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이드, “적응형 교육 기술로 왜곡된 학원과 문제집 시장 혁신하겠다”
2016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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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이드(Riiid) 허재위 CTO, 장영준 CEO

학원, 문제집 등의 전통 교육 시장은 ‘원 사이즈 핏츠 올(one size fits all)’이라는 방식이 통용되는 것 같다. 즉 학원이 일방적으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생들은 이 방식을 온전히 따라야만 하는 구조다. 이처럼 일방적인 방식의 교육은 학생마다 다른 학습 경력, 학습 속도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올해 1월 독자적으로 개발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을 객관식 시험의 한 종류인 토익(TOEIC)에 적용해 산타토익(SANTA! For TOEIC)을 출시하고, 약 20일 후 DSC 인베스트먼트, DS자산운용, 신한캐피탈로부터 2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뤼이드(Riiid)의 목표는 왜곡된 교육 시장의 혁신이다. 현재의 객관식 시험 시장에는 불필요한 시간적 금전적 낭비가 존재하며, 이를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로 풀 수 있다는 게 뤼이드의 설명이다.

데이터와 머신러닝 통해 개인화 서비스 제공

토익과 같은 객관식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보통 유명 학원에 등록해 오프라인 학원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강의를 듣는다. 그와 함께 학원이 제공하는 문제집을 풀게 되는데, 이러한 강의나 문제집 풀이에는 '개인화(Personalization)'라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다. 이때문에 수강생들은 자신이 이미 완벽히 학습한 유형의 문제를 여러 번 푼다거나 필요치 않은 강의 콘텐츠를 구매하게 되는 등의 시간적·금전적 낭비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학습에 따라 지속해서 발전하는 수강생 개개인의 실력은 정기적으로 치뤄지는 레벨테스트로는 명확히 파악될 수 없으며, 따라서 개인화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없다. 하지만 뤼이드는 축적된 수강생의 실시간 오답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축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문제나 관련 강의 콘텐츠를 사용자별로 달리 추천함으로써 수강생 개인의 최종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최단거리를 제안한다.

뤼이드의 장영준 대표는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교육은 차세대 교육 시장의 핵심 키워드다. 전 세계적으로 머신러닝 기술 기반의 적응형 교육(adaptive learning) 관련 사업에 연간 4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빠른 변화는 전통적인 교육 사업의 문제가 얼마나 고질적이었는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총 1억1,500만 달러(한화 약 1,270억 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한 인도의 교육 기술 스타트업 비쥬스(Byju's)의 개인 맞춤형 교육 콘텐츠 추천 기능, 총 8,330만 달러(한화 약 920억 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한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Duolingo)가 제공 중인 언어 학습 콘텐츠 추천 기능 등이 머신러닝 기술 기반의 적응형 교육을 활용한 교육 서비스의 예다.

개인화 서비스의 핵심은 오답 데이터 축적

이 같은 머신러닝 기술이 제대로 동작하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뤼이드는 산타토익의 이전 버전인 리노트(Renote)와 산타토익을 통해 약 1,300만 건의 오답 데이터를 축적했으며, 이는 지금도 한 달에 160만 개 이상씩 쌓이고 있다. 뤼이드의 허재위 CTO는 "사용자가 풀어야 할 문제가 100개라면, 산타토익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풀어야 할 문제를 가지치기할 수 있다. 즉 50개의 문제만 풀어도 100개의 문제를 풀었을 때와 동일한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50개지만 향후 기술을 고도화해 단 10개만 풀어도 사용자가 최대 학습효과를 가져가도록 할 예정이며, 개인의 학습 목표에 대한 최단거리를 제시할 것이다. 이를 위해 뤼이드는 지난달 20일 카이스트 전기·전자 공학부 서창호 교수 연구팀과 머신러닝 알고리즘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방대한 양의 데이터 축적은 교육 기업으로서 뤼이드가 독보적이다. 이를 이용해 뤼이드는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틀릴지 틀린다면 어떤 보기로 틀릴지를 90% 이상의 확률로 예측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더불어 허재위 CTO는 얼마 전 일본 모 회사의 임직원에 진행된 시뮬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 기업들에 임직원 복지 차원의 기업고객 간 거래(B2B2C)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초기 투자사로서 인연이 있는 일본 투자사의 소개로 한 회사에 방문해 몇 개 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한 사람당 30개의 문제를 풀게 했고 5분 후 또 다른 30개의 문제를 풀도록 했다. 뤼이드는 이때 축적한 오답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30개의 문제를 풀었을 때 각 사람이 어떤 문제를 어떤 보기로 틀리고 또 어떤 문제를 맞힐지를 90%의 확률로 가려냈으며, 한 명에 대해서는 100%의 확률로 예측했다. 이때 사용되는 알고리즘은 인간의 직관과 경험에서 비롯된 문제의 특성 요소를 분석한 것이 아닌, 오직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만을 사용한 것이다. 즉 1,300만 건의 오답 데이터에는 각각의 문제에 대한 정보인 메타데이터(metadata)가 존재하는데, 이때 특정 문제가 다른 많은 사용자들에 의해 어떤 보기로 몇 번 풀리고 틀렸는지 등을 기계가 학습해서 일정량의 문제를 푼 사용자의 데이터와 결합해 결과를 보여주게 된다. 만약 인간의 직관과 경험이 필요한 알고리즘이어야 한다면 다른 시험 영역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해당 분야 내 다수의 전문가가 아주 긴 시간을 투자해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특성 등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겠지만, 뤼이드는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에 다른 객관식 시험으로의 확장성을 가졌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일본의 객관식 시험 시장으로 확장 예정 

뤼이드는 설립 초기부터 객관식 시험 시장을 타겟으로 글로벌 진출을 계획했다. 특히, 우리나라 1.5배에 달하는 토익 시장을 가진 일본과 모든 대학생에게 정부가 만든 영어 시험인 CET(CHINA ENGLISH TEST)를 치르게 하는 중국이 뤼이드의 진출 계획 국가다.

이를 위해 뤼이드는 각 국가에서 사용자 기반과 콘텐츠는 있지만, 기술력이 없는 기업들과 협력할 방침이다. 장영준 CEO는 "해외 시장을 진출하는데 있어서 법인을 세우고 제품을 그 시장에 맞게 현지화해 마케팅을 하고 판매를 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영리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뤼이드는 그보다 우리가 잘하는 부분에 집중해 기술력을 위한 연구를 고도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뤼이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다. Δ 토익시장을 타겟으로 산타토익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Δ 보기를 가진 객관식에 적용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적응형 교육 모듈을 판매하는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 Δ 기업과 학교 등 기관의 구성원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고객 간 거래(B2B2C)가 있다. 이를 위해 뤼이드는 올해 안으로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전략적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객관식 시험으로의 확장성을 가진 뤼이드의 머신러닝 기술이 앞으로 어떤 다양한 사업들과 결합하여 전통 교육 시장을 혁신하게 될지 기대된다.

지승원 기자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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