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그리고 M.C.N
스웨덴 출신의 펠릭스 첼베르그(Felix Arvid Ulf Kjellberg, 1989년생)는 퓨디파이(pewdiepie)라는 게임 리뷰 유투브 채널을 운영한다. 전 세계의 고정 시청자는 3,600만 명. 그가 올린 동영상이 올해 5월 한 달 동안만 87억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만드는 컨텐츠의 특징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지저분한 말들을 섞어가며 영화나 각종 패러디를 게임과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그는 유럽 북구 특유의 강한 악센트와 함께 명확한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잡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작년 8월 미국의 틴에이저(13~18세) 1,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를 조사한 결과 1~5위를 유튜브 스타들이 휩쓸었다고 한다. 펠릭스와와 같은 유투브 스타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퍼시픽 21의 유민호 소장은, 1990년대 초에 태어난 현재 20대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4C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와 같은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다.
인터넷을 통한 커넥션(connection), SNS를 통한 커뮤니티(community) 구축, 스스로의 세계를 기술적 도움을 받아 표현하는 크리에이션(creation), 함께 만들어 남에게 공평하게 알리는 큐레이션(curation)이 바로 그 4C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의 주요 미디어들은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유투브 스타들의 기획사로 불리는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들을 인수하며, 트렌드 따라잡기에 나섰다.
디즈니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메이커스 스튜디오를 10억달러(한화 약 1조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2012년 배우 출신의 브라이언 로빈스가 설립한 어썸니스 TV 역시 드림웍스에 3,300만달러(한화 약 365억 원)에 매각됐다.
국내에서는 CJ E&M이 2013년 MCN 사업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바 있으며, 올해 5월 다이어TV(Digital Influe cer&Artist TV)로 브랜드명을 바꾸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타 크리에이터 양띵과 김이브등을 보유하고 있는 트레저 헌터, 페이스북 스타들의 기획사로 유명한 비디오 빌리지, 노하우 콘텐츠에 특화된 쉐어하우스등의 스타트업 역시 차별화된 콘텐츠 기획과 데이터 분석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M.C.N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리플레이(Re:play),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한국 스타트업의 만남의 장
지난, 4일 경리단길의 아방가드르에서 개최된 리플레이(Re:play)라는 행사는 MCN 사업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한국 스타트업 및 미디어 업계의 전문가들의 만남의 자리였다. 한류에 기반한 유투브 스타들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비트(Kbeat)가 주관하고, 국내 스타트업 멜리펀트와 스위즐의 감각 있는 기획이 더해졌다. 행사는 다이어TV, 비디오 빌리지, 루키스트등에 소속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비스를 소개하고 다양한 협업 모델을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리플레이 행사를 통해,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낸 스위즐(Swizzle)은 다양한 유튜브 비디오에서 하이라이트 부분만 모아 연속 재생하는 새로운 컴플레이션 '비디오 칵테일'을 만들어 공유하는 서비스다. 비디오칵테일 내의 각 영상 클립은 원 소스에서 직접 재생되기 때문에 불법다운이나 재가공 없이도 효과적인 바이럴 컨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 모바일에서도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파티에 참석한 컨텐츠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펀치는 10초 동영상 랭킹 앱으로, 자신의 재능과 장기를 동영상에 담아 올릴 수 있다. 24시간 동안 다른 유저들의 ‘하트’ 선호도에 따라 동영상 순위가 계속 바뀌는데, 제한 시간 내 우승 순위가 정해져 도전에 대결과 재미가 더해졌다. 노래, 춤 등의 음악적인 재능부터 쿨한 패션, 스포츠 등 어떤 재능도 펀치에서는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디아이TV에 소속되어, '저는미국사람(chonunmigooksaram)'이라는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며 1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메건 보웬(Megan Bowen)은 "리플레이 행사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한국의 스타트업들의 기술력과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면서, "스위즐과 같은 서비스는 내가 업로드한 영상들을 선별해 구독자들에게 다시 배포할 때 참 유용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행사에 참석한 세계적인 광고 에이전시, DDB 코리아의 오승렬 부사장은 "멜리펀트가 새롭게 내어놓은 펀치라는 서비스는 우리와 같이 창의력 고갈에 시달리는 광고 에이전시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면서, "동영상 공유 서비스 바인(Vine)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향후 다양한 협업 모델을 만들어 가고싶다"고 밝혔다.
해외의 M.C.N 사업자들 사이에도 보편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 구독자 수 단위로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이 경우 조직 내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수익 배분 문제가 발생한다. 리플레이 행사를 주관한 바 있는 케이비트의 조준성 대표는 "우리나라와 같은 로컬 시장의 M.C.N 사업자들은 미국 시장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필연적으로, 유투브의 광고 수익 이외에 플랫폼을 확장하고 매출 구조를 다변화해 나아가는 노력을 전개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와 같은 과정에서 간접광고를 결합한 콘텐츠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문제와 정보 유통 책임 문제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풀어나가야 할 일이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리플레이는 업계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행사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K-ICT 본투글로벌 센터의 글로벌 마케팅팀 이재식 매니저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초기 트래픽을 확보하고, 서비스의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를 만들어 가는 단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리플레이와 같은 행사는 스타트업의 체질에 맞는 창의적인 바이럴 마케팅(Creative&Viral Marketing)의 구체적인 대안이다"라면서 리플레이 행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