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IT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4월 14일 정자동 네이버 그린팩토리에 모였다. 이들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 센터장 임정욱)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여해 한국 대중들에게 '스타트업', '커리어', '혁신'에 대한 관점을 전달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스타트업 대표, IT 기업 임직원 등으로 일하는 한국인 11명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이 활동하는 무대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하여 시애틀, 보스턴, 일본 도쿄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나 눈길을 끈 '스타트업'에 관한 순서는 음재훈 트랜스링크 캐피털(TransLink Capital) 대표의 실리콘밸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어 스타트업 세션에서 미국 스타트업 캠프인 Y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 한국 스타트업으로서 최초로 참가한 경험을 공유한 하형석 미미박스(Memebox) 대표, 영어를 잘 못 하는 여성 창업자의 분투기를 들려준 이수인 로코모티브랩스(LocoMotive Labs) 대표, 디자인으로 미국 동부 수재들을 리드하고 있는 이혜진 더밈(The MEME) 대표 등이 스타트업 대표로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 로코모티브랩스의 이수인 대표, 더 밈의 이혜진 대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스타트업 패널 토크를 생생하게 전해본다. 패널 토크는 음재훈 대표의 모더레이터로 진행됐다.
창업초기, 내가 이것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게 있다면?
20살에 코파운더 10명이랑 창업할 걸 : 하형석 대표
두 가지가 있다. 20살에 창업할 걸, 코파운더 10명이랑 같이 창업할 걸 이 두 가지다. 먼저 20살에 창업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창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것을 경험하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을 일찍 할 수 있으면 좋은 것 같다. 뉴스에는 안 나오는 힘들고 안 좋은 점도 되게 많은데 어차피 겪을 거라면 일찍 할 걸 하는 생각을 한다. 군대 일찍 다녀오라는 것과 똑같다. (웃음)
또 한가지가 10명의 코파운더랑 같이 창업했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 미미박스는 코파운더가 한 명 있는데 이런 저런 하고 싶다 생각 하는 게 많은데 그럴 때마다 공동창업자가 더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지분 이런것을 떠나서 나는 원래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열 명 정도 같이 했으면 더 끈끈한 재미와 보람이 있었을 것 같다.
사업이란 내가 잘나서 잘되는 게 아냐 : 이수인 대표
사실 나는 운명의 장난으로 창업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안됐을 때 창업을 시작한 것도 있지만 충분히 치열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많은 사람이 “넌 괜찮을 것 같아, 너 잘할 것 같아”하고 이야기해주셨는데 지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알게 됐다. 그 외에도 모르는게 너무 많은데 빨리 알아야 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뒤를 돌아보면 알았어도 못했을 것이고 또 몰라서 안 했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업이란 자기가 잘나서 되는 게 아니다. 숙명이고 운명인 면이 있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인터넷을 너무 믿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실리콘밸리에 가서 그곳에서 배웠다.
내가 아는 실리콘 밸리와 여기 한국에 있는 사람이 아는 실리콘 밸리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굉장히 좋다고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가기도 전에 탑 액셀러레이터가 어디고 투자자는 어디가 있는지 먼저 공부를 한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오히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씩 해나가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 인터넷을 보고 최적의 패스를 계산하는 것보다 지금 비행기 표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업은 종합예술, 좀 더 나이 먹고 내공 쌓여야 되는 거 아닐까? : 이혜진 대표
나는 너무 돈을 모르고 시작했다. 내가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서 10만 달러, 1억 원 정도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돈이 뭐고 투자가 어떤 것인지 너무 몰랐다. 투자에 대해서도 ‘망하면 혼자 망해야지 왜 다른 사람까지 망하게 해서 그 사람까지 슬프게 하지’하고 생각했고 남의 돈을 받아서 잃으면 평생 잠도 못 자게 될 거라 생각했다. (웃음) 한번은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그 사람에게 “나는 검증이 안 된 상태고 나도 나를 못 믿는데 못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오피스를 빌리는데 대게 3년, 5년 단위로 빌린다. 그런데 나는 1년짜리를 찾았다. 1년 넘게 내가 사업을 유지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업은 종합예술이다. 그런 종합예술을 20대에 완성하는 것은 대단한, 어떻게 보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어린 나이에 성공한 마크 저커버그를 보고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하지만 그도 혼자 잘나서 된 게 아니다.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었던 것이다.
종합예술은 나이를 좀 더 먹고 내공도 쌓이고 혜안도 갖게 되고 나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확률적으로 망하는 게 정상인 스타트업, 성공할 거란 확신 갖고 시작하나?
330억의 투자와 직원들, 한국 최초의 와이콤비네이터는 망할 수 없다 : 하형석 대표
자아실현을 위해 창업하지는 않았다. 나는 혼자서 일을 잘 못 하는 사람이어서 공부도 못한다. 다시 태어나도 변호사나 의사는 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나는 팀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스타트업이 뭔지 창업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시드 3천5백만 원으로 시작한 게 나중에는 330억 원을 투자받게 됐다. 직원도 생기고 회사가 커지다 보니 이제는 망할 수 없게 됐다. 2억 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망하면 한 달에 100만 원 씩 20년 동안 갚아야 하구나”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330억은 어떻겠나. 내가 좀 더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다.
이러한 과정이 지나가니 또 다른 새로운 단계가 있었다. 와이콤비네이터에 갔을 때에는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야, 태극마크 달고 한국 깃발 실리콘밸리에 꽂는 거야’하는 생각에 잘 수 없고 쉴 수 없었다. 와이콤비네이터의 첫 한국 회사인데 “실패했습니다”하고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어디서 ‘출세의 의미는 사회의 부름을 받고 나오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내가 쉬고 싶어도 직원들을 보면 쉴 수 없고 실적은 없더라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 됐다. 이제는 한국의 뷰티라는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종목을 미국, 중국경쟁자들로 부터 창과 방패를 만들어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해 나가며 뜻이 생기는 것이다.
한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몽땅 담은 우리 부부, 하지만 두려워한 적 없어: 이수인 대표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게 있어서 창업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서비스는 없지 하고 생각했는데 조사해보니 정말 그 부분이 비어있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우리 회사가 망할까 봐 걱정되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이 미션을 앞으로 못하게 될까 봐,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계속해서 있어야 하는데 이게 중지될까 봐 무섭다.
나는 남편이랑 창업했다. ‘절대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마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부부는 정말 완전 올인한 케이스다. 회사가 망하면 우리 가족은 많은 것을 잃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두려워 해 본 적은 없다. 그걸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정상이 아니어서 이 길을 온 것 같다.
절벽에서 떨어져도 어딘가 걸리게 돼 있다 : 이혜진 대표
사실 준비하고 좋아하면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건 시작을 하고 나서인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게 절벽에서 뛰어내리듯 확 뛰어내리면 어딘가 꼭 걸리더라. 나뭇가지에 옷이 걸리든, 발판이 생기든 정말 끝까지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숲으로 떨어지고 또 누구는 물로 떨어지는데 가보지 않고 멀리서만 보고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시작을 하고 진행하며 해쳐가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첫 번째, 두 번째 사업이 망해도 그것을 접고 다른 스테지로 나아가는 것, '고생했구나' 하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