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는 정말 오늘도 평화로울까, 중고 시장을 혁신하는 ‘셀잇’ : 제가 한 번 써보겠습니다 ①
2015년 02월 10일

[입금했습니다 아까 보낸 주소로 보내주시구 송장번호 주세요]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요 30만원인데 3만원 들어왔습니다 0 하나 빠뜨리신 것 같은데]
[일단 보내주세요 그럼 한 달에 3만원씩 10번 보낼게요]

- 오늘도 중고나라는 평화롭습니다 시리즈 中

유난히 크고 작은 사기 사건이 많이 터지는 곳이 중고 시장이다. 아마추어 꾼들의 수법과 태도도 유난히 어이 없고 뻔뻔한 경우가 많다. 반어법적 의미의 '오늘도 중고나라는 평화롭습니다' 유머 시리즈는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다. 얼마 전에는 매진 행렬인 허니버터칩 판매자가 1,300만 원을 챙겨 잠적한 일도 있었다.

대학생이었던 2005년부터 친구들의 중고 제품을 대신 팔아주는 것을 취미 삼았던 '셀잇'의 김대현 대표는 2013년, 중고시장이 8년 전과 비교해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발견하고 셀잇을 만들었다. 불편해도 늘 평화롭다고 자위하는 중고 시장의 사용자들을, 셀잇은 모바일 세상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이제 막 월 1억 매출을 내며 시동을 걸고 있는 '셀잇'을 직접 사용해봤다.

셀잇 사용기
니콘 카메라 판매하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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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30초 만에 중고 판매가 끝날까. 낡고 오래된 니콘 DSLR 카메라 판매를 두고 실험해보았는데 2분 정도가 걸렸다. 그래도 여타 중고 거래 플랫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굉장히 간단한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카테고리는 전자기기로 한정되어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향후에는 의류 등 중고 물품은 모두 포함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지만 올해까지는 전자기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른 상품에 비해 객관적인 가격 설정이 가능하며, 가격대만 맞으면 판매가 쉽게 이루어지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각 기기 특색에 맞는 정보들을 채워야한다. 예를 들어 카메라의 경우 '바디+렌즈', '바디만', '렌즈만'의 세 가지 판매 옵션이 있으며, 중고 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누적 컷수를 밝혀줘야 한다. 구매자가 원하는 정보를 콕 찝어서 알려주는 것이 성공적인 중고 판매의 비결이다. 김 대표의 10년 간의 중고 업계 노하우를 서비스에 녹였다.

모든 항목을 체크하고 나면 24시간 내에 가격을 정해주는 '스마트 프라이싱 엔진(smart pricing engine)' 시스템이 가동된다. 기존 10만 건 이상의 중고 시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해주는 것이 강점이다. 중고 거래의 경우 객관적 시세에 기반하기 보다는 판매자 본인의 감, 경험에 의해 대중없이 가격이 정해진다. 이 때문에 가끔 판매자가 불만족스러워하는 경우는 있지만, 구매자는 최대한 객관적 시세에 맞춰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객 재방문율은 40%에 이른다.

2주가 넘게 올려놓은 제품이 안 팔릴 경우 셀잇이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도 셀잇 거래는 일종의 보험이다. 결제 역시 셀잇을 거쳐 진행돼 돈을 받지 못할 걱정도 없다. 적자가 안나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판매 되는 상품이 90%고, 나머지 10%만 셀잇이 사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골동품이 된 pmp, 전자사전 역시 셀잇 내에서는 아주 잘 팔리는 아이템 중 하나다. 올해는 24시간이 아닌 실시간 가격 책정을 목표로 한다.

블루투스 헤드폰 구매하기 편 

인간의 목표 세우기와 구매 욕구 간 메커니즘을 잘 간파하고 있는 업자만이 상거래 업계를 장악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새해를 맞아 운동 계획을 세우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을 구매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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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대표를 인터뷰 하기 전 설치했던 셀잇에서 시가 6만 3천 원 가량의 블루투스 헤드폰을 중고가 3만 원에 찾았다. 구매 절차는 여타 쇼핑몰과 다르지 않다. 신용카드, 실시간계좌이체, 무통장입금이 가능하다. 문제는 맥 사용자는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바일 앱으로 넘어가 결제를 다시 시도했다. 케이페이(Kpay)라는 결제 수단으로 연동이 되었는데, 다이얼을 돌리듯이 올바른 숫자를 맞춰 넣어야 하는 시큐락 보안 시스템은 다소 복잡했다. 모든 상거래 업자들이 새로운 핀테크 시스템 도입을 고대하고 있는 이유다. 김대현 대표 역시 인터뷰를 통해 '전자상거래의 경우 결제가 구매의 마지막 단계이고, 사용자를 결제 단계까지 끌고 오는 것이 핵심인데 국내 결제 시스템 하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문의사항이 있어 앱 내 '문의하기' 메뉴를 통해 질문을 접수했다.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메일로 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고객 대응은 김대현 대표가 직접 맡고 있다. 몇 번의 메일이 오가는 동안 모든 답변은 30분 이내에 이루어졌다. 다만 앱에서 질문을 보내도 메일로 답변이 돌아왔는데, 앱 내에서 메신저 형태로 문의 질답이 오고 가는 편이 더 직관적이고 편리할 것 같다는 의견이다.

sellit

결제 후 2일 후 물품이 배송됐다. 현재 셀잇에서는 타사 대비 4배 이상 고가인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 상품은 질소 과자 봉지처럼 물 위에서도 둥둥 떠다닐 것 같은 거대한 포장재에 쌓여서 배송됐다. 김대현 대표는 '중고 제품을 사지만, 경험만큼은 중고가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고가 포장재 사용 역시 사용자 경험의 극대화를 위해 채택한 방식이다. 그들의 철학처럼 낡은 것을 받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셀잇은 올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예정 중에 있다.

배송된 블루투스 헤드셋은 중고 제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외관 상 깨끗했다. 셀잇은 모든 중고 제품을 사무실로 배송 받아 직접 검수와 사진 촬영을 거친 후 플랫폼에 올린다. 현재 사내 검수 직원만 4명을 따로 두었다.

블루투스 헤드셋에 작동 오류가 있는 것 같아 문의를 했다. 셀잇은 '재검수 후 문제가 있는 상품일 경우 바로 환불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응답했다. 착불로 반송을 보냈고 오늘, 물건 문제가 아니라 사용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건에 문제가 있을 경우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일반 중고 거래에서라면 당사자끼리 얼굴을 붉히거나 책임을 미루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중고 시장, 셀잇은 새 판을 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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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잇은 지난 7월 더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정확한 투자 금액은 밝혀진 바 없지만 더벤처스는 평균 5천에서 1억 5천만 원 정도의 초기 투자를 한다. 이 달 셀잇은 누적 거래액 10억, 월 매출액 1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하루 들어오는 주문 건수는 5-60개, 한 달로치면 500여 개의 상품이 사무실로 배송된다.

중고 시장은 온오프라인을 합산해 18조 원 규모로, 저성장과 신소비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잠재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그러나 복잡한 결제나 사기 문제가 극성을 부려도 이미 '중고나라', '중고장터'와 같은 대중적인 플랫폼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새로운 서비스로 유치해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실제 셀잇을 통한 판매, 구매 경험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결제 부분에서는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남아있었다. 또 현재는 택배, 퀵 업체들과 파트너쉽을 맺어 배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배송량이 늘어남에 따라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과제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핀테크 관련 규제들이 풀리기 시작한다는 점과 디지털 전자기기에 특화된 플랫폼이라는 점 등이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매출 추이가 소비자들의 욕구를 방증하고 있다.

김대현 대표의 2015년 목표는 10배 성장이다. 개인 셀러부터 용산 업체까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뛰어들어 보수적이면서도 터프한 중고 시장 속에서 셀잇이 어디까지 시장을 점유해나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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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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