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다양한 맥주의 시대가 왔다
바야흐로 맥주의 전성기이다. 몇 해 전부터 급격하게 불어 닥친 수입맥주의 인기와 이태원,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진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는 맥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격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중에서도 수입맥주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2009년 205개였던 수입품목 수는 지난해에는 455개로 불과 5년 사이에 두 배가 넘게 종류가 늘어났다. 그만큼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선택권이 적극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수입되는 맥주의 종류는 크게 늘었는데, 정작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점점 혼란을 느낀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떤 맥주를 골라야 하는지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디시인사이드의 주류갤러리나 비어포럼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전부터 세계 맥주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적극적으로 음용을 해왔던 맥주 마니아들은 아직도 수입되어야 할 맥주가 많이 남았다며 아우성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에 다양한 맥주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맥주 초보자들이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맥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맥주정보 큐레이션 서비스 ‘오마이비어’는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만 21살의 젊은 대학생이 맥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사연
“맥주 한 병에는 고유한 역사와 스토리가 깃들어있어요. 기존의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맥주가 전부는 아니에요.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맥주가 존재하고,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와 문화가 있는 거지요. 저희는 그것을 사람들이 간편하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맥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바뀌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맥주정보 큐레이션 서비스 ‘오마이비어’를 운영하는 회사, 엑스바엑스(X_X)의 박상진 대표는 ‘여유’와 ‘풍류’의 자리에서 늘 빠지지 않는 맥주를 정보기술(IT)과 접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널리 전파하고 싶다고 밝혔다. 1993년생으로 올해 22살의 젊은 대학생 창업가가 맥주에 꽂히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열심히 공부해서 원했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12학번으로 입학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너무 고리타분하고 재미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늘 사회에 유익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신날 수 있는 기업을 운영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지요. 여러 가지 아이템을 찾아보던 중에 대학에 와서 처음 마셔본 ‘맥주’가 정말 맛있기도 했고(웃음), 자주 마시다 보니 저에게 마치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더라구요. 그런데 요즘에는 맥주 종류가 너무 다양하잖아요. 저도 처음에 선택의 어려움을 느꼈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었어요. 그래서 소비자 개개인의 독특한 취향에 맞춰 어울리는 맥주를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지요. 너무 맥주 덕후(맥덕) 같나요?(웃음)”
개인의 취향에 꼭 맞는 맥주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오마이비어
사실 ‘오마이비어’가 박상진 대표의 첫 번째 스타트업은 아니다. 작년 3월에 패션을 소재로 창업을 했다가 시원하게 말아먹었다고 한다. 치열한 자기반성과 시장조사 끝에 10월에 오마이비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국내로 맥주를 들여오는 수입업체들, 그리고 이를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소매업체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직접 세계맥주를 취급하는 맥주전문점들을 일일이 찾아가 오마이비어의 서비스를 설명했다. 많은 세계 맥주전문점들이 점포 차별화와 홍보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발견했고, 이 부분에서 시장 가능성을 보았다. 그 결과 현재 9개 소매업체와 제휴 계약을 맺었고, 소비자의 이용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보강하여 올 연말에는 그 수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맥주 수입업체와는 올해 4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서울와인&주류박람회’에 참석하여 안면을 트고 서비스를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지난 5월 31일에 열렸던 ‘오마이비어 런칭파티’에 쓰인 맥주를 몇몇 업체를 통해 후원받을 수 있었다. 현재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수입맥주의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맥주 수입업체들의 이름을 내건 파티, 프로모션 행사에도 오마이비어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뛰어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가장 큰 강점으로 손꼽아
지난 5월 31일 저녁, 강남구 논현동의 한 파티하우스는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브랜드의 세계맥주를 즐기려는 맥주 마니아들로 들썩였다. 준비된10여 종의 맥주들은 ‘맥덕’임을 자칭하는 필자에게도 생소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음용으로 제공되는 맥주를 받기 위해 오마이비어 어플리케이션의 서비스를 이용,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선호도와 맛 평가를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어울릴 법한 맥주가 추천되었다.
행사에 참여한 파워블로거 오장민 씨는 “맥주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레잇비어(Ratebeer)가 단순하게 정보를 나열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오마이비어는 이를 귀엽고 세련된 아이콘과 색깔을 사용하여 가독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맥주 초보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실제로 오마이비어는 한 눈에 들어오는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돋보였다. 또한 원하는 맥주를 검색할 때 맛과 함께 맥주를 즐기는 상황이나 함께 즐기고 있는 안주가 무엇인지 등에 따라 적절한 맥주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박상진 대표는 “매칭 데이터’라고 일컬을 수 있는 오마이비어만의 실용적인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핵심”이며 “향후 이를 활용, 세계맥주 전문점과 수입업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IT 플랫폼으로 오마이비어를 키워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가치 있는 컨텐츠를 IT와의 결합을 통해 재발견시켜주고 싶어
막연히 재미있는 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아무 것도 몰랐던 대학생들이 모여 처절하게 부딪히며 사업을 배웠다는 엑스바엑스(X_X)는 학창시절 수학 시간에 등장했던 조건집합{x|x}의 바(|)를 옆으로 쓰러뜨린 것처럼 기존의 조건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문화를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려면 자신들부터 최대한 재밌게 일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 진기한 맥주를 하루에 한 병씩 마시는 ‘1일 1맥주’와 자기 월급을 스스로가 정하는 ‘셀프 월급제’를 도입하여 일과 놀이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좋은 기회를 통해 다양한 세대와 배경을 갖고 있는 기업가 분들과 함께 ‘경영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는 스타트업과 창업이 세상에 의미 있는 ‘영적 존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젊은 학생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해서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그 의미를 전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진 대표의 얼굴은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열정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