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편함을 체크하면 반기지 않는 우편물들이 대부분이다. 청구서와 온갖 광고물들. 집에 들어오기 전에 필요없는 우편물들은 버리고 들어오는데, 광고지들은 곧바로 쓰레기통 행이다. 그 중, 광고지임에도 불구하고 버려지지 않는것이 있는데 바로 “탐스 슈즈” (Toms Shoes)에서 오는 카탈로그이다. 분명 한 회사에서 상품을 광고하는 광고지임이 분명한데, 버릴까 말까 고민하지도 않고 항상 집에 가지고 들어와서 읽어본다. 읽을 때마다 “이 회사 스토리 텔링 정말 잘하네” 하고 느끼면서 소개된 상품들이 괜히 사고 싶어진다. 처음 보았을때 솔직히 탐스 슈즈의 신발들은 별로 예뻐 보이지 않았다. 패셔너블한 뉴요커들은 선호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디자인. 하지만 뉴욕 거리에는 탐스 슈즈 로고가 달린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바로 탐스 슈즈를 사면 내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한 켤레의 탐스 슈즈 신발을 구입하면 다른 한 켤레의 신발이 제 3세계 어린이에게 기부된다. 지금까지 수익의 일부를 좋은 일에 쓰겠다는 회사들은 많이 있었지만 일대일 기부 공식 (One for One)을 도입한 회사는 처음이다. 사람들은 좋은 일을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고 귀찮아서, 그리고 내가 기부한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투명성의 부족 때문에 기부를 꺼린다. 탐스 슈즈는 기부의 이 모든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했다. 내가 신발을 구입하면서 다른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자동으로 기부가 되고, 제3 세계의 한 어린이는 내가 기부한 신발을 신게 된다. 여기에서 오는 뿌듯함과 만족감은 정말 기발한 감성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탐스 슈즈 창업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Blake Mycoskie)는 2006년 여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먼 길을 걸어 다니는 현실을 목격하고, 따라서 심각한 질병에 시달리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 신발만 있다면 예방할 수 있는 병에 걸려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보며 이들에게 신발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던 중, 기부를 받아서 신발을 사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일대일 기부 공식을 도입한 신발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영리회사는 이윤만을 추구하고, 비영리 회사가 좋은 일을 한다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소박한 꿈을 갖고 시작했지만 2013년 현재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 천만 켤레도 넘는 신발을 기부했다. 그리고 일대일 기부 공식을 안경에도 도입해 안경을 하나 구입하면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이 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2014년 1월부터는 신발 생산의 일부를 아이티에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역 사회에서 고용 창출과 고용 유지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조가 빈곤의 근본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결과다.
다양한 업계에서 탐스 슈즈의 카피캣을 만들어냈다. 탐스 신발 모양을 카피하기도 하고 일대일 기부 공식을 따라하기도 한다. 이 카피캣들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탐스 슈즈의 “나눔”이 회사의 이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른 기업들이 알게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뉴욕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중 돈 이외에도 사회적 가치와 목적 의식을 가지고 창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뉴욕 스타트업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업계에서 높은 직위를 가지고 많은 보수를 받으며 일을 했던 엘리트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을 포기하고 창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돈만이 목표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스타트업에서의 성공률은 낮고, 오직 돈을 목적으로 한다면 전 직장에 남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큰 기업에서는 얻기 어려웠던 일에서의 만족감과 의미, 충만감, 그리고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자신이 만든 회사를 통해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