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업(業) #9] “썩은 우유 먹지마세요, 파이(Pi)에 양보하세요” -파이드파이퍼
2015년 03월 31일

혹시 썩은 우유 드셔 보신 적 있나요?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온종일 기분이 나빠지는 끔찍한 경험인데요. 사람 대신 음식물이 상했는지 안 상했는지,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별해주는 똑똑한 서비스가 있다고 합니다. 식품 분석기 파이(Pi)를 만드는 스타트업, 파이드파이퍼(Pied Piper)의 피도연 대표를 만나보시죠.

Pied

Q. 먼저 파이드파이퍼의 서비스 소개를 부탁한다.

A. 우리는 식품 분석기인 파이(Pi)를 만들고 있는 파이드파이퍼라고 한다. 사람은 음식을 먹기 전 눈과 코를 통해서 이 음식이 먹어도 되는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우유를 마시기 전에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건더기가 떠 있으면 ‘상한 거 구나’하고 판단을 하고 마시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대신해주는 디바이스가 바로 파이다. 센서를 활용해 비접촉 방식으로 식품이 상했는지 여부를 알려준다.

Q. 센서를 활용한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한다면?

A.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종이를 흰색으로 보는 것은 종이가 흰색 빛을 반사해서 그런 것이다. 이처럼 디바이스가 빛을 쏘면 물체는 빛을 반사하게 된다. 이때 반사하는 빛은 물질마다 다른 고유값을 가지게 된다. 이 반사되는 빛을 인식해서 파형을 분석한다. 그래서 그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데이터값과 비교해 식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Q. 빛을 활용해서 식품의 상태를 분석한다는 게 신기하다. 기술을 개발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기준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사실 사람에 따라서 조금 시큼하고 유통기한이 지나도 그냥 먹는 사람도 있고 조금만 이상해도 먹으면 바로 탈이 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식약청에서 갖고 있는 기준치를 맞추려고 생각 중이다.

Q. 아직 론칭은 되지 않은 걸로 알고있다. 지금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은 얼마나 진행됐나?

A. 현재 시제품이 나왔고 그 시제품으로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에도 참가했다. 지금 시제품은 ‘이것은 사과다, 양배추다’하고 어떤 식품인지나 상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다만 아직 비빔밥 등 다양한 재료가 섞인 식품은 분석하지 못한다. 그래서 단일 품목뿐만이 아닌 혼합물도 구분할 수 있게 기술을 개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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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또 이외에 개발 중인 기술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A. 다이어트 앱을 준비 중이다. 다이어트 앱이나 식단을 기록하는 앱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먹었는지를 일일이 다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밥 한 공기’하고 입력하지만 내가 먹은 밥 한 공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히 입력할 수 없어서 평균치를 사용한다. 매번 무게나 부피를 잴 수는 없으니 말이다. 또 조리방법에 따라서 칼로리나 영양 상태가 다른데 이것도 잘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 식품 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 디바이스로 찍으면 먹은 식품뿐만이 아니라 양도 측정이 가능하며 칼로리도 자동으로 계산해서 등록할 수 있다.

Q. 아직 서비스 론칭은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론칭 계획이 있나?

A. 최대한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6월에 있는 스파크랩 데모데이까지 혼합물 처리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 다이어트 앱의 경우 혼합물 처리만 완성되면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 그래서 혼합물 처리 개발을 완성한 후 다이어트 앱을 먼저 런칭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Q. 그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경쟁사는 전혀 없나?

A. 아직 출시된 곳은 없지만 개발하고 있는 곳은 몇 군데가 있다. 음식이자 식재료 자체를 스캔하는 회사는 미국의 텔스펙(Tellspec)과 이스라엘의 SCIO가 있다. 특히나 SCIO 같은 경우는 꽤나 잘 알려진 스타트업이다. 킥스타터에서 역대 5위 안에 드는 펀딩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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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발자인데 언제부터 이쪽에 관심을 가졌나?

A. 개발자인 삼촌 덕에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컴퓨터를 만졌다. 그때는 윈도우가 아니라 도스였다. 또 지금처럼 AS 센터도 없어서 고장이 나면 직접 고쳐야 했다. 그렇게 고치며 재미있어한 것 같다.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 컴퓨터를 다시 만지게 됐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그림이 좋아서 컴퓨터에서 완전히 손을 뗐었다. 그러다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또래보다 늦게 대학을 갔는데 늦깎이 대학 생활이 쉽지 않았다. 군대도 다녀온 선배가 나보다 어리다 보니 다들 나를 어려워하더라. 그래서 다시 컴퓨터를 만지게 됐다.

Q. 그럼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A.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생각했었다. 실제로 지원도 하고 면접도 봤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싫었다. 개발이 하고 싶어서 지원했고 잘할 자신도 있는데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물어보고 옆에 동기들을 보니 개발하는 일에 지원하면서 개발을 하나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런 곳에서 일하기 싫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구글,  MS 등이 개최하는 다양한 대회에 나가며 지냈다. 그중 서울디지털포럼의 글로벌 해커톤에도 참가하게 됐는데 거기서 창업을 하게 됐다. 팀원들도 만나고 아이템도 정해졌다. 당시 아이템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데 검색엔진최적화 프로그램이었다.

Q. 검색엔진최적화 프로그램으로 창업을 했다고? 지금 하고 있는 아이템이랑은 전혀 다르다.

A.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템을 잘 이해해주지 않았다. 2년 전밖에 안됐지만 “누가 크롬을 써?”하고 이야기를 하던 시대다. 당시에도 미국에서는 '크롬이 익스플로러를 따라 잡네 마네'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니였다. 이런 일을 겪으며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고 지금 당장 사람들이 좋아할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식품 측정이 재밌겠다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게 됐고 아직 장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없으면 우리가 만들면 되지'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Q. 개발자 출신 창업자라서 갖는 이점이 있다면? 

A. 원피스라는 만화를 보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정말 이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개발자이기 때문인 것 같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단 시작하고 본다. 항상 될 거라는 확신을 갖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에도 '안되는 데까지 해보자'하고 생각한다.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센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구매해서 쓰려고 보내 굉장히 비쌌다. 그래서 '비싼데 만들어서 쓰자'고 생각을 했고 논문을 찾아보며 더 우리 제품이 적절한 센서를 만들 수 있었다. 센서나 측정에 지식이 있지 않지만 '안되는 게 어딨어'하고 도전하면 할 수 있다.

Q. 최종 목표가 있다면?

A. 흔히들 의식주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식을 선택했고 농작물이 재배되고 생산하는 데에서부터 잘 먹는 것까지 ‘식’과 관련된 전체 사이클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 그래서 다이어트 앱도 준비 중이고 나아가서는 식품 유통과 음식을 만드는 것까지도 모두 하고 싶다.

startupbattleapplication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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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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