돈이라는 외재적 동기가 창업 경험을 원하는 진정성이라는 내재적 동기를 흐리는 것이 싫었다. 서른으로 넘어가는 인생의 큰 마디에서 돈이 결정을 지배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순도높은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내 자신에 대한 확신 및 어떤 선택을 행동에 옮겨야하는 이유가 내게는 당장 벌 수 있는 돈 몇 푼보다 더 중요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에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이치에도 맞지 않다. 허나 필자의 스타트업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습득했던 지식들을 이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공유할 수 있고, 또 누군가의 2014년 12월의 겨울방학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시점으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두서없는 글을 마친다.
여정 자체가 보상이지 그 외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하는 것, 그게 바로 목적이죠. 그러니 우리에겐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 랜디 코미사, <승려와 수수께끼> 중, <쫄지말고 창업> 89쪽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