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업(業) #1]”동네 샌드위치 가게 아저씨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스타트업 시작했어요” – 테이스티앱스 박인용 대표 인터뷰
2014년 07월 25일

DSC_0296▲왼쪽부터 테이스티앱스 박민혁 이사, 박인용 대표, 원경준 사원

"집 앞에 정말 맛있고 친절한 샌드위치 가게가 문을 열었어요. 필라델피아에서 직접 만드는 법을 배우고 오신 사장님이셨는데, 인테리어도 없고 메뉴 사진도 휴대폰으로 찍어 인쇄한 걸 붙여 놓은 게 전부였죠. 결국, 몇 달 만에 문을 닫게 돼서 너무 슬펐어요. 그때부터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마케팅, 홍보라는 생각에 뭔가 도와드릴 부분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포켓빌이예요."

'주머니 속 도시'라는 서비스명과 어울리게 포켓빌 앱을 켜면, 내가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500m 전방에 있는 가게의 상품과 할인 정보를 모두 볼 수 있다. 가게 사장님들과 SNS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포켓빌 역시 요즘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보고 결제까지 처리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중 하나다. 현재는 성신여대, 강남, 석촌, 상수 역 부근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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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지수가 높아 맛있는 음식 먹으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인스타그램에도 온통 음식 사진밖에 없다는 '테이스티 앱스'의 박인용 대표. 지금은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소셜 커머스 기업에서 그는 초창기부터 함께하며 성장 과정과 과도기를 모두 지켜봤다. 소셜커머스로 유명해지는 곳도 있었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 불만 사항도 적지 않았다.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하는 티켓 인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사장님 혼자서 모든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작은 가게의 경우 감당할 여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가게 사장님이 스스로 할인 시간과 쿠폰 판매량을 결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가장 한산한 시간대에 할인 티켓을 올려 판매하는 식이죠."

그가 선택한 첫 시장조사 장소는 광진구에 있는 자양시장. 시장 곳곳에 있는 가게의 사장님,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보며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골목 상권의 가게들에는 할인만을 노리는 손님들이 아닌, 주변 지역 주민들을 진성 단골로 만드는 과정이 꼭 필요했다. 이를 위해 동네 주민과 가게 사장님들이 소통할 수 있는 '타임라인' 기능을 덧붙였다. 손님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만큼, 거창하진 않지만 작은 가게들이 자체적인 브랜딩을 할 기회도 얻게 됐다.

"포켓빌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예요. 동네 가게의 매출을 올려드려서 계속해서 사장님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죠. 정말 단골 손님을 유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속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얼마 전 합병소식을 알려온 다음카카오도 O2O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나선 시점에, 대기업이 견제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을 들은 박인용 대표는 '걱정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결국 O2O 서비스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가게가 플랫폼 안에 존재하는가에 달려있어요. 하지만 확장 속도 면에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네 구석구석에서 자리 잡고 있는 소상공인을 직접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기업의 경우 단기적인 성과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그 시간을 기다릴 수가 없어요. 결국 프랜차이즈가 아닌 진짜 '로컬' 상점들을 입점시켜서 내실있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포켓빌이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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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영업 직원이 2달 동안 계약한 상점만 해도 벌써 120여 개에 달한다.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었지만 진정성으로 가게 사장님들의 마음을 열려고 노력했다. 동네의 작은 마트를 대상으로, 대기업이라면 하지 못할 '아이 러브 마이타운(I♥MY TOWN)'이라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석촌역 '금릉할인마트'에 전 직원이 나가 수박 판촉 행사를 열었다. 30분 만에 준비된 양을 다 소진했다고 한다.

"개발자, 디자이너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나가서 직접 소상공인을 돕다 보면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팀원 모두가 직접 체감하고 깨닫게 돼요. 소상공인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더 생각해보게 되죠."

5년 후, 다시 인터뷰하게 되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포켓빌, 일본에 성공적으로 진출'이라는 기사 문구를 뽑고 싶다고 답했다. 일본에서 5년간 유학 생활을 했던 그는 작은 가게마다 나름의 철학과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는 일본 시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포켓빌의 1차 해외 진출 목표지 역시 일본이다. 프랜차이즈 가게보다 동네 상점들이 더 유명하고, 인정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컬 기반이지만, 글로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포켓빌이 가진 목표 중 하나다.

지난 5년간 성장해나가는 스타트업에서 일해왔고, 지금은 직접 팀원들을 꾸려 포켓빌을 시작한 박인용 대표는 '창업, 추천할만한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스타트업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고3 때 수능 공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기회가 많지만, 책임이 무거워지고 그걸 감당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창업은 기한이 없는 수능 공부예요. 하지만 꿈이 실현됐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엄청나죠. 다만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더 많다는 것은 꼭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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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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