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영 변호사의 NY LIFE STORY] 뉴욕의 마당발이 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5가지 대화법
2014년 05월 12일

스타트업 업계에 계신 분들 중에서 미국 진출을 목표로 삼아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신 분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보통 미국에서의 성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영어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사람들이 미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은 영어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나 예절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그리고 한국에서 생활한 초등학교 때의 몇 년을 제외하면 평생을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어로 말하고 쓰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화와 사회생활 측면에서는 미국이 조금 더 익숙한 편이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와 예절이 많이 다른것을 보면서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성공하기를 꿈꾼다면 꼭 알아야 할 점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함께 나누고 싶다.

1. 사람을 만나자마자 즉시 명함부터 건네지 말 것

한국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관습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황당한 행동이다. 미국 사람들은 상대방의 직업이나 직위를 알기 전에, ‘이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해 먼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대화를 나눠보고 계속 연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헤어질 때쯤 명함이나 연락처를 교환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사람들은 보통 만나자마자 명함부터 교환하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이러한 인사법이 나에겐 아직도 좀 생소한 편인데 가끔 한국에서는 직업이 없거나 혹은 명함이 없는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때도 있다.

greeting

2. 직위나 직급이 아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해질 것

한국 사회에서는 명함을 교환하는 것을 통해 서로의 직위를 파악하고 관계를 맺는 문화가 있는 듯하다. 때로는 이런 문화가 직위에 따라 서로의 사회적인 위치를 정립하고(당신은 과장, 나는 부장) 누구의 나이가 더 많은지 등을 파악해 위계질서를 정립하고 관계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국 생활과 비교해서 한국의 사회생활에서의 힘든 점들 중 하나는 이름에 직위나 직급을 붙여 부르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상대방을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쉬운데 한국에서는 호칭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상대방의 직위나 직급을 알고 있더라도 '사장님, 이사님, 상무님,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실장님...' 등 셀 수 없이 많은 호칭들을 다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어렵게 외운 직급은 인사철이 지나면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이 진급한 것을 모르고 예전 직급으로 부르게 되는 실례를 범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한번은 실장이셨던 분이 상무로 승진했는데 한동안 만나지 못해서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나는 계속 이 분을 '실장 님'으로 칭했었다. 나중에서야 진급했다는 것을 알고는 꽤 민망해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직급 문화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직위나 직급으로 서로를 부르다 보면 수평적인 관계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거리감이 생기고 솔직한 대화나 커뮤니케이션도 어려워지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높은 상사라도 이름을 부른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은 그렇다.) 예를 들어 로펌에서 가장 높은 파트너 중 한 명인분을 나는 'Mark' 라고 부른다. 가끔 잘 모르는 사람에게 ‘Mr. 혹은 Ms.’를 붙여 (예를 들면 Mr. Smith, Ms. Smith) 라고 부를 때도 있다. 그러면 상대방이 대부분 “Just call me Brian.”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미국에서 'Celina'로 불리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변호사 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처음에는 참 어색했다. 그리고 적응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국에서는 직업과 관련된 호칭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름 대신 역할로 불리는 것이 미국과는 매우 다른 점이다. 예을 들어 영희 엄마, 철수 아빠, 한남동 이모, 파주댁 등 이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역할 혹은 출신 지역으로 굳이 불려지는 이유가 뭘까? 개인의 정체성(individuality)이 중요한 미국 사회에 비해 사회에 동화되어 어우러지는 것이 더 중요한 한국 문화와 정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개인의 정체성보다는 사회적인 역할이나 위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더 초점을 두는 것 같다.

이렇게 두 문화가 서로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직급이 한참 높은 상사의 이름을 부르는 것, 또한 부하직원이나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사람들이 나의 직급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3. 눈 마주치고 이야기하기

미국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ye contact'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 중에는 눈을 잘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바로 앞에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비스듬히 해서 상대방의 눈을 피하거나 대화 중인데도 다른 곳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대화할 때 'eye contact'을 잘 하지 못하면 무례하고 믿을 수 없는, 그리고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미국의 어느 대기업의 인사부 담당자는 면접 중에 'eye contact'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 또한 로펌에서 변호사를 뽑을 때 면접 중에 'eye contact'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면접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 관계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 'eye contact'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방을 쳐다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버릇없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특히 나이가 더 많은 사람과의 대화에서) 문화적 관념의 차이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eye contact'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무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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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인적인 정보와 사생활에 대해 절대(!) 물어보지 말 것

미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 중에서 가장 무례하고 불쾌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도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는 질문들을 마구 퍼붓는 행동이다. 나이, 결혼 여부, 자녀의 유무 등 사적인 질문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서슴치 않고 묻는 행동은 미국 문화권에서는 절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만나자마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굉장한 결례다. 나이, 결혼 여부 외에도 정치적인 성향이나 종교에 관한 질문도 절대 금기사항이다. 한 미국 친구가 한국 사람들은 왜 이런 사생활 침해적인 질문들을 아무렇지 않게 묻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매우 불쾌해하며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다. 문화적 차이때문이긴 하지만 정말 창피했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는 입사 지원 시 이력서에 자신의 사진, 나이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 가족 구성원의 직업과 나이까지도 모두 기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이 본인의 직업 능력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에서는 이력서에 사진을 절대 첨부하지 않는다. 면접 중에 지원자의 나이와 결혼여부, 자녀의 유무를 묻는 것조차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을 정도로 문화적 차이가 크다.

한국 문화에서는 사적인 질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에 참견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인 것인양 정답을 정해놓고 이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왜 그렇게 살지 않느냐고 참견하는 것도 많이 봤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homogenous'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정해진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자유분방하고 사생활도 자유롭다. 각자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준다.

미국 문화권에서 예의없고 생각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다면, 상대방이 직접 말하기 전에는 절대로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인생과 라이프스타일에 절대 참견하지 말 것. 만약 미국에서 이와 같이 행동 한다면, 인간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5.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는 것과 웃음에 익숙해지기.

미국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는다. 도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웃는 것이 생활화되어있다.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빙긋 웃는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미국에서는 웃는 것이 예의바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모르는 미국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웃는다면, 당황해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미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잘 건네는 편이다.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거나 최소한의 인사 정도는 편하게 건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가볍게 웃는 법, 그리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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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Celina Lee)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서 직업상 미국과 한국을 자주 옮겨 다닌 부모님을 따라 세 살 때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MIT를 졸업하고 금융업계에서 일하다가 U.C. 버클리 법대를 졸업하고, 현재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어주는 것이 좋아, 미주 한인방송국에서 토크쇼와 뉴욕 라디오 코리아에서 『채영의 뉴욕 뉴욕』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인 9명을 직접 취재해 그들의 꿈과 열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 『꿈을 이뤄드립니다』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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