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Softbank Ventures Korea, 이하 소프트뱅크 벤처스)는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중 하나다.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 코퍼레이션(Softbank Corp.)의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는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1천6백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벤처스는 한국을 근간으로 아시아와 일본보다 넓은 영역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많은 포트폴리오 회사들과 함께 선데이토즈와 서니로프트같은 괄목할만한 성공 사례를 자랑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강준 상무를 만나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한국 스타트업계의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계 벤처캐피털 소프트뱅크벤처스, 한국에 본사를 둔 이유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벤처캐피털 자금은 100% 소프트뱅크코퍼레이션(Softbanks Corp.)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한국의 서울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투자 회사의 대다수도 한국 기업이다. 소프트뱅크 벤처스의 이강준 상무는 그 이유에 대해 "일본 스타트업에 비해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훨씬 더 활동적이고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면서, "지난 몇 년간 일본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회사들은 이미 아시아를 아우르는 강력한 네트워크와 광범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에게 부족한 부분이다. 이강준 상무는 “바로 이 부분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비롯한 일본 벤처캐피털들이 한국 스타트업에게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와 경험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성숙도 역시 일본이 뛰어나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금융시장은 한국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나고, 자금이 확보되어 있으며 규모 역시 시리즈 B,C 단계에서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업계 자금 버블 현상, 국내 스타트업에게 득일까 실일까
요즘 한국 스타트업계는 자금 홍수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상무는 “업계에 버블이 끼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블을 ‘필요악’이라고 정의했다. 버블은 사람들로 하여금 투자에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환경이 마련되며 더 많은 사람, 특히나 젊은 청년층이 스타트업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기업이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교훈을 얻고 배우며 차후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멋진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젊은 청년층은 스타트업을 통해서 나름의 MBA 과정을 밟아갈 수 있는 것이다.
수와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의 질적 향상 측면에 대해 그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 상무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려줬다. 문턱이 낮아지고 다양한 도전들이 생겨나며 그 질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창업이 쉬워지고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VC 입장에서 좋은 회사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이 상무는 무턱대고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전체 업계의 질이 희석될 위험이 있다고 염려했다.
해외 진출 가로막는 '현지화', 핵심 기술 있을수록 덜 중요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미비한 편이다. 최근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스타트업의 소식이 들려오기는 하나, 아직은 소수만 두각을 보인 상태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기업들이 10여 년에 걸쳐 수백 억의 돈을 투자해서 해외 진출을 한 것에 비하면 국내 스타트업들은 비교적 빠르고 쉽게 해외진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성적을 봤을 때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강준 상무는 그 이유로 현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을 꼽았다. 현지 정보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특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서비스 기반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스타트업들은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적절한 사람을 채용하거나 해외 진출 초기 단계부터 현지의 파트너와 함께해 나아가는 것이 좋다. 현지 외국인이나 재외동포를 고용하는 것은 이러한 기술과 문화의 간극을 채우고 기업의 글로벌 지식 수준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잘 구축해 나아가는 게 세계시장을 노리는 데에 핵심적인 요소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비지니스 모델이나 마케팅 지식보다는 핵심 기술과 상품을 갖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핵심 기술이 성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수록 현지 정보나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된다"고 이강준 상무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강준 상무는 이스라엘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교하며, 그들로부터 국내 스타트업이 배워야할 점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공은 두 가지의 주요한 요소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로 그들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경쟁자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 예를 들어 미국의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이스라엘인들은 스타트업들과 바이어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국 스타트업에게 아직 부족한 것은 이런 높은 수준의 고급 인맥이다.
두 번째로 한국은 모범이 될만한 훌륭한 기업 성공 신화가 부족하다. 이스라엘은 ICQ의 인수 이래로 기업가 정신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없었다. 최근 카카오톡과 쿠팡의 성공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수학 교육 스타트업 '노리(Knowre)'에 73억 원의 추가 투자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 호황기가 버블 붕괴라는 비참한 결말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 스타트업의 자생과 핵심 기술 확보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