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마피아의 수장 피터 틸이 서울 청년에게 전하는 ‘독점 비법’
2015년 02월 24일

페이팔 마피아의 수장 피터 틸(Peter Thiel)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12년 스탠퍼드에서 직접 했던 유명 강의의 내용을 엮어낸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독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연세대학교 백양콘서트홀에서 열린 ‘연세경영 100주년 기념 피터 틸 초청 특별 강연회’에서 피터 틸이 한국 독자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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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시작한 적 없는 사업이 가장 위대하다

기업가 정신을 흔히 말한다. 그런데 기업가 정신이라는 학문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1에서 시작해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해 보이는 과학과 달리 비즈니스는 딱 한 번 일어난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 내는 사람은 다시는 없을 것이며 OS를 만든 것은 이 세상에서 빌 게이츠 하나뿐이다. 이들을 모방한다면 결코 많은 것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기업이 가장 위대하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나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새로운 사실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굉장히 창의적이거나 명석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진실을 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를 정치, 교육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결코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답을 제시하는 용기가 많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걷지 않는 나만의 길을 가는 게 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찾은 답은 바로 독점

이 속에서 내가 찾은 답을 알려주고자 한다. 내 책의 메시지기도 하다. 흔히 경제주의와 경쟁은 동의어라 생각하지만 내 생각엔 반의어다. 완전한 경쟁은 모든 수익을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식당을 차린다고 생각해보자. 쏟아지는 식당 속에서 나도 그들과 비슷한 한식당을 차린다면 성공은 더 힘들다. 서울에 한식당을 열 테니 투자할 사람을 찾는다면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서울에서 첫 번째 영국과 타이 퓨전 식당을 만들어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구글을 보자. 사실상 검색엔진으로써 필적할만한 대상이 없다. 창업하는 입장에서 항상 추구해야 하는 것은 바로 독점이다. 경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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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배기 기업은 독점을 숨긴다 

이와 같은 독점의 개념은 잘 납득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독점기업이 독점에 대해 널리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사람은 경쟁의 강도를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독점기업들은 자신들이 독점 기업이라 외치지 않는다. 앞서 예로든 구글에 대해 생각해보자. 구글러 중 우리는 검색엔진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보다 수익이 몇 배에 달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들은 “기술이라는 큰 영역에 있어서 도처의 경쟁에 둘러 쌓여 있다”고 말한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두고 아이폰, 페이스북, 아마존 모두가 경쟁업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독점기업은 스스로는 독점기업이 아니라고 가장을 하고 있다.

큰시장보다 작은 시장의 독점 먼저 노려라

독점을 쫓아야 한다는 이야기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무조건 큰 시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작은 시장이라 하더라도 높은 점유율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페이팔이 1999년과 2000년 한 프로젝트 중에서 이베이에 파워셀러를 판매한 적이 있다. 이베이는 당시 초기 시장규모가 작았고 우리는 세달 만에 40%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도 처음에 시작했을 때에는 하버드 대학생 1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너무 작은 시장으로 비즈니스적 측면에서는 훌륭하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작게 시작한 페이스북은 독점을 기반으로 0에서 시작해 1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오히려 초기시장이 클 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실리콘 밸리의 청정 기술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너무 큰 시장규모를 처음부터 고려하곤 한다. 이들의 자료를 보면 몇 조 달러의 시장규모를 자랑한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끊임없는 경쟁을 의미한다. 거대한 바다의 작은 물고기처럼 사방에 경쟁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독자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불행하다

독점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심리적 이유가 있다. 러시아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에 보면 ‘불행한 가족에는 이유가 있다’는 문구가 있다. 이 문구를 스타트업에 적용해 본다면 ‘모든 행복한 기업에는 이유가 있다’가 되겠다. 모든 불행한 기업은 경쟁 속에서 독자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이 내용이 바로 내 책 <제로 투 원>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랐으며 스탠퍼드에 진학해 로스쿨도 마쳤다. 그 이후 뉴욕의 유명한 로펌에서 일했다. 내 일생 동안 경쟁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로펌에서 일하며 그곳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자리지만 로펌의 모든 사람은 탈출을 꿈꾸는 것을 알게 됐다. 로펌에서 7개월 일한 뒤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퇴사했는데 복도에서 만난 사람이 “이 감옥 같은 곳에서 드디어 나가는군”하고 말했다. 로펌에서 나가는 것은 그냥 걸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쉽지 않다. 내 모든 가치가 경쟁과 밀착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영향을 지나치게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IT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 세계에는 눈부시지 않은 부분도 많다.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 등 서부사회에는 적대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많다. 이는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영화와 SF 소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로봇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기술 때문에 나라가 망하곤 한다. 그래비티라는 영화를 보면 우주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싹 없어진다. (웃음)

할리우드에 탓을 돌리려는 게 아니라 현재 우리의 문화를 보는 것이다. 문화는 기술을 좋아하지 않으며 변화를 두려워하고 그대로 멈춰있기를 바라는 사회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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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를 자주 언급하는 스타트업을 조심하라

나는 향후 산업과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답은 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예언가도 아니고.(웃음)

산업과 기술에도 트렌드가 있다. 하지만 이 트렌드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클라우드,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이 트렌드로 언급되곤 하는데 이것은 거의 사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유행어를 남발하는 회사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포커게임에서처럼 과장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이렇게 유행어를 많이 쓰는 회사는 특별한 독자성이 없을 경우도 많다.

이런 유행을 따라가면 남들과의 차별점을 가질 수 없다. 남들이 모두 하는 것을 내가 또 반복하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정말 새로운 분야를 하는 회사는 전통적인 카테고리에 넣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서비스를 규명하고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회사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구글은 처음 검색 엔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음 구글을 검색엔진으로 알게 된 사람들은 “이미 검색엔진이 스무 개나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해”하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구글의 큰 부분을 놓친 것이다. 페이스북을 처음 접한 사람들도 “무슨 SNS가 또 필요해?” 하고 생각했을 수 있다. 페이스북을 나오기 수년 전에 SNS는 이미 있었다. 아바타도 있고 사람이 온라인에서 개도 되고 고양이도 됐다. 그런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페이스북은 추상적인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내 현실의 모습 그대로를 올리는, 사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었던 것이다. 이를 단순히 SNS라고 말하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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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와 기술발전, 선진국의 미래는?

마지막으로 글로벌화와 기술발전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 두 개를 같이 보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상이한 개념이다. 글로벌화는 X축으로 서로를 모방하며 수평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기술발전은 0에서 1로 가는 수직적이고 집중적인 과정이다.

과거 글로벌화와 IT 발전은 함께 진행돼 오기도 했지만 100% 중복은 아니다. 19세기 글로벌화와 기술혁신이 함께 일어났지만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글로벌화는 뒷걸음쳤다. 세계가 분절됐고 무역도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1971년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가 중국으로 가며 글로벌화가 본격적으로 재개됐으며 지난 몇 십 년간 글로벌화는 겉잡을 수 없이 추진됐다.

물론 같은 기간 동안 기술 발전도 있었다. 그동안의 기술발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술발전이 더 폭발적으로 일어난 분야는 기존에 미처 생각도 못 했던 분야라는 것이다. 60년대 사람들이 기대했던 기술인 의료, 교통, 노동보다 그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컴퓨터, 반도체, 소프트웨어, 모바일 등이 월등히 발전했다.

이를 정리해보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은 기술발전은 있었지만 글로벌화가 제한된 기간이고, 그 이후는 글로벌화는 활발히 이뤄졌지만 기술발전은 제한적이었던 기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구분된다. 참 글로벌 친화적인 이분법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을 개도국이 모방하는 형태이니 융합과 동일화를 외치는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국가가 선진국으로 융합되는 것이다. 미국 등 서부 선진국에서는 암시적으로 이 지역에서는 모든 것이 완성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다가오는 세대에 대한 기다가 크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올바르지 않다. 이런 생각에 저항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선진국이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이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며 오늘 발표를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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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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