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스타트업 초기에 업무 시간의 50% 이상을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써야 합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실리콘 밸리 VC인 비노드 코슬라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는 또한 한발 더 나가 나머지 50% 시간은 채용한 인력이 계속 회사에 남게 하는 데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용은 대기업든 벤처든 모두의 지상과제이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라면 사장과 이사회는 상상을 초월하는 짓들을 한다. 그렇지만 대기업과 벤처의 채용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대기업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 소수 인력이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는 구조가 성립되기 때문에, 몇몇 직원이 놀아도 회사 전체의 매출이나 수익성에는 큰 타격이 없다. 하지만 벤처는 전혀 다르다. 직원 하나하나가 벤처의 사활을 결정한다. 한 명이라도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그래서 대기업보다는 벤처의 인재 채용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뽑나?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벤처를 운영하면서 사람을 뽑아도 봤고, 벤처에 뽑혀도 봤다. 임원 입장과 직원 입장을 다 겪고 배운 점은 이력서로 사람을 뽑지 말라는 것이다. 나도 이력서를 많이 써봤다. 강렬한 이력서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려고 밤새 이력서 단어를 고치고 문단 순서를 바꿨다. 이력서만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컨설턴트의 도움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공을 들이고 상품화 과정을 거친 이력서를 담당자가 읽고 나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력서는 업무 능력을 가늠하는 데 사용하는 과거 지표지, 실제 내 회사가 찾는 업무 능력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은 아예 이력서를 찾지 않는다. 게이밍 미디어 회사인 IGN은 이력서 대신 지원자의 사고방식과 사고 체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퀴즈와 과제를 웹 사이트에 공개했다. 예를 들어 “연필을 길게 나열해 금문교 처음부터 끝까지 이으려면 몇 개가 필요할까?”와 비슷한 질문이다. 또한, IGN은 지원자에게 본인이 얼마나 IGN의 게임을 좋아하는지를 표현해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제출하게 했다.
내가 항상 강조하고 스타트업 바이블 1편에서도 말했지만, 벤처 영업사원은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모든 (합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시도해야 하고, 벤처 개발자라면 코드 한 줄 한 줄이 완벽하게 돌아가기 전까지는 잠을 자지 말아야 하며, 벤처 홍보 담당자라면 밤 11시에 유력 일간지 기자에게 서슴없이 전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한번 시작했으면 결과가 좋든 나쁘든 ‘끝’을 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력서에서는 이 ‘끝‘을 절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지금 뽑아서 만드는 팀이 당신의 벤처 자체”다. -Vinod Khosla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12 – 벤처는 인재를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