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티엘(Peter Thiel)과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 그 혁신의 공통 분모
2013년 07월 10일

 아래의 두 인물의 공통점은 이베이(eBay)에서 시작된다.

 2004년 8월, 마크 주커버그가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왔을 때 50만 달러를 투자해 당시 10%의 지분을 확보하고(현재 그 주식은 시가로 2조 원이 넘는다), Founders Fund(이하 파운더스 펀드)라는 스타트업 투자 회사를 만들어, Yelp, Slide, Linkedin 등에 투자한 바 있는 인물. 지금은 자산 규모가 2조 원에 달하는 헤지 펀드(Hedge Fund)를 운영하고 있는 피터 티엘(Peter Thiel).

Forbes 400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부자 순위 50위(2012), 보유자산 총 67억 달러(한화 약 7조 6천억 원), 3억 명이 넘는 회원과 매일 200만 개가 넘는 품목이 등록되어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경매업체인 이베이(eBay) 창업자, 바로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라는 인물이다.

이베이의 창업 배경은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호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였던 오미디야르가 캔디 케이스 수집광인 여자 친구의 부탁으로 인터넷에 캔디 상장 매입 광고를 내며, 시작된다. 광고 노출 후 수십 명의 사람이 팔겠다고 나서, 온라인 경매 사업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직감한 오미디 야르는, 이를 사업화하여, 그해 9월 옥션웹이란 이름의 개인 경매 사이트를 열었다. 처음 취급한 품목은 결함이 있는 레이저 포인트였는 데, 이것이 14.83달러에 팔리면서, 인터넷 경매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 옥션웹이라는 사이트는 물건의 리스트를 올려놓고 매우 적은 수수료만 받았다.

 오늘의 피터 티엘을 가능케 한 Paypal(페이팔) 역시 우연히 시작되었다. 피터의 강연을 우연히 참관한 맥스(Max Levchin)는 몇 번 따로 만나며, 자신이 가진 두 개의 사업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페이팔의 성공을 만든, 이메일을 이용해서 돈을 보내는 아이디어와는 사실 거리가 멀었다. 그는 기업용 보안 기술에 관한 두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피터에게 이야기하자 피터는 그 중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헤지 펀드를 통해 맥스의 회사에 몇십만 달러 정도를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맥스는 용기를 얻어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CEO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피터에게 돌아가서 이야기했다. “당신이 투자해 준다니 고마운데, 이 회사를 운영할 사람이 없어요. 저는 코드를 만들고 코딩할 사람을 찾는 일만 하고 싶거든요.” 그러자 피터가 이야기했다. “내가 당신 회사의 CEO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해서 피터는, 훗날 이베이(eBay)에 무려 $1.5 billion (약 1.8조 원)에 매각된 회사 ‘페이팔’의 CEO가 되었다. (설립 당시 그들의 회사 이름은 Confinity(컨피니티)였다. 훗날 엘론 머스크가 만든 인터넷 은행 X.com과 합병하면서 이름이 페이팔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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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의 혁신은 이베이와 페이팔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테크와 기술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지난 2004년, 오미디 야르는 이베이의 이사회 의장직을 제외한 모든 직위에서 사퇴하고 그의 아내와 함께 개인 재산을 내, 사회적 효과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비영리조직 등을 아우르는 일명 ‘임팩트 비즈니스’분야의 성장을 위해 자본 투자를 집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벤처 캐피탈인 ‘Omidyar Network(오미디야르 네트워크)’를 설립한다. 사실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조직의 성장을 돕는 방법은 일반 기업의 기부금 및 프로보노 활동이나 정부 기관의 보조금 및 사업비 지원과 같은 비시장적 방법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도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정부 주도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증과 인건비 지원이 이루어지며 사회적기업 분야가 태동할 수 있었지만, 이는 사회적기업이 일반적인 시장 제도의 외부에 존재하고 규모와 성장 단계의 면에서 자선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한계점을 또한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Omidyar Network(오미디야르 네트워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점은 바로, 시장에서 기업이 생산하는 가치와 그를 통한 성장을 중요시하는 관점하에, 조직의 사회 및 경제적 임팩트 창출과 그 모델의 확산에 대한 투자를 실행한다는 사실이다.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사회의 진정한 혁신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창의적인 솔루션을 기반으로, 자신의 조직을 유연하게 그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으로부터 일어난다는 기업가정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오미디야르 네트워크의 ‘투자 모델’은, 각 조직이 다양한 사회적 임팩트를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적절한 단계에 자본을 투자(지분 인수 및 대출 지원 등)하고 실제적인 경영 자문과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들 조직과 그 임팩트의 확장을 꾀하는 것이다. 조직의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제공하여 다른 지원 없이도 재무적으로 지속가능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매출과 조직 규모의 신장을 통해 성장하고, 또 자본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건실한 조직을 키워내는 것이다. 이런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사회적, 경제적 임팩트 측정 및 평가 시스템을 모두 갖춘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설립 이후부터 엄청난 행보를 보여 오고 있다. 투자 규모를 보면, 지금까지 영리 기업에 대해 2억 4,800만 달러(한화 약 2,580억 원), 비영리조직에 대해 2억 9,700만 달러(한화 약 3,400억 원) 등 총 누적 5억 4,500만 달러(한화 약 6,250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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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티엘은, 특히 2012 년, Crunchies가 선정한 “올해의 VC (VC of the Year)”에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1.15B (약 1.2조 원)의 규모를 가진 파운더스 펀드는 “혁명적인 기술(Revolutionary Technology)”을 구현할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으로, 또 YouTube, Yammer, Facebook, Space X 등과 같은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투자를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또 피터는 ‘티엘 펠로우십(Thiel Fellowship)’이라는 재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Thiel Fellowship이 흥미로운 것은 “20 under 20” 라는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에서는 매년 최대 20명의 20세 이하 청소년을 선발, 2년간 대학 수학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최대 약 1억 원($100K)을 지원하여 그들이 도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여준다. 피터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 내에서만 학생들은 이미 대학 졸업 전에 $3T (약 3,000조 원, Student Debt)의 빚을 지게 됩니다. 그러나 교육에는 거품이 있고, 아직도 그들이 받는 교육은 19세기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로서 피터는' Laura Deming의 프로젝트'처럼 다른 누구도 아직 시도하고 있지 않은 기술 기반의 사업을 찾고 있다.

“우리는 다른 누구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기술 기반의 사업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 사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무모하고, 어떤 면에서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중략)… 만약 우리가 지원하지 않으면 절대 세상에 선보일 수 없을 것 같은 프로젝트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스타트업을 함에있어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도전임 역시 강조한다.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무모하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행동이 없으면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지요…(중략)… 그러나 ‘우리의 사업은 이것, 저것, 이것, 그것들을 다 할 수 있으며 그 모든 것들이 다 정말 멋지고 훌륭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핵심적인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 그것이 환상적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은 계획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사업에서는) 나쁜 계획 하나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계획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또한, 오미디야르 스스로 밝혔듯 이베이는 사람들이 선하다는 믿음에 근거하여 각자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정보와 기회, 도구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평등한 접근을 구현함으로써 탄생할 수 있었다. 즉, 단순히 경매 거래의 연결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서비스가 아니라, 관심의 공유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개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건설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하나의 시장 혹은 사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저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이베이를 창업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사회적으로)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는 적절한 기반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중략) 이베이가 엄청난 성공과 부를 거둔 이후에, 저는 이것을 개인적 성공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좋은 목적과 일에 활용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 왔습니다.”

테크와 기술을 넘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소통의 영역과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이들의 삶의 흔적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본다.

 

 

 

피터 티엘과 오미디야르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더욱 많은 이야기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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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종은 연쇄 창업자로, KBEAT의 공동창업자이자 CXO. 스타트업을 위한 초기투자 심사역 및 엑셀러레이터로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및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SKP,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멘토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런던 영화학교를 졸업했고, 2011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walterlee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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