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셀카봉을 들고 버즈피드에 등장한 이유
2015년 0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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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를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홀로 거울을 보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가 하면 셀카봉을 들고 셀카를 찍는 코믹 영상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달 15일 마감하는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안)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자처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약 30초가량 거울 앞에서 오바마 케어에 관한 연설을 연습하는 연기를 하며 건강보험 가입 마감 시한인 '2월 15일'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 한 달에 100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건강보험을 들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오바마 케어를 홍보했다.

오바마가 버즈피드와 함께한 동영상 ‘다들 하지만, 말하지는 않는 행동(Things Everybody does, but Doesn’t talk about)’은 미디어가 파편화되고, 콘텐츠가 과잉으로 생산되는 이 시대에 기업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기업의 이해와 논리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전통적 방식의 내러티브는 더이상 콘텐츠의 확산에 기여하지 못한다. 스웨덴 출신의 광고 전문가 펄 크롬웰(Per Cromwell)은 '바이럴리티의 해부(Anatomy of Virality)’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좋은 스토리 텔링이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이 만든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하는 기술에 기반한다(A good story is designing and crafting a story that people tell other stories about what you did)'고 밝힌 바 있다.

네이티브 광고(Native Ad)의 진화, 모바일 사용자 경험에 최적화하다

버즈피드(Buzzfeed)의 비디오 제작팀이 직접 제작한 이 영상은, 새로운 소셜 미디어 환경의 생리에 맞추어 진화한 네이티브 광고(Native Ad)로 분류될 수 있다. 네이티브 광고는 기존 광고와는 달리, 사용자가 웹사이트에서 이용하는 콘텐츠 일부가 되어, 적극적으로 사용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배너 광고는 기사와 분리된 별도의 자리에 위치한다. 하지만 네이티브 광고는 일반 기사와 동등하게 배치되며, 기사와 유사한 콘텐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전 세계 165개국, 8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모바일 광고를 노출하고 있는 독립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기업 인모비(Inmobi)의 자예시 이스와라모니(Jayesh Easwaramony) 부사장은 2015년 가장 주목할만한 모바일 트렌드로 네이티브 광고를 꼽은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네이티브 광고의 유력한 성장 배경으로,  초기 인터넷 광고 시장 성장을 급속도로 발전시켰던 배너 광고의 클릭률 하락을 이야기한다. 인터넷 초창기에 최대 40%를 상회하던 배너 클릭률은 최근에는 0.1% 수준으로 급락했고,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접속이 보편적인 환경 속에서 과거 PC 환경보다 작은 모바일 배너 광고 크기가 향후 배너 클릭률을 더욱 하락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네이티브 광고는, 언론사의 에드버토리얼(Advertorial, 광고와 편집기사의 합성어로, 논설식 광고를 일컫음)과 같이 외부로의 확장성을 고려한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 형태와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이 특정 플랫폼 내부에서 피드의 형태로 전달되는 클로즈 플랫폼 형태로 분류되기도 한다.

버즈피드, 모바일 머니는 동영상으로 흐른다

버즈피드(Buzzfeed)는 최근 동영상 제작 직원 수를 100여 명으로 늘리며, 네이티브 광고 형태의 동영상에 제품간접광고(PPL)형식을 결합하여 핵심 수익원 삼고 있다. 버즈피드는 동영상 제작뿐 아니라, 버즈피드 팝, 버즈 피드 옐로우, 버즈피드 바이올렛 등 6개의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는 네트워크 사업자의 역할을 병행하며, 일일 평균 5~7개의 영상을 유통해 월평균 4억 조회수를 발생시키고 있다.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란, 두 개 이상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와 생산자의 연합체로서 프로그램의 상업화를 책임지며 유튜브로부터 멀티채널 네트워크 사업자(MCN)로서의 특권을 부여받은 사업자를 말한다.

Edition D의 강정수 편집자의 아티클 '유투브와 알고리즘'에 따르면, 유투브 멀티채널 네트워크 사업자는 각 채널의 콘텐츠들의 도달률을 증대시키고, 광고주 섭외 및 영상 제작 등 매니지먼트 전반의 영역의 업무를 맡게 되는데 이미 드림웍스, 디즈니 등에 인수된 바 있는 어썸니스TV, 메이커스스튜디오등이 그 좋은 예라고 볼 수 있겠다.

버즈피드(Buzzfeed)는 리스트클(리스트와 아티클의 합성어로, 특정 주제를 정하여, 이미지나, 영상과 함께 번호를 붙여 나아가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임)의 재치있고 재미있는 영상화로 유명하다. 당신이 몰랐던 12개의 훌륭한 직업들(12 Awesome Jobs You don’t know Existed)이라는 리스트클을 영상화한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영상 프로덕션의 퀄리티보다는 도달률과 유저들의 인게이지먼트 지표(공유, 댓글, 좋아요 등)를 높일 수 있는 전략들이 돋보이는 콘텐츠 기획이다.

한국의 네이티브 광고, 그리고 스타트업의 마케팅 전략

이와 같은 네이티브 광고의 핵심은 매체의 신뢰도에 있다. 낚시성, 선정적 제목의 기사들을 큐레이팅하여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으며 이젠 역사속으로 사라진 네이버의 뉴스 캐스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매체 운영자는 지속적으로 콘텐츠의 퀄리티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한국 역시 이와 같은 건강한 철학에 기반하여 네이티브 광고 영역에서 새로운 실험을 전개하고 있는 쉐어하우스, ㅍㅍㅅㅅ, 슬로우뉴스 등의 스타트업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쉐어하우스가 프로모션 상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옥션과 함께 진행했던 “맥주를 차갑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란 영상은, 클라이언트가 기존에 제작했던 영상 대비 페이스북 좋아요 및 도달률이 3~30배 이상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까지 모바일 및 소셜 미디어 플랫폼 중심으로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살펴 보았다. 이와 같은 네이티브 광고는 제한적인 예산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야 할 스타트업들의 마케팅의 구체적인 전략으로서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 배너 광고에 기반한 전통적인 광고는 서서히 그 권력을 잃어 가고 있다. 바야흐로 콘텐츠 과잉의 시대다. 이용자가 던지는 질문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현명하게 답하는 법을 연구하며,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콘텐츠 기획과 이를 타겟한 고객층에 도달시킬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겸비한 스타트업들의 지속적인 출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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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종은 연쇄 창업자로, KBEAT의 공동창업자이자 CXO. 스타트업을 위한 초기투자 심사역 및 엑셀러레이터로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및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SKP,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멘토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런던 영화학교를 졸업했고, 2011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walterlee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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