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안되고 ‘중동의 미국’ 이스라엘은 되는 이유
2014년 11월 24일

이스라엘에서 반가운 손님이 도착했다. 스팟 아이엠(Spot.IM)의 CEO 공동창업자 나다브 쇼발(Nadav Shoval)과 이샤이 그린(Ishay Green)이 그 주인공이다.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첫 번째 사업을 시작하고 2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CEO가 된 쇼발 씨는 이스라엘에서는 유명인사다. 공동창업자이자 스팟 아이엠의 CTO를 맡고 있는 그린 씨도 1억 5천 달러(한화 약 1천6백억 원) 규모의 매각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계의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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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홈페이지위의 소셜 네트워크, 스팟 아이엠

스팟 아이엠은 웹 사이트 내에서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작은 스팟 아이엠 배너를 누르면 커뮤니티 창이 뜬다. 여기서 사람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며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함께 소비한다. 여타 다른 소셜 네트워크의 기능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다. 단, 타사 홈페이지 위에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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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아이엠이 잘 활용되고 있는 예로는 브라질의 음악 사이트인 수아 뮤지카(Sua musica)를 들 수 있다. 지난 6월 론칭한 수아 뮤지카의 스팟 아이엠은 현재 4만 8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지금도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이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으며 갤러리에는 사람들이 올린 사진들이 넘친다. 스팟 아이템 서비스 이후 수아 뮤지카의 트래픽은 25%나 상승했다. 홈페이지 운영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다. 스팟아이엠은 트래픽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서 사용자가 머무는 시간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콘텐츠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콘텐츠에 대해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며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팟 아이엠도 소셜 네트워크다. 하지만 타사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홈페이지, 또는 그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다.

 

트래픽의 25% 장악하는 0.01%의 10대 기업

현재 인터넷 전체 트래픽의 25%를 10개의 거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그린 씨는 “지금의 온라인 생태계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뉴욕 타임즈와 같은 신문사와 매거진 등은 기사를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쓰고 있지만 노출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돼 소비자가 콘텐츠 소비를 하며 생기는 이득은 소셜 네트워크가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체 콘텐츠 생산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광고수입은 지난 3분기 18억 달러(한화 약 2조 원)에 육박했다. 스팟 아이엠은 이 나머지 75%의 작은 고군분투 중인 작은 사이트들이 트래픽과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온라인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그린 씨는 “스팟 아이엠에 가입한 사이트들은 자체 소셜 네트워크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쇼발 씨는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충성심 있는 유저’로 만들기 위해서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만드는 역할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셜 네트워크가 성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 UGC 때문”이라며 “사용자와 사이트 간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어떠한 의견을 냈을 때에 운영자로부터 답변을 듣고 싶어하며 자신의 의견이 콘텐츠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왜 이스라엘은 되고 한국은 안되는가?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에서 세계시장을 넘본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곤 한다. 하지만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현재 상태로써는 이스라엘과 한국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외 진출이 활발한 이유를 물었더니 쇼발 씨와 그린 씨는 "이스라엘은 글로벌 진출을 할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약 8백만 명으로 5천만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15% 정도 밖에 안 되는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요즘 스타트업이 대부분 웹과 앱 기반의 서비스임을 고려할 때 내수시장은 4백~5백만 명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선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주변국의 시장이 시원찮다. 쇼발 씨는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며 “어딜 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그들에게 글로벌은 당연한 스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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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창업자들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찾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에서 해낼 수 있다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아메리카 드림의 구호를 이스라엘 청년들도 외치고 있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해외진출의 원동력으로는 북미 내의 네트워크, 본보기가 되는 과거의 사례 등이 꼽히지만 쇼발 씨와 그린 씨는 ‘문화에 대한 이해'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이스라엘은 북미에 대한 문화적 이해도가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그린 씨는 “미국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냥 한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 같다"며 “이스라엘을 ‘중동의 미국’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북미진출은 기존의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일 뿐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문화의 교류와 미국시장으로의 진출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만나면 항상 ‘영어'를 어려운 점으로 꼽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영어가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의 문화와 사람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기업들이 외국 진출 시 영어만큼,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에 투자하는지에는 의문이 들었다.

 

완성된 생태계, 10대들도 창업하는 이스라엘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생태계가 이미 완성돼 있다는 데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이스라엘은 80년대 업계의 문화가 다져졌으며 90년대를 지나며 탄탄해졌다. 이 때문인지 스타트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업계 사람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실질적으로 이를 체감한다. 그래서인지 이스라엘의 10대들도 스타트업에 도전하곤 한다. 쇼발 씨도 첫 비즈니스를 11살에 시작했다. 그는 “하지만 경험이 적어서인지 성공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십 대들에게 열려있는 문턱 낮은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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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쇼발 씨는 “아무리 유명인사라도 시간이 있으면 만날 수 있다”며 “누구든 만나서 비즈니스에 대해 논하고 싶으면 전화 2번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창업을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시장 안의 모든 사람이 조언자인 것이다.

스타트업 매각도 활발히 이루어는 시장도 한 몫을 한다. 이런 무심하게 들려오는 매각 소식과 성공적인 케이스들이인재들을 스타트업계로 끌어들이는 동력인 것이다.

1천 5억 달러 규모의 솔루토(Soluto) 매각 등 2건의 매각을 경험한 그린 씨도 “내 주위에 매각을 통해 백만장자가 된 친구가 25명 정도 있다”며 “이스라엘에서는 스타트업의 매각이 아주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력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 문화도 중요하다. 쇼발 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졸'인 것이다. 그린 씨는 “한국이었다면 나는 쇼발과 함께 사업할 수 없었을 거”라며 “학위도 없고 나이도 아주 어리지만 쇼발은 이스라엘에서 아주 성공한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개발을 맡길 학생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우리로서는 왜 개발자를 학생에서 찾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연해진 대학 진학과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닌 곳에 투자하는 아까운 시간이 한국 사회에선 성공의 필요조건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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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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