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이끼’의 윤태호, ‘타이밍’의 강풀, ‘트레이스’의 고영훈, ‘러브메이커’ 정종수, ‘아만자’ 김보통, ‘아귀’ 조덕제 작가 등 웹툰을 잘 모르는 이들도 이들 ‘스타 웹툰 작가’들의 소식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바로 그들의 '웹툰(온라인 만화)'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콘텐츠로 리메이크되었기 때문이다.
그중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작년 티비앤(tvN)을 통해 방송될 당시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또다시 책으로 발간되어 총 220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스팟툰' 통해 콘텐츠 수출 판로 열어
“한국 웹툰에는 독창성이 있다”며 롤링스토리의 권복기 대표는 한국 웹툰 콘텐츠의 글로벌 가능성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롤링스토리는 글로벌 웹툰 포털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으로서 국내 스타 웹툰 작가들이 주주로 출자해 만든 작가조합 ‘투니온(Toonion)’이 작년 12월에 설립한 회사다. 롤링스토리는 현재 한국 웹툰을 북미 시장을 비롯한 170개국에 판매하는 웹툰 플랫폼 ‘스팟툰(Spottoon)’을 운영 중이다. 해외에 서비스 중인 네이버의 ‘라인 웹툰’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타파스틱(Tapastic)’은 프리미엄 서비스로 한 웹툰 시리즈당 3달러(한화 약 3천5백 원)에 판매하는 반면 스팟툰은 한 시리즈당 30~50달러(한화 약 3만5천 원~5만8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롤링스토리는 스팟툰을 통한 유료 콘텐츠 수출과 더불어 원천 콘텐츠인 웹툰을 영화, 드라마, 게임, 출판 등의 콘텐츠로 다시 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One Source Multi Use) 사업도 진행 중이다.
롤링스토리는 이를 위해 콘텐츠 사업의 핵심인 콘텐츠 자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콘텐츠를 수출하려면 좋은 작품이 원작 그대로 해외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 그들의 코드에 맞는 문화나 뉘앙스를 반영해야 한다”며 “롤링스토리의 콘텐츠는 5단계의 전문 번역을 거쳐 완성되며 이에 웹툰 한 시리즈(평균 80회)당 1천만 원을 사용한다”고 권복기 대표는 밝혔다.
웹툰이 영화의 ‘스토리보드’ 역할, 웹툰의 영화화 가능성 문 활짝
롤링스토리에서 OSMU 사업을 총괄하는 김선희 본부장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20년 경력을 쌓은 콘텐츠 전문가다. “요즘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새로운 '협력 방식'의 콘텐츠 제작이 붐이다. 특히 중국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덩달아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라고 김선희 본부장이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 등에 웹툰 시장이 있지만, 해외 사업자들은 그중에서도 이동 통신 기술이 발달해 모바일 기기의 활용이 높고 콘텐츠가 독창적인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웹툰 수출과 OSMU 사업의 핵심은 ‘콘텐츠’라고 김선희 본부장이 강조했다. 그는 강력한 콘텐츠를 갖춘 한국 웹툰 자체가 영화 제작에 있어 ‘스토리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미국에는 영화를 제작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회사가 따로 있는데 그들에게 글로 된 시놉시스가 아닌 웹툰의 주요 장면과 시놉시스를 함께 전달하는 방식으로 그는 스팟툰에서 판매되는 40개 작품 중 3개 작품의 OSMU 계약을 성사시켰다.
할리우드, 쫄쫄이를 입은 히어로 물이 아닌 참신한 소재 찾아
특히 배트맨의 영화 판권을 구매해 배트맨의 총괄프로듀서로 참여한 전 워너브러더스 변호사이자 현 영화제작프로듀서인 마이클 유슬란(Michael E. Uslan)과 계약을 맺고 내년 중 ‘피크(PEAK)’, ‘트라이브 엑스(Tribe X)’, ‘시계수리공(The Clock Workers)’ 등 3개의 웹툰 콘텐츠를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다. 마이클 유슬란 프로듀서는 “할리우드는 쫄쫄이(Spandex)를 입은 히어로 영화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영화 소재를 찾는 중 한국 웹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계약 당시 소감을 밝혔다.
배트맨 제작자인 마이클 유슬란이 반한 웹툰 ‘피크’는 북한산 산악구조대의 산악 구조 액션을 다뤘으며, ‘트라이브 엑스’는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명의 초능력자 간 결투를, ‘시계수리공’은 인간의 심장에 있는 시계를 조작해 수명을 좌지우지하는 불빛의 시계공과 신의 섭리를 따르려는 그림자 시계공의 대결을 다뤘다.
“할리우드에서는 한국의 액션 스릴러 장르에 관심을 보인다”고 김선희 본부장이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웹툰 컷뿐 아니라 영화 예고편처럼 웹툰의 주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드는 창조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한국 웹툰의 OSMU 사업을 지속해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회원 수 7천 명, 재 방문율 50% 전후, 결제율 5~10%(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롤링스토리는 내년 북미 시장의 ‘K-컬쳐’에 관심 있는 마니아 층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 유튜브 등 대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본격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에 미디어 파트너인 허핑턴포스트의 해외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롤링스토리의 권복기 대표는 “다수의 웹툰 작가들이 대학생 시절에 데뷔하지만, 사회에 나와 다시 웹툰을 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아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좋은 웹툰 작가들이 오래오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산업 성숙화에 이바지하며 롤링스토리를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