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4가지 종류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한다. 가장 아래 단계는 있으면 세상에 도움이 안 되는 아이디어, 그 다음 단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이디어, 그 다음은 있으면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요식업이나 제조업뿐 아니라 IT서비스들도 결국 제작자가 혼자 만족하는 서비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만큼 사용자들에게 사랑 받느냐는 다양한 지표로서 알 수 있을 것이다. MAU,DAU와 같은 단순한 유저 방문자 숫자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사용자 전환비율이나 재방문비율 같은 향후 마케팅에 있어서도 얼만큼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느냐를 알 수 있는 지표도 있다. 스타트업의 서비스들은 자신들의 제품 맛을 본 사용자들 중 몇 명이나 충성고객으로 전환이 되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다. 그 지표에 따라 향후 대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에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미국과는 다르게 한국은 몇몇 IT서비스들이 시장을 거의 독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페이스북이 압도적인 트래픽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뒤로는 링크드인, 핀터레스트, 스냅챗, 인스타그램과 같은 서비스도 있고 에어비엔비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만큼의 다양성은 확보되지 않고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스타트업 서비스들의 유저를 만나보았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새로운 SNS 영역을 만들고자 ‘캠프’, ‘구름’, ‘팬미’, ‘인터레스트미’와 같은 다양한 버티컬SNS 내놓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 서비스들은 낮은 실사용자 전환비율로 마케팅에 비해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서비스들로 마무리 되었다.
핑크파우치와 피플게이트는 각각 여성의 사용자가 70%이상이며, 재방문비율과 활성사용자 전환비율도 상당한 편이다. 이 두 서비스의 사용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유저들은 이 서비스를 왜 선택하였는지? 대기업서비스가 아닌 스타트업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스타트업이 지켜나가야 할 서비스의 가치는 또한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핑크파우치
작년 7월에 출시된 핑크파우치는 화장품 광고를 보면 해당 화장품 샘플을 받을 수 있는, 여성들을 위한 뷰티 이벤트 및 커뮤니티 앱이다. 갖고 싶은 화장품 샘플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는 가치제안으로 운영 1년차에 20만명의 여성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오는 8월부터는 기존의 이벤트 중심 서비스에서 여성들의 파우치 속 화장품 이야기를 나누는 뷰티 SNS로 전환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많은 여성들이 뷰티에 관련된 지식과 뷰티 노하우를 어느 플랫폼 서비스보다 쉽고 재미있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며, 나에게 꼭 필요한 뷰티 뉴스와 화장품 샘플/할인 쿠폰도 유저들이 받아볼 수 있게 된다.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한 이벤트가 효과적으로 보이는 여성 앱
핑크파우치는 여성 사용자가 95%를 넘는 여성 앱이다. 난 여성유저들이 어떻게 이 앱을 알게 되었는지가 궁금했고, 핑크파우치의 유저 김지은씨와 강재연, 김라희씨를 통해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대답한 최초의 응답은 ‘페이스북 이벤트’였다. 핑크파우치는 자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벤트와 연계해서 활용하고 있는데 여성유저들의 경우 대부분이 이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통해 이벤트 소식을 접하고 들어온 점을 알 수 있었다. 여성들의 패션아이템이나 이벤트 관련된 서비스의 경우 SNS와 블로그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 시키는 것이 남성위주의 서비스에서보다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신의 스타트업에는 다른 서비스에서는 불가능한 핵심적 차별성이 있는가?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만약 당신이 스타트업 VC를 만났거나, 관련 멘토를 만났을 때 이 말은 상당히 들었을 것이다. 너무나 자주 듣는 말이기에, 이제는 한 귀로 흘릴 수도 있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핑크파우치의 유저들을 만나고 다시 한번 ‘차별성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유저 중 김지은씨는 “다른 뷰티 어플들은, 이를 테면 뷰티박스, 파우더 룸 등도 있지만 핑크파우치는 내가 원하는 상품을 구성하여 샘플을 받을 수 있다는 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뷰티 앱 중에서도 또 다른 차별성을 핑크파우치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또 다른 유저인 김라희씨는 “핑크파우치에서 나의 뷰티 관심사를 공유하였을 때, 다른 유저들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는게 좋았다” 며 뷰티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다른 유저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인 방문의 이유로 삼았다. 즉, 최초의 재방문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타 앱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어야 하며 이것이 지속적 방문 사용자로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종류로든 ‘실시간 소통 시스템’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여성을 타겟으로 한 앱을 만든다면 이런 지속적 방문을 이끌 수 있는 소통 창구를 개설하기를 권유한다.
대기업을 넘을 수 있는 스타트업 서비스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결국 소비자는 스타트업 서비스/대기업 서비스를 양분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좋으면 사용하는 것이고 좋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 담당자에게는 냉정한 말일 수도 있지만, 사용자는 스타트업 서비스에게 특별히 관용을 베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핑크파우치의 유저들은 대기업의 서비스들보다 더 많이 이 서비스를 접속하고 애용하는 것일까?
핑크파우치의 유저들은 대기업 뷰티 앱의 경우 너무나 많은 광고성 때문에 단순히 화장품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였다. 전문가들이 직접 다양한 뷰티 리뷰를 대기업 서비스에서는 남겨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잡지를 보는 느낌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이다. 유저들은 조금 더 ‘실감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유저들은 전문가의 이야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유저들은 조금 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남기는 실감나는 이야기들을 원했다. 살아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것이다. 미국의 위키피디아 서비스도 처음 전문정보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받았지만 결국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정보의 공간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조금 더 자신들과 가까운 이야기를 원하는 것 이다.
핑크파우치의 인터뷰를 하면서 대기업의 투자를 받은 몇몇 패션 및 뷰티 앱들의 유저들의 의견도 취합해보았다. 그 결과 상당히 비슷한 대답이 나왔으며, 어떠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뷰티 앱을 사랑하는 여성유저들은 자신들만의 동질성을 갖고 타 유저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였으며, 이벤트의 경우 SNS 채널을 통한 방법이 아직까지는 상당히 효과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담당자라면 참고하길 바란다.
피플게이트
핑크파우치 유저들을 만난 이후 우리 피플게이트 유저들과의 미팅도 바로 잡게 되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유저는 마음을 담은 글씨를 쓰는 김현중님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컨텐츠, 캘리그라피를 통해 피플게이트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소모임도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왜 기존 대기업 관심사SNS를 선택하지 않고 피플게이트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다른 국내 관심사/인맥 SNS들은 거의 실패하였다, 이유가 어디 있을까?
피플게이트 유저들은 이미 기존 관심사 SNS들을 많이 써봤지만 2,3회 접속 후 앱을 삭제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들은 기존 대기업 SNS서비스들의 실패 이유를 ‘사용자 분석의 부재'에서 찾았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명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몇몇 통신사들이 만든 관심사SNS,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만든 SNS들의 경우 기술과 새로운 UI/UX에 집중한 나머지 그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들의 성향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방대한 콘텐츠와 전문적인 관심사 맞춤형 지식은 있었지만, 그것은 기존의 검색기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받아보는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조금 더 타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원했다.
초기 SNS의 경우 서비스 내 유저들간 ‘동질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피플게이트 유저의 사용자는 데이터를 살펴보니 상위 20%사용자가 하루 7회이상 방문하고, 실제로 댓글을 달고 대화를 나누지 않는 사용자도 하루 수 차례 방문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초기 스타트업 SNS의 경우 그 서비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 필요하다. 실제로 여성 SNS인 스타일 쉐어의 유저들을 직접 만나보았을 때도 그들은 자신들을 ‘스쉐유저’라고 부르며 상당한 동질감을 표현했다. 피플게이트 유저들 역시 피플게이트를 ‘피게’라고 부르며 하나의 커뮤니티를 강조하는데, 적어도 초기 서비스 형성 시 이러한 커뮤니티 동질감은 그 서비스의 최소 트래픽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다. 물론 서비스가 확장됨에 따라 그러한 동질감은 어느 정도 사라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다양한 스타트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을 만나보며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하나는, 스타트업 서비스가 초기 시장을 진입할 때는 모든 것을 다 가져가려고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서비스에서는 누릴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들을 반드시 넣어줘야 하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초기 스타트업 서비스들은 그 서비스를 사랑하고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음악 프로그램이든, 패션 앱이든 간에 유저들이 그 서비스를 즐기며 서로간에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소통을 통해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형성될 것이다. 적어도 이 부분은 초기 서비스에서는 상당히 유용하다.
끝으로는 여성서비스들의 경우 여자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SNS와 블로그 채널을 활용하여 적극 활용하였으면 한다. 물론 예전만큼의 유입 비율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대부분의 유저들은 아직까진 그 채널들을 통해 신규 서비스에 유입되고 있었다. 한국 스타트업 모두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