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로벌2014 세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트위치 케빈 린 COO(좌)와 스트롱벤처스 배기홍 대표(우)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beGLOBAL(비글로벌) 행사의 마지막 세션은 얼마 전 아마존에 1조 원에 인수된 트위치(Twitch)의 COO 케빈 린(Kevin Lin)과의 대화였는데 운 좋게도 이 젊은 창업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자의 영광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도 처음 만나는 친구라서 무대 올라가기 약 30분 전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했는데 정말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무대 위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나는 많은 질문을 던졌다. 구글한테 인수당할 뻔 하다가 아마존에 인수된 사연, 회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게임의 전통 강국으로서 한국의 현주소 등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고 비글로벌 행사가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케빈의 말은 바로 ‘좋은 제품’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은 비글로벌 행사의 핵심은 ‘글로벌’이고 이날 대부분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한국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였는데 많은 분들의 공통된 의견은 '한 나라에서 대박이 났다고 그 제품이 다른 시장에서도 똑같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는 것이었다. 나라마다 고객과 언어, 문화가 다르고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이 인력들이 그 나라 시장에 맞게 제품을 재포장, 심지어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트위치는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트위치의 6,000만 명이 넘는 월 방문자 중 절반 이상이 해외 사용자(비 미국인)라고 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위치는 영어 외의 다른 언어로 번역조차 되어 있지 않았었다. 서비스도 구글과 같이 나라마다 커스터마이즈(customize)되어 있지 않고 그냥 미국용 버전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사용자들이 접속해서 즐기고 있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케빈이 여기서 재미있는 한국 관련 이야기를 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스타크래프트나 LoL과 같은 게임이 굉장히 인기 있고 이를 광적으로 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이런 한국의 젊은 게이머들이 자신만의 멋진 게임 플레이를 트위치를 통해 글로벌 청중을 대상으로 뽐내려고 일부러 영어를 배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이 이야기를 진짜 재미있게 들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고객을 위해서 제품을 고치는데 트위치는 완전히 반대였기 때문이다.
거의 “트위치 사용하고 싶으면 고객님이 알아서 영어 배우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 그대로 사용하세요” 인데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걸 보면 정말로 제품이 좋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과 게이머들은 성향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을 해야 한다.
▲비글로벌2014 연사로 참여한 에버노트 아태지역 사장 트로이 말론
에버노트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자 트로이 말론(Troy Malone0)이 오전 세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진짜로 좋은 제품은 특별한 맞춤화(customization)나 현지화(localization)가 필요 없습니다. 정말로 좋은 제품은 국가, 언어, 문화를 초월하고 ‘사람’을 감동시키기 때문입니다. 번역과 같은 최소한의 현지화 작업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트위치는 – 지금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되어있지만 – 번역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 세계의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갑 중의 갑이다. 결국은 제품이다.
원문 출처 : http://www.thestartupbible.com/2014/09/why-really-good-products-do-not-need-heavy-localizat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