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창조경제를 화두로 던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국가적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비영리 프로젝트로서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즈 대통령부터 15살 소년까지 봉사자로 나선다는 이 국가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꿈같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정답은 바로 달나라에 가는 것.
스페이스아이엘(SpaceIL)은 2015년까지 구글 엑스 프라이즈(Google X Prize)의 일환으로 최초로 이스라엘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기 위한 비영리기구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더 흥미롭다. 세 명의 이스라엘 남자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우리 달에 가볼까?"라고 말을 꺼낸 것이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아이디어에 힘을 보탠 것은 현 스페이스아이엘의 회장인 얀키 마르갈릿(Yanki Margalit)이다. 얀키 씨는 이스라엘 스타트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요한 인물로 23세에 알라딘(Aladdin)을 창업하고 24년간 CEO, 회장직을 지냈다. 얀키 씨는 현재 이스라엘 달 착륙 스페이스아이엘(SpaceIL) 프로젝트의 회장, 이노도 벤처캐피탈(Innodo Ventures)의 파트너이다.
"인터뷰를 다니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어디였는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주저없이 스페이스아이엘이라고 대답한다. 스페이스아이엘의 회장인 얀키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스타타우(StarTAU)의 학생들이 이노도 벤처캐피탈을 방문했을 때였다. (StarTAU 기사 바로가기)
이노도의 파트너인 얀키 씨는 우리에게 스페이스아이엘 프로젝트를 처음 설명해주었고,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달에 우주선을 보낸다니 우선 그 꿈의 크기에 놀랐고, 대회에 참가하는 전 세계의 30 여개의 기업 중 유일하게 비영리기구라는 사실에 놀랐고, 봉사자를 자청한 15살 소년이 우주선 발사대를 제작할 것이라는 사실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연 후에 얀키 씨께 인터뷰를 청하여, 그의 집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의 집은 텔아비브에서 동쪽으로 떨어져있는 작은 마을에 위치해있었다. 얀키 씨의 집마당에는 태양열 나무가 자리해 있었다. 얀키 씨가 체스를 함께 둔다는 첫째 아들 드롤 마르갈릿은 방 안에서 컴퓨터를 하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얀키 씨의 이 아들은 내가 이노도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소년이었다. 이노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스타트업 중 한 군데서 일하는 인턴 정도로 생각했는데, 얀키씨의 아들이었다니. (얀키 씨의 아들은 영상에서 9분 20초에 잠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터뷰 동영상
스페이스아이엘(SpaceIL)을 통해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계시잖아요?
멋진 프로젝트죠. 달로 가는 것 말이죠. 과거에 달에 갈 수 있는 것은 우주선을 제작할 여건을 가진 미국, 러시아처럼 오로지 큰 국가들 뿐이었고 다른 나라들은 불가능했어요. 우리는 우주선을 짓기 위해 정부의 지원, 많은 돈, 거대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기술이 발전하여 달에 가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에 갈 수 있어요. 과거에는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 수억달러가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봉사자, 엔지니어, 청소년들, 각 산업군에서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우주선을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었어요. 간혹 정부에게서 지원을 받긴 하지만, 저희는 민간 단체이고, 비영리기구이죠.
다른 국가들은 모두 영리기관인데 비해 스페이스아이엘(SpaceIL)이 유일한 비영리기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전에 구글 루나 X 프라이즈(Google X Prize)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야겠네요. 달에 로봇 탐사선을 최초로 착륙시키는 민간 기업에 2천 만 달러(한화 205억9,000만 원)를 지급하는 국제 공모전입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아닌 민간 부문에서 참가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팀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구글 X프라이즈는 민간 경쟁을 통해 기존에 수억달러가 소요된 달 탐사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30여개의 참가국 중 이스라엘이 오로지 비영리기관으로 출전하죠. 저희의 1차적인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교육, 과학을 발전시키고, 후세대에 본보기가 되는 것이었어요. 어린 아이들이 이 우주선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 거죠.
이스라엘의 국가적인 미션으로 보시는 군요.
이것은 이스라엘의 국가적인 과제이지만 또한 전 세계적으로 민간 기업에게 개방된 공모전입니다. 저희는 특별히 비영리 미션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봉사자, 후원자의 지원을 받습니다. 스페이스아이엘은 기본적으로 국가 주도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기때문에, 민간 기업도 우주에 가는 것을 꿈꿀 수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대, 세대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구글 루나 X프라이즈가 민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작되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떠오르고 있는데, 지금은 바로 메이커의 세대(Maker’s Generation) 입니다. 이 세대는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을 기술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시작합니다. 대기업이 아니라 개인들이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달에 로봇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것은 정말 극단적인 예이지요.
오늘날 메이커, 기술 사용자들은 3D 프린팅, 나노테크노, 바이오 테크, 컴퓨팅, 로봇, 그 모든 것을 새로운 컨셉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너무나 간단해져서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세요?
달 탐사하는 것을 아주 쉽게 말했지만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큰 프로젝트이며, 아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곳으로부터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고안하는 우주선은 아주 작아서, 이 작은 우주선을 다른 위성에 붙여서 더 강한 발사를 해야해요. 마치 히치하이킹처럼 지구를 떠나고 나면 우주선은 위성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그 다음에 달과 지구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달로 방향을 잡는거죠. 높은 속도를 잘 조절해 달에 출돌을 일으키지 않고 잘 착륙하게 합니다. 공기가 없기 때문에 낙하산을 펼 수가 없거든요.
우리 엔진으로 달에 하강하는 힘에 버금가는 우주선을 받쳐줄 힘을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할 것입니다. 우주선을 달표면에 무사히 착륙시켰다고 해서 공모전에서 우승하는 것이 아닙니다. 착륙 후 500m 이상 달표면을 탐사한 후, 상세한 영상, 화상 및 데이터를 지구에 송신해야 합니다.
이 미션을 떠나서 우리가 따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우리는 우주선에 사진을 넣어서 달에 보낼 거에요. 페이스북을 사용자들이 달에 보내주었으면 하는 자신의 사진을 저희에게 주면, 저희가 하드디스크에 사진을 넣어서 달에 가져가는거에요. 인류의 사진을 달로 보내는 거죠.
어떻게 이스라엘의 아이들에게까지 이 프로젝트를 알릴 생각을 하셨나요?
우주선을 달에 보내고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하는 목적이 뭘까요? 경제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이 과제 수행을 정당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이에요. 이 과제를 이루고 나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보면서 말하는 거죠. "우와! 해냈네! 그 다음에는 뭘 할 수 있을까? 화성으로 갈까? 달에서 무엇을 가져올까? 우리는 위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교육, 우주 탐사, 엔지리어링을 더 발전시키고, 이 분야에 후세대를 육성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꿈을 가지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다주고 싶습니다.
얀키씨를 보면 우주 탐사, 태양열, 3D 프린팅, 비트코인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관련 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인가요?
우주 탐사, 태양열, 3D 프린팅, 비트코인과 같이 앞서 언급한 기술들은 개인들이 마스터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당신이 태양에너지를 쓰고 싶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인터넷에 들어가서 ‘제가 어떻게 태양에너지를 사용해볼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면 됩니다. 태양에너지 패널을 직접 만들고 집에서 사용한다고 해서 전문적인 다른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쉽게 태양에너지 패널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3D 프린터를 실험해보고 싶으면 저렴한 가정용 프린터를 구매할 수 있고, 3D 프린터를 비치한 커뮤니티 센터에 가서 하실 수도 있고, 가까운 도시에서 매번 새롭게 열리는 3D 프린팅 워크샵에 가서 사용할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한 번 만져보고, 갖고 놀아보고 싶다면, 무엇이든 접근 가능한 시대입니다.
바이오테크놀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DIY 바이올로지 기관도 있고, 아이잼도 있지요. 이외 다른 기관들이 도시들마다 있지요. 당신이 청소년이라도 들어갈 수 있어요.
전자기기도, 로보틱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늘날 당신만의 로봇을 만드는 것은 과학으로만 가능한 게 아니에요. 당신이 꿈꾸는 것들을 이루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신기하죠? 대중들이, 어린 친구들이 우주 탐사, 태양열, 3D 프린팅, 로봇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친구가 "야, 바나나를 곧게 펴는 기계를 만들어보는게 어때?" 라고 물었을 때, 미국인 친구와 이스라엘 친구의 반응이다. 미국인 친구는 "일단 우리는 MIT공대 출신의 엔지니어들을 모아야 되고, 바나나에 대해 잘 아는 생물학자, 등등이 필요할 것 같아."하며 프로젝트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들을 모은다. 팀을 결성하고 연구를 거듭하여 2년 뒤 300달러 짜리 바나나 기계를 만들어낸다.
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야, 바나나를 곧게 펴는 기계가 대체 왜 필요한데!" 하면서 자기네들끼리 바나나 기계를 둘러싸고 한 참 논쟁을 벌인다. 그러고 나서 이 친구들은 기필코 집에 가서 바나나 곧게 펴는 기계 프로토타입을 11일 만에 제작하고야 만다. 친구들과 실험해보니, 곧게 펴진 바나나가 70%, 불량 바나나가 30%다. 아이디어를 처음 낸 친구가 말한다. "야, 이게 뭐야. 불량이 30% 잖아!" 엔지니어는 말한다. "야 처음부터 이런 멍청이 같은 아이디어를 낸 게 누군데!" 하며 논쟁을 벌이면서 다시금 불량률을 줄이는 바나나 기계를 제작하고야 만다.
'Get Things Done.'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하라. 필자가 이스라엘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이다. 한편으로 이스라엘이 부럽다.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를 다음 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배짱과, 이 꿈같은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창업가 출신 투자자들을 보유한 국가라니.
얀키 씨도 언급했듯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은 극단적인 예이며, 작게는 1인 메이커로 시작한다. 창업국가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얀키씨의 말처럼 창업가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지 않더라도, 내가 꿈꾸는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주변에 있음을 알고 도전하는 메이커(Maker)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