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見物生心)의 원리를 최초로 잘 꿰뚫어 본 유통 채널은 TV 홈쇼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고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95년 국내 최초의 홈쇼핑이 시작된 후 19년. 드라마 장면에 삽입되어 있는 음파가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주인공의 구두 정보를 전송하고, 손짓 몇 번만 하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 2014년 현재 우리 삶의 풍경이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미디어'와 '유통'간 괴리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들고 '데어즈(DAREZ)'의 윤반석 대표가 나섰다. 원래 디자인과 UX 전문 기업이었던 데어즈는 2012년 지인 기반 SNS '팅팅팅'을 시작으로 자사 IT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쇼핑링크 공유 앱 '픽업(PICUP)'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드디어 꼭 맞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How It Works
픽업은 보통 스마트폰이나 PC에 내부에 있는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방식만을 택하고 있는 기존 SNS와는 다르게, 'URL 붙여넣기'와 '북마클릿'과 같이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한다. 이미지의 URL 만으로 사진을 업로드 하거나, 북마크에 버튼을 설치해 누르기만 하면 해당 이미지가 픽업에 올라간다.
유저가 마음에 드는 패션 이미지를 스크랩하면 같거나 혹은 비슷한 패션 아이템을 친구가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픽업을 만든 데어즈는 이를 '저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자 '쇼핑링크 공유 플랫폼'이라고 칭하고 있다.
현재는 안드로이드 앱만이 출시된 상황이지만, 직접 앱을 사용해본 결과 이른바 '뒷단'이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친구들이 올린 링크를 누르면 판매 쇼핑몰로 넘어갈 수 있는데, 앱 내에서 연결이 이루어져 새 창이 뜨는 번거로움이 없었다.
사진의 업로드가 쉽고 쇼핑의 과정이 물흐르듯 넘어가는 것은 서비스의 강점. 그러나 브랜드 이외의 일반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링크를 달 수 있도록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픽업은 '먼데이 에디션', '브랫슨', '비욘드 클로젯' 등 다양한 신진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iOS 버전은 6월 내 출시될 예정이다.
욕망지지서비스 '픽업', 데어즈 윤반석 대표
-픽업(PICUP)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
미디어와 유통 채널의 통합이다. 미디어는 언제나 욕구를 만든다. 그러나 실제 판매는 분리된 공간에서 일어난다. CJ의 퍼스트룩 등 다양한 잡지 매체의 디지털 플랫폼을 제작하면서, 컨텐츠와 쇼핑 간 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데스크탑의 경우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탈이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지만 중간에 검색이 끼지 않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은 많지 않다. 픽업은 모바일 유저가 콘텐츠 소비부터 구매에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끊김없이'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자 탄생했다.
-현재 크고 작은 패션 SNS 플랫폼들이 결제 기능을 붙이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늘려나가고 있는 대형 잡지 매체들도 모바일 쇼핑 시장에 당연히 뛰어들 것이다. 픽업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기술 특허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공들이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다. 이른바 브랜딩. 예를 들어 사진 업로드는 인스타그램으로, 음악은 사운드클라우드로 듣는 것은 미국 젊은 층에게는 '소비'이자 '문화'다. 아직 모바일 쇼핑 분야에서는 문화를 만드는 키 플레이어가 없다. '픽업(PICUP)'이 그런 서비스가 되길 원한다.
-구체적으로 브랜딩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쇼핑을 지원한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계속 심어주고 있다. 5월에 29cm와 콜라보레이션한 쇼퍼백 프로모션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픽업이 쇼핑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에 쇼핑할 때 들고다니기 편한 쇼퍼백을 만들어 0원에 판매했다. 보통 온라인샵이 견딜 수 있는 트래픽은 상당힌 높은 편인데 순식간에 29cm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렛츠픽업이라는 인스타그램 페이지도 개별 운영 중인데, 매일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쇼핑한 아이템을 가로수길 임의의 매장 안에 놔둔다.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은 사진을 본 유저들 중 그야말로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다. 이밖에도 추후에는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해서 하루동안 '쇼핑카'를 빌려주는 프로모션도 초기 기획 단계에 있다.
▲픽업이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고 있는 '쇼핑지원사격' 이벤트
-현재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쉐어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나.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팔로잉' 페이지를 통해 해당 시즌에 출시된 모든 제품들을 모아서 보여줄 수 있다. 브랜드 마케터 입장에서 잡지 광고는 ROI(투자자본수익률)를 측정할 수 없고, 디지털 광고를 통해서는 콘텐츠를 모아놓은 아카이브가 없다. 픽업 안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또 픽업을 통해서 입점 브랜드 사이트로 넘어갔다면 일부 수수료를 받고, 그것을 링크를 걸어준 유저와 쉐어한다. 향후 사용자 수가 많아지면 카드사와 협력하여 실제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적립을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브랜딩을 강화하다보면, 서비스 확장의 여지가 많을 것 같다.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다. 디지털에서 아예 오프라인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라인 캐릭터의 경우 인형같은 실물 프로덕트도 나오고 최근에는 '라인레인저스(Line rangers)'라는 게임도 출시했다. 메신저라는 서비스보다는 '라인'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향후 픽업도 '쇼핑 지원'이라는 핵심 방향성 내에서 다양한 프로덕트들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