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반문화적이라고 여겨진 지하 운동, 메이커 운동은 이제 주류의 반열에 올라섰을 뿐 아니라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혁신가이자 메이커인 이들은 전통적인 장인, 컴퓨터 해커, 공예가, 뮤지션, 예술가, 요리사, 학생, 용접공, 과학자,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그리고 회로 판매상이다. 아두이노 마이크로 컨트롤러, 3D 프린터, 오픈소스 하드웨어와 같은 도구나 나무, 섬유, 금속, 전자기기, 레고 블럭 등의 매체를 사용하는 이들은 주목할만한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바로 창조의 민주화이다. 이러한 운동은 개인 생산의 시대를 도래하게 하는 새로운 산업 혁명으로 불리면서 우리의 삶과 생계에 대해 깊은 암시를 준다.
많은 메이커들은 3D 프린터로 만든 잡동사니, 바나나로 건반을 만든 피아노, 깡통으로 만든 USB 충전기 키트, 구슬 대신 볼링공으로 만든 루브 골드버그 스타일의 대형 기계 등 재미있는 프로젝트부터 시작한다. 이후 이런 부류의 프로젝트가 시시해질 때쯤이면 저비용의 인큐베이터, 의수, DIY 점자 인쇄기, 주사 터널링 현미경 등을 만든다.
메이커들이 이런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험 정신, 문제 해결, 협동 능력 등의 기술은 미래 국제 경제에서 성공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메이커들에게도 교육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스템(STEM)에 대한 실천적인 이해가 생겨난다.
그러나 최근 미국, 멕시코, 중국에서 1,000명에게 설문하고 2차 자료를 통해 수행한 연구 결과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2012년 메이커 시장 설문에 의하면, 메이커 커뮤니티의 82%가 남성이며, 2013년 메이커 페어 참석자 연구에 참여한 사람의 68% 역시 남성이었다.
위 연구에는 인도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결과는 더 나쁠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현재 메이커 운동 자체가 초창기 단계에 있으며, 기술 분야에 있는 여성이나 여학생의 비율이 굉장히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저 숫자가 높아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다.
여성과 소녀들이 메이커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잇따라 사회·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엔지니어링, 디자인, 제품 개발 직종을 살펴보면 기술 산업군에 성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여성들은 취업과 승진, 경영진 선출 시에 계속해서 장벽에 부딪힌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한 가지 방법은 이들이 메이커 운동에 광범위하게 참여하여 컴퓨터과학과 공학 분야에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다.
여성과 소녀들이 더 좋은 기회를 얻어 삶이 더 윤택해지고 자율성을 가질수록, 즉 양성평등이 실현될 때, 사회·경제 영역도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소녀와 여성들이 메이커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미 깊게 뿌리 박힌 성차별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하나의 답을 도출할 순 없다. 인텔은 연구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이미 존재하는 성별 규범을 고려하여, 소녀와 여성들이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여성 전용 또는 여성 친화적 메이커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도서관과 학교는 필수이다.
2) 소녀와 여성들에게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에 제약을 두지 않는 메이커 공간을 디자인하라. 교육적 접근은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해야 하며, 체계가 없어야 한다. (메이커들이 일하는 방식이 이러하다.)
3) 소녀들이 또래 메이커들과 여성 멘토들을 잘 만날 수 있도록 자주성을 개발해야 한다. 부모들이 기존에 교육에 대해 가졌던 엄격하고 “고상한” 생각을 내려놓고, 자녀들과 함께 “엉망으로 만드는” 메이커 활동을 포용하고 관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라.
4) 소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코딩과 하드웨어 제작 등의 메이커 활동을 현재의 트렌드 및 개인적인 관심사와 연결하라.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과는 다르게 메이커 운동은 무척 다양하고 때로는 무질서하여서, 이것이 왜 유용하고 중요한지 그리고 현재의 트렌드 및 관심사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여 소녀와 여성들로 하여금 메이커 운동이 스스로와 관련이 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5) 메이커 공간에 조력자들을 투입하여 소녀들과 여성들이 안전하고, 지지를 받으며, 포용 받는 환경을 만들어라. 이 단계는 독립적일 수 없고, 메이커 운동처럼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비전이다. 첫 번째로 메이커 환경을 창조하라. 아이들은 이곳에서 부모와 함께 여러 재료와 도구를 탐구할 수 있다. 피츠버그의 어린이 박물관에 있는 팅커링 스튜디오가 그 좋은 예다.
6) 다음으로, 소외 지역의 여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창작할 수 있는 메이커 공간을 창조하라. 기술과 기초 기술이 교차하는 학제 간 전략을 사용하여 상호작용과 실험이 일어나도록 이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공간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면, 여러 공간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미국에서 메이커 운동의 “허브” 역할을 하는 뉴욕 사이언스 홀과 인텔의 컴퓨터 클럽 하우스 네트워크와 같은 과학박물관이 적절한 사례이다.
7)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새로운 지역사회와 학생들에게 기술과 배움을 전수할 수 있도록 재능 넘치는 자원봉사자, ‘마스터 메이커’를 발굴하라. 궁극적으로 이는 맨땅에서 일으키는 운동이기 때문에 열정의 불씨를 계속 이어나갈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공동체의 가장 좋은 예시는 미국의 걸스카우트 테크걸스다. 걸스카우트는 전 연령의 여자아이들이 K-12(유치원(kindergarten)부터 12학년까지의 공교육과정을 뜻함)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실생활과 연관된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에 대해 경험할 수 있게 한다. 걸스카우트는 자연주의 배지, 디지털 예술 배지, 과학기술 배지, 혁신 배지 등 재미있고 각 연령에 알맞은 STEM 활동 배지를 나눠준다. 테크걸스는 이와 비슷하게 YWCA가 전국적으로 운영하는 성공적인 자율 프로그램으로,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는 고학년 여학생들에게 확장 가능하며 여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흔치 않은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메이커 운동이 유기적으로 일어났다면, 인도처럼 아직 개발 중인 국가에서 동일한 양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요 이해 관계자는 다음과 같다. :
1) 교육가. 이들은 교실이나 방과 후 학교에서 메이커 운동을 홍보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정책 입안자. 이들은 기술, 메이커 공간, 교사의 전문성 개발로의 접촉 기회에 대해 고심하고, 교사들이 스스로 메이커가 되도록 교사 전문성 개발을 강화할 수 있다.
3) 부모님. 이들은 자녀들과 같이 메이커 활동을 하는 부모들을 만나야 한다. 자신의 지역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4) 비영리기관. 메이커 자주성과 모두를 포용하는 메이커 공간을 만들어 소외 계층을 연결한다.
6) 도서관/미술관에 있는 공공장소의 활용도를 높여 소외 계층의 비공식적인 메이커 ‘번개’를 열어라. 오프라인 모임일 수도, 온라인 모임일 수도 있다
7)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더욱 많다. 우리가 하는 메이커 활동의 창의적인 에너지를 통해 인도 소녀와 여성들의 삶과 미래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바로 지금이다. 메이커 운동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이 혁신의 원천을 지금 두드린다면, 우리 사회와 경제의 안녕과 진보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모든 소녀, 여성 그리고 소외 계층이 메이커 활동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메이커 운동에 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