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캔디(See’s Candies)의 교훈 – 비싸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서비스
2014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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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여행이나 출장 온 경험이 있는 분들은 웬만한 미국 공항에서 씨스캔디(See’s Candies)라는 초콜릿을 봤거나 구매해 보신 경험이 있을 거다. 나도 미국에서 공항을 이용할 일이 있거나 한국에 갈 때 항상 선물로 2-3박스 정도는 산다(그리고 내가 다 먹는다). 씨스캔디라는 회사는 1921년에 LA에서 찰스 시(Charles See)가 그의 어머니 메리 시(Mary See)와 부인 플로렌스(Florence)와 함께 창업한 작은 캔디 구멍가게였는데, 최근에 한국에도 진출한 걸로 알고 있다. 이 초콜릿이 더욱 더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 맛이 너무 좋다는 이유 외 – 1972년도에 워렌 버핏이 2,500만 달러에 인수해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회사이기 때문이다.

3주 전에 난 샌프란시스코에 잠깐 갔다 왔는데, LA로 돌아올 때 공항에서 습관처럼 씨스캔디 한 박스를 사서 거의 이틀 만에 와이프랑 다 먹었다. 이 초콜렛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너무 맛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다른 초콜릿 처럼 단맛이 강하지 않다. 그리고 내가 1999년도에 처음 먹었던 그 씨스 캔디와 2013년도에 먹는 씨스 캔디는 맛이 똑같았다. 포장 또한 거의 변하지 않고 옛날 그 촌스러운 포장 그대로이다. 씨스 캔디는 절대로 싸지 않다. 24-28개 짜리가 22-28달러 이니까 작은 초콜렛 하나에 거의 1달러인 셈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내 주위 사람들은 그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내가 먹어도 행복하고 남한테 선물 줘도 항상 맛있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우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도 사드릴 때마다 너무 좋아하신다.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들도 씨스캔디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특별히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 요란한 껍데기와 포장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비즈니스의 코어(core)에만 집중하면 그 서비스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본질이 좋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씨스 캔디는 초콜렛의 품질과 맛으로 승부를 한다. 가격을 깍지도 않고, 크게 광고를 하지도 않고, 이런저런 초콜렛 행사 참여하는 데 돈을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항상 같은 포뮬러(formula)를 사용하고 최상의 원료를 사용한다 (내 친구가 씨스 캔디스에 원료를 납품하는데 품질 관리 정말 까다롭다고 한다). 왜냐하면, 맛이 좋으면 고객이 항상 다시 찾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우리 투자사와 마케팅에 돈을 쓰냐 마냐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씨스 캔디스 생각을 했다. 거창한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지만, 결국 제품이 좋으면 고객이 발생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우리가 합의한 결론이었다. 한국의 경우, 요새 정부에서 주관하는 행사도 많고 이런저런 피치(pitch) 대회도 많은데 이런 데만 여러 번 참여하는 많은 회사들 보면 솔직히 한심하다. 진작 중요한 게 뭔지 모르고 너무 껍데기에만 신경을 쓰는 거 같은데, 그럴 시간에 제품이나 좀 제대로 만들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객들이 사용할만한 제품을 만드는데 100%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도 성공확률은 5% 미만인데 발표자료랑 회사소개서 만드는데 사장과 경영진들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비싸면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있고, 비싸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다. 후자가 되려고 모든 벤처인들은 노력해야 한다. 씨스캔디 처럼. 참고로 씨스캔디는 워렌 버핏이 공식 석상에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투자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미지 출처: See’s Candies 웹사이트 http://www.sees.com>
<스타트업 바이블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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