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2일, 스타트업 업계에는 겹경사가 생겼다. 먼저 이날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비글로벌2014(beGLOBAL)'의 개최일이기도 하면서,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두 스타트업의 대표가 15년이 넘는 인연 끝에 마침내 화촉을 밝히는 날이기도 하다.
이 깜짝 놀랄만한 소식의 주인공은 바로 '잡플래닛'의 황희승 대표와 '눔코리아'의 이혜민 대표. 중학교 2학년, 짝꿍으로 만난 그들은 어떻게 각각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어 결혼에까지 골인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결혼을 한 달 앞둔 예비 신부, 예비 신랑을 한 자리에서 만나봤다.
▲잡플래닛 황희승 대표(좌), 눔코리아 이혜민 대표(우)
- 안녕하세요, 결혼 소식 정말 축하드립니다. 양가 대표님들의 서비스 소개 부탁드려요.
이혜민 눔 코리아 대표(이하 눔): 안녕하세요. 눔코리아 이혜민입니다. 눔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도록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해주는 회사입니다. 전 세계 2만 6천 개의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진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어요.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이하 잡) : 저는 잡플래닛의 황희승 대표입니다. 잡플래닛은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서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입니다. 구직자들이 입사하기 전 그 회사에 대한 실제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죠.
- '잡플래닛'하니까 기업 평점이 생각나네요. 각자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몇 점을 줄 거라고 예상하세요?
잡: 평점 5점 만점에 4.5점 정도예요.(웃음) 사내 분위기는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고, 돌이 안된 11개월 정도의 아기가 엄마랑 같이 출근해요. 수요일마다 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다큐멘터리나 영화 같은 걸 봅니다. 군것질거리는 떨어지는 날이 없고요.
눔: 저희 현재 잡플래닛 평점이 4.2 정도 되는데요. 올해 목표는 4.5로 만드는 거예요. 지금 현재는 4.35 정도 된 것 같아요.
- 두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인연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됐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만나게 되셨고 첫 느낌은 어떠셨나요.
눔: 중학교 2학년 때 제가 전학을 갔는데, 어떻게 둘이 짝이 됐었어요. 중학교 때 인기 많은 남자애들의 특징이 농구나 축구 중 하나는 꼭 잘하고, 거기서도 주장 같은 걸 해야 하잖아요. 리더쉽도 있으면서, 다른 여자애들이랑 별로 친하진 않아야 하고. 약간 그런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제 친구가 굉장히 좋아했는데, 본인 말로는 팬클럽이 있었다고 하는데 전 잘 모르겠어요.(웃음)
잡: 맨 처음 봤을 때, 되게 예쁜 아이가 전학을 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착하고 순수하면서도 은근 까칠한 면이 있었어요. 제가 되게 아파서 학교를 못 간 날, 친구 핑계를 대면서 딸기를 사서 병문안을 왔더라고요.(웃음) 제가 중 3 때 유학을 가면서 떨어지게 됐는데, 싸이월드 1촌이어서 근근이 소식은 들으면서 지냈어요. 다시 만나서 사귀게 된 건 2009년, 그러니까 10년 만이었죠.
- 두 대표님은 나이에 비해 사업 경험이 많으신 편인데요. 2009년부터 쭉 서로의 사업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었는지 궁금하네요.
잡: 저 같은 경우에는, 혜민이가 대기업에 있을 때부터 봤었는데 제가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굉장히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여자분들은 남자친구가 사업한다 그러면 싫어하거나, 무관심한 게 대부분이잖아요. '골치 아픈 거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인데, 혜민이는 굉장히 깊게 질문을 하고 때로는 가벼운 컨설팅까지 해줘서 창업가 기질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 이후에 이혜민 대표님이 글로시박스 창업을 하셨었죠.
잡: 글로시박스를 할 때는 되게 꼼꼼하게 일 처리를 잘해서 결혼해서 내가 잡혀 살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그 당시가 사귄 지 3년 됐을 때인데, 아 이제 본성이 드러나는 것인가 생각하곤 했죠. 근데 지켜보다 보니 일과 일상생활을 분리해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사람이더라고요. 사람 만날 때는 180도 순진해져서, 굉장히 마음이 놓였죠.
- 현재는 눔코리아 대표를 맡고 계신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신가요.
잡: 솔직히 고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항상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응원을 해주거든요. 하지만 너무 힘들면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안 해도 된다. 힘들면 이야기해라, 하고요. 제가 있으니까요.
- 멋있네요, 부럽네요 이 대표님. 여자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이잖아요.
눔: 아까 에어콘 바람 때문에 굉장히 추웠는데, 지금은 땀이 나네요. 왜일까요.
- 입장을 바꿔서, 황희승 대표님이 처음 창업을 한 2008년에는 지금처럼 스타트업 붐이 불 때도 아니었고, 남자는 대기업 가야 한다는 편견이 더 강했던 시절이었어요. 이혜민 대표님은 당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눔: 제가 당시 대기업 3년 차였는데, 보통 그 시기에 굉장히 매너리즘에 빠지고 자기 커리어나 업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제 주위에 나이가 많고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희승이는 생각만 하지 않고 직접 시도를 하니까 좀 존경스럽더라고요. 사업이 실패하고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굉장히 역동적으로 계속해서 시도하고 망해도 다시 일궈내고 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사실 글로시박스를 시작하게 된 것도 당시 희승이가 모회사인 로켓인터넷의 대표로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용기와 영향을 많이 줬죠.
- 이후에 황희승 대표님이 인큐베이팅 회사인 로켓인터넷을 거쳐 그루폰 코리아 대표를 맡으셨었어요. 굉장히 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눔: 로켓인터넷 할 때는 저도 굉장히 흥분됐었어요. 이후에 그루폰이 많이 성장하면서 성장통도 겪고, IPO 같은 큰 사건도 거치면서 업무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정신, 체력적으로는 굉장히 힘들어하더라고요. 원형 탈모증도 오고, 개인적으로는 너무 힘들면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마음이 많이 아팠죠.
- 로켓인터넷이나 그루폰 때보다 잡플래닛하면서 연봉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들었어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에 대해 여자친구로서 두려움이나 아쉬움은 없으셨나요?
눔: 충분히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잡플래닛이 성공을 못 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신뢰했고요.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웃음)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벌 때와 적게 벌 때 씀씀이의 차이가 거의 없어요.
잡: 짠순이예요.
- 만약 두 분이 사업을 같이한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잡: 그냥 각자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웃음) 저는 사실 자기 전에 누워서도 비즈니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편인데, 같이 사업하면 제가 얼마나 귀찮게 하겠어요. 각자 하고, 서로에게는 쉼터가 되었으면 해요.
- 각각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눔과 잡플래닛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첫 번째로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서비스 스타트업같은데,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기술 스타트업으로 보기도 한다는 점이예요.
잡: 저희 같은 경우는 사용자들이 기업 정보를 검색하기 때문에 검색 기술이 중요해요. 소비자들이 검색한 내용에 기반에서 미래에 검색할법한 키워드를 추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예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사용자가 작성한 기업 리뷰,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분석해서 그 사람에게 맞는 회사를 추천해주는 거예요. 그 알고리즘을 지금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자가 내부에 8명 정도 있는데. 앞으로 8명 정도 더 채용할 예정이예요. 좋은 개발자분들, 잡플래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눔: 눔 코리아의 경우에는 기술 자체를 실제로 개발해서 특허를 받고 있는 건 아니지만 눔 본사가 기술 회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실제 다이어트를 하면서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끼리 그룹을 만들었을 때 성공률이 5배가 높아지는데요. BMI 수치라든지, 거주 지역에 따라 그룹을 묶어줘서 서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한국 지사예요.
기술 개발에 대한 부분은 본사가 중점적으로 맡고 있는데요.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와 만보계를 통한 활동량 측정을 바탕으로 각 사용자에게 맞는 코칭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눔의 핵심 기술입니다. 얼마 전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는 레퍼런스 앱으로 눔이 소개되기도 했었는데요. 구글의 헬스케어 통합 플랫폼인 구글핏 위에서, 조본이나 핏빗같은 다른 웨어러블 기기와도 연동될 수 있어요. 지금은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글래스를 통해 음성으로 기록된 식단이 모바일 눔 앱과 연동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두 번째로는 두 서비스 모두 굉장히 유망한 산업 분야에 있다는 점입니다. 헬스케어 시장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 취업 정보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어요. 이 큰 시장 속에서 각 서비스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잡: 1999년 이후로 취업 정보 서비스는 한 번도 개혁된 적이 없어요. 모두 다 일률적인 게시판형 플랫폼들만 있죠. 구직자들에게 주는 정보 자체도 일방적이고 투명하지가 않아요. 잡플래닛은 기존의 플랫폼들이 줄 수 없었던 생생하고 투명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잡플래닛을 통해서 사용자들이 기업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눔: 잡플래닛과 눔, 모두 기존 시장을 혁신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눔의 경우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철저히 개인 맞춤형 코칭 시스템을 제공하고, 저비용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이어트 시장을 바꿔나가고 있고요. 또 다이어트에 관련된 서비스 중, B2B 사업을 시작한 것도 눔이 처음입니다.
- 세 번째로, 두 서비스 모두 사용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어떻게 수익 모델을 더 발전시켜나갈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수익화에 대해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잡: 저희는 아직 수익 모델을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당분간은 생각하지 않을 생각이고요.(웃음) 잡플래닛의 경우는 현재 트래픽만을 가지고도, 일반 광고를 붙이면 손익 분기점은 넘길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게 비단 거기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광고 의뢰는 많이 들어오지만 좀 더 긴 관점으로 지양하고 있는 중이예요. 저희 같은 경우는 콘텐츠 회사다 보니, 광고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어요. 사용자의 패턴을 잘 파악하고 광고를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로 제공해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수익화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할 생각이예요.
눔: 저희는 기관 시장(Institutional market, 대규모 구매가 이루어지는 조직)을 굉장히 크게 보고 있어요. 저희 서비스는 금융업, 병원 등 건강에 대한 니즈가 있는 곳하고는 모두 접목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보험사 같은 경우도 고객들이 건강해야 본인들이 더 이득을 보게 되어있고요. 의료법이 아직 개방되지는 않았지만 의사가 진료할 때 저희 눔 앱을 통해 환자가 평소에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는지, 운동량은 얼마나 되는지 체크해서 더 자세한 처방을 내려줄 수도 있거든요. 어떤 질병으로 발전하기 이전에 활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거죠. 다양한 확장과 협업의 가능성들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예요.
- 앞으로 두 기업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려요.
잡: 저희는 현재 동남아 쪽 해외 지사를 세우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고요. 올해 12월 쯤에 본격적으로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말씀드린대로 좀 더 정교한 검색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 분들에게 꼭 맞는, 생생한 데이터들을 제공해드릴 수 있게 될 거예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개발자분들 많이 오세요.(웃음)
눔: 눔도 지금 채용 중인데, B2B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해당 인력을 찾고 있어요. B2B 헬스케어 쪽에 관심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들고 싶으신 분들 대환영입니다. 저희는 현재 서울시와 함께 건강 관리 사업을 하고 있고요. 8개 기업 직원들의 건강 관리도 담당하고 있는데 굉장히 효과가 좋아요. 내년에는 눔도 중화권과 일본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아시아 허브가 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빼는 것을 도울 예정입니다. 다이어트 성공률이 0.05%라고 하는데, 0.1%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예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2세에게도 스타트업을 하라고 추천하실 건가요?
잡: 아이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죠?(웃음) 하지만 인생에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추천은 할 것 같아요. 사람과 세상,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어요. 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나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아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여러 굴곡을 겪다 보면 나 스스로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지켜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진실하게 고민하는 순간들이 많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은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눔: 동감입니다. 너무 매력적인 직업이예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잖아요. 얼마나 스릴있어요. (웃음) 본인 적성만 맞고, 정직하고 올바르게 가치 있는 사업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제보다 오늘이 훨씬 재밌는 것 같아요. 아주 적극 추천입니다.
- 비글로벌이 같은 날 열려서 비석세스 식구들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이들은 결혼 이후 계획에 대해 '우리도 행복하고,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다 행복한 부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의심의 여지가 있을까. 교회에서 소박한 예식을 올린다는 두 연인의 눈빛 속엔 인터뷰 내내 존중과 다정함이 그득했다. 눔코리아, 잡플래닛이라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래는 물론 예비 부부로서의 이들의 삶 역시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