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기에 새 왕조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은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요점은 사람을 씀에 있다”고 하였다. 서백(西伯, 중국의 주문왕)을 만나기 전, 속세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고기나 낚던 강태공(姜太公)도 심지어 “미끼로써 고기를 낚으면 고기를 잡을 수 있고, 녹으로 인재를 모으면 천하의 인재를 남김없이 부를 수 있다”며 인재를 얻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을 말했다.
영국의 역사가 된 기업이 있다. 항공, 미디어, 관광, 출판, 금융, 식품, 모바일, 심지어 우주여행까지....., ‘버진그룹(Virgin Group)’의 사업영역과 그 수입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다. 현재 버진그룹은 20여개의 법인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연수익은 24억 달러(한화 약 2조 5,464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버진그룹’을 성공시킨 괴짜 창업가,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기존의 경영전략과 마케팅의 불문율을 깨는 창의적 사업방식으로 유명하다.난독증과 무릎 부상으로 17살에 학교를 중퇴한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학교의 교육 방식,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것들을 바로 잡고 싶었다”며 첫 사업인 학생 잡지 ‘스튜던트(Student)’의 발간을 시작했다.
현재 50개국의 5만 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버진그룹의 수장인 리처드는 자신의 ‘링크드인(바로가기)’에 인재를 뽑는데 가장 중요한 점을 ‘Personality’, ‘성향’으로 기술했다. “사업을 하는데 제대로 된 팀을 구성하고 채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그는 “성공의 기회를 잡는데 있어 직원들의 효율적인 업무 배치가 필수적이다”라며 인재의 적재적소(適材適所)를 강조했다.
“최고의 인재는 회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회사 문화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인재 채용의 답이다” 리처드는 ‘personality’의 요건으로 ‘회사 문화에의 흡수’를 꼽았다. 팀원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또 팀원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학생 때 습득한 지식을 실제로 업무에 적용해 성과를 올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에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전문직업(소위 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리된다. 전문직업 취득을 위한 직업전문직업시험(trade test, 의사·교사·목수·회계·건축 등 특수한 직업 분야의 전문지식을 검사하는 업적시험의 한 종류)이 ‘학력시험’과 구분되어 행정학에 정의돼 있음은 이를 입증하는 예라 볼 수 있다.
체계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제품 제조나 서비스 생산을 주로 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물론 예외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사업상 필수적인 경우 말이다. 생산성과 수익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전문 지식을 갖춘 엘리트 채용이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단, 이때 아무리 전문가이고 엘리트더라도 그 회사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성향이 없다면 다시 한 번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무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들은 습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사람 자체의 성향을 변화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과정이고 성공확률 역시 미미하다” 느린 거북이를 빨리 달리게 훈련시키는 것보다 약삭빠른 토끼를 정직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힘들다는 말이다. 바른 생각과 성향을 가진 사람은 3개월 안에 팀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지향적인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데 상당 부분 일조할 것이다.
“인재를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그 원인이 CEO, 자신에게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라”
현재 대한민국의 고용제도와 추세는 기현상(奇現象)을 보이고 있다. 청년실업자 수가 30만 명에 육박하지만 중소기업을 비롯한 스타트업계에서는 채용에 적지 않은 난항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해마다 몰려드는 입사 지원자로 난색을 표한다. 반면 채용에 난항을 겪는 CEO나 채용자들은 하나 같이 “우리가 원하는 인재는 우리 회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번의 인터뷰로 그 사람을 모두 알 수 없다. 지원자가 긴장하거나 부끄러움이 많은 성향의 사람일 경우 더욱 그렇다. 이때 채용자는 지원자의 진짜 성향과 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적절히 분위기를 띄우고 대답을 요구하되 압박적인 분위기로 강요해선 안 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다. 한 번의 인터뷰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하려 하지마라. 채용자는 그 사람의 성향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그를 표면으로 끌어내는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 선택에 있어 외부적 요인에 흔들려서도 안된다. 자신의 판단, CEO의 판단을 믿고 지원자의 진면목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인재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라”
“괴상하고 개성강한 사람이 팀의 위험요소가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새로운 기회의 획득과 창조력의 에너지는 각각 모두 다른 개인으로부터 나온다.”
던지는 놈이 있으면 받는 놈도 필요하다. 투수 혼자 경기하는 것 아니고, 타자 혼자 경기하는 것도 아니다. 뛰어난 인재를 고용했다 할지라도 잘못된 일의 배분과 맞지 않는 자리를 부여한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인재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라.
다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여유를 갖고 긴 시간을 두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몇 번의 판단으로 평가해 그 사람의 자리를 정하지마라. 20년 넘게 키운 자식의 적성과 성향을 부모도 정확히 모른다.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고 반복적인 업무 수행 후 그 사람에게 적합한 일과 자리를 판단해야 한다.
하반기 공채 시즌이 갈무리다. 삼성그룹 입사시험인 삼성그룹 직무정성검사(SSAT)에는 대졸 공채에만 약 10만 명이 지원했다. 한 해 평균 수능 응시자 수가 60만 명가량인데 비하면 엄청난 수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 역시 몰리는 입사 지원자 덕에(탓에?) ‘찾아가는 채용’, ‘암행어사 채용’, ‘길거리 면접’까지 ‘창조적 인재’ 선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입사 과열 양상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데 반해, 아직 스타트업계의 인재 채용은 찬바람 쌩쌩이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없어, 당장 프로덕트나 서비스 개발을 멈춰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누구라도 데려와 컴퓨터 앞에 앉히고 싶은 게 CEO 마음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어물전 망신시킨다 했던가. 무엇이 다르겠는가. 급한 마음에 택한 ‘아무나’는 또다른 ‘아무나’를 만든다. 당장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것은 처음의 선택을 잘못했기 때문임을 알고 다시 한 번 신중을 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