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시스템을 파괴하는 이미지로 각인되버린 해커가 보안 시스템을 직접 만들었다. 이것은 바로 모바일 보안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에스이웍스의 홍민표 대표의 이야기다.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영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아야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면 그를 보라. 뛰어난 기술력과 팀워크로 미국 진출 도전을 시작한 에스이웍스(SEWORKS) 홍민표 대표는 그만의 방식으로 미국 보안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영어 실력에 앞서 기술력 그리고 현지인들과 놀고 어울리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홍민표 대표에게 흥미로운 미국 진출기를 들어보기 위하여 에스이웍스를 찾았다.
- 에스이웍스가 미국 진출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에스이웍스의 서비스 '메두사(Medusah)'는 모바일 보안 위협으로부터 애플리케이션을 보호해주는 모바일 앱보안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자체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국가와 상관없이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었죠. 그래서 시장을 한국으로 국한할 필요가 없었어요.
- 미국 진출을 하려면 미국 법인 설립도 하고 채용도 하셨을텐데,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문제 때문에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어눌하게 할지라도 의미 전달만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미국에서 일을 할 때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머뭇거릴 때도 있었어요. 저는 그때 상대방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뒤에 사전을 찾아서 보여주면서 말을 이어나가거나 한국말을 섞어가면서 했죠. 전달하려고 하는 말의 핵심 키워드만 영어로 하고 조사를 한국말로 해도 의사 전달에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상대방도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걸 존중하고 감안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영어보다는 기술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들어 그저 그런 프로덕트를 설명하는 한국인과 한국말은 어눌하게 할지라도 뛰어난 기술을 설명하는 외국인이 있을때 어느 것을 선택하겠어요? 마찬가지 상황이죠. 지난 2013 비글로벌 (2013 beGlobal)에서 무대에서 서비스에 대한 발표를 하고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질문에 대해 영어로 답을 잘 못했어요.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와 부스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데,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회사 DFJ 창업자인 팀 드레이퍼가 에스이웍스 부스로 찾아왔어요. 그때 무대에서 하지 못했던 메두사 서비스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죠. 그리고 대화를 다 하고 드레이퍼가 오히려 다음에는 한국말 잘하는 친구를 데려오겠다며 더 이야기를 하자고 했죠. 영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실력이 우선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 해외 현지에서 네트워킹은 어떤 식으로 해나가셨는지 궁금하네요.
기본적으로 현지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네트워크를 쌓아 나갔어요. 미국에 오기 전에 미국 진출을 하려면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하고, 백인을 대표로 세워야하며, 상위 몇 퍼센트에 드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사교 모임에 가야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죠. 나는 내 길을 가고, 내가 필요하면 내가 직접 그 사람들과 약속을 잡아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격있는 사교모임을 가기 보다는 캐주얼한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냈어요. 실리콘밸리 지역에는 크고 작은 파티가 열려 사람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편하게 이야기를 해요. 예를 들면 주말 저녁에 바베큐 파티를 열어 사람들이 편한 복장을 하고 나와 취미나 관심있는 분야, 혹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그런데 한번은 우연치 않게 구글 임원이 옆에 있었어요. 아무래도 메두사가 안드로이드 앱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다 싶어서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려다가, 즐기러 온 파티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친분을 나아갔어요. 근데 오히려 지금은 개인적인 메일도 주고받는 친구사이가 되었죠.
- 결국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개방적인 마인드가 중요했던 것 같네요.
파티나 행사를 갔을 때 구석으로 가서 소극적으로 있으면 얻는게 없어요. 기회가 있을땐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야 합니다. 저는 파티에 가면 중심부 쪽으로 가서 외국인에게 먼저 말을 걸었어요. 그곳은 담배가 비싼데 그래서 가끔은 사전에 담배를 몇 보루씩 가져가 사람들과 같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하기도 했죠. (웃음) 그렇게 먼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취미를 같이 공유하다하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비즈니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기회도 많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 외에도 미국 국내선에서 유명한 스타트업 CEO들과 만나기도 했어요. 미국 국내선은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값싸게 살 수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한테 제 소개를 간단하게 하고 안부를 물어보면 가끔 유명한 기업 CEO들이 옆에 앉아있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땐 노트북을 틀어서 제가 무슨 서비스를 하는지 간략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페이스북 친구와 링크드인 친구를 맺어나갔죠.
- 적극적인 자세, 오픈마인드 두가지가 핵심이군요.
적극적인 자세, 오픈 마인드가 사실 추상적인 이야기이지만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끔 영어 실력 때문에 말을 소극적으로 하거나, 혹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뺏길까봐 염려해 말을 줄이는 사람이 있는데 적당히 오픈마인드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주기도 해요.
제 경우에도 처음에 사람들이 기술에 대하여 물었을때 ‘기술을 왜 캐묻는 거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어차피 코어 기술만 얘기 안하면 같이 뭔가 마케팅을 해볼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물어보는 대로 설명을 했습니다. 물론 완전 핵심 기술은 비밀로 했죠. 핵심 기술을 제외하고서는 오픈해서 설명해주었더니 오히려 전문적으로 보여 신뢰도 얻었고, 제품에 대한 의견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기존 방식에 수긍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만의 방법을 개척하는 대범함이 보이는 것 같아요.
해커들이 보통 정형화되어 있는 방식 보다는 좀 더 쉽고 빠른 길을 찾으려 하는데 그런 해커들의 본능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쉬운 방법,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죠. 그래서 노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런것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아요. 항상 비니를 쓰고 다니는데, 비니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어느 날은 비니에 조금 늘어난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걷는데, 경찰들이 오클랜드 갱단으로 오해를 해서 헬기도 뜬 적이 있었죠. (웃음)
- 해외 시장 진출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는 가운데, 에스이웍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에스이웍스는 모바일 앱 보안 쪽에서만큼은 전세계 1위 정보보안 기업인 '시만텍'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 1위 기업’이 되겠다 보다는 ‘유니크한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비교할 때 1등보다는 ‘우리만의, 우리니까, 우리만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궁극적으로는 원 빌리언 기업 가치, 즉 1조 기업 가치를 꿈꾸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설립한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아 달성율이 10% 미만 정도에 불구하지만(웃음), 앞으로 더 박차를 가해야죠.
- 마지막으로 비즈니스를 해나가시는 데에 있어서 대표님만의 철학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에스이웍스는 인재를 채용할 때에도 ‘이 사람이 과연 우리 팀에 들어와서 잘 어울리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져요.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잘 놀고, 잘 어울리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팀워크도 좋고 창의적인 생각도 많이 하게 되죠.
또 저는 일은 즐겁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돈을 벌기 위해 일하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팀원들에게 맨날 물어봐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재밌냐?"하고요.
마지막으로 대표, 상사 이런 위계 질서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료, 가족,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요. 대표라고 해서 특별한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대표로 수감되고, 돈이 필요할 때 어떻게해서든 벌어오는 사람일 뿐이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