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 라비칸트는 앤젤리스트의 대표겸 공동창업자이다. 앤젤리스트는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웹상에서 직접 연결하는 소셜네트워크형 플랫폼이다. 기존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폐쇄적 집단(Inner Circle) 문화 속에서 활동하였으나, 앤젤리스트 플랫폼의 등장으로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개방적으로 바꾸어 혁신적인 벤처 환경을 구축하였다.
그런 그가 비론치 컨퍼런스를 찾아, 국내 스타트업에게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요건과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해 논했다. '비론치 2014(beLAUCH 2014)' 둘째 날 <앤젤투자와 스타트업 크라우드 펀딩> 세션에 참여한 나발 라비칸트의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일전에 탈출속도(escape velocity)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스타트업에게는 일명 '탈출 속도(escape velocity)'라는 개념이 있어요. 로켓 공학에서 나온 개념인데, 로켓이 지구를 탈출할 때 일정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구로 다시 추락한다는 것이죠. 실리콘 밸리 문화가 유명한 것은, 이런 힘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합니다. 굉장히 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성공하죠.
무엇이 스타트업에게 그런 탈출 속도를 갖게 할까요.
우버(Uber)같은 회사는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성공했죠. 우버가 그렇게 빠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술로 적절한 도입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트위터나 야머같은 경우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스타트업을 보면 모두가 열심히 하고, 모두가 똑똑합니다. 그렇기에 항상 성공을 위한 게임에 최선을 다해야 하죠. 스타트업을 이끌어나가는 데에는 수도 없이 많은 어려움이 있기 대문에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바로 고집과 집요함(persistence)입니다. 그 프로덕트를 위해 10년 간 노력할 수 있을만한 집념이 있어야 하죠.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요?
항상 두려워요. 스타트업에게는 언제나 리스크가 도처에 존재하고, 무엇이든 빨리 해야하며 두려운 무언가가 계속 다가옵니다. 특히 시장에 프로덕트를 들고 진출할 때에 부정적인 피드백들을 계속 받을거예요.
한국의 쿠팡, 카카오, 라인이 IPO(기업공개)를 한다고 들었는데, 저는 이들이 바로 한국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전망을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사람들은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스타트업의 천국을 뉴욕이라고 하지만, 뉴욕엔 최근 한국만큼의 IPO 사례가 없었어요. 세 개의 스타트업이나 IPO를 하는 한국같은 곳은 전세계를 봐도 없습니다.
한국의 대기업 위주의 문화가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어내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인 한계를 굉장히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하나 둘, IPO를 하게 되면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혁신의 기회는 더 많아지겠죠. 모두가 실리콘밸리와 한국이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해도 수 천개의 문제점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모두들 그 리스크를 끌어안고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탄생시키는 것이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허브(hub)가 되려면 어떤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까요.
허브를 조성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예요. 대다수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파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허브를 판단하는 기준은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VC, 회사, 투자 건 수등 부터 아주 사소한 날씨, 학교 유무, 디자인, 창의적인 문화까지 수 없이 많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입니다. 비즈니스나 좋은 학교가 주변에 아무리 많다고 해도 기술 전공자가 많은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과거에 비해 창업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전보다 상품 출시를 위한 비용이 훨씬 저렴해지고, 절차도 간단해졌습니다. 오픈소스도 이용할 수 있고 말이죠. 에전에는 PC용 서비스나 프로덕트가 나왔지만, 이제 모두들 모바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부분도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같은 엑셀러레이터 외에 다른 모델도 있나요?
졸업(graduation)이나 데모데이가 없는 모델도 있습니다. 현재 생태계에는 너무 많은 엑셀러레이터, 스타트업, 투자자가 있죠. 이건 마치 수 많은 잘 달리는 말들이 다같이 경주하는 것과 같아요. 누가 이길지는 끝날 때까지 알 수가 없죠.
예전에는 창업가가 투자자에게 찾아갔지만, 요즘에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500startups 같은 모델은 좋은 기업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가죠. 수 많은 엑셀러레이터 모델이 있지만, 어떤 것이 더 맞고 중요한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에게 조언해줄 것이 있다면요.
단순하게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서비스들을 카피하지 마세요. 한국에도 수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교훈이 한국에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첫번째로, 온라인 인구(Connected population)가 가장 많은 곳 중에 한 곳입니다. 이를 이용해 다수의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험해보세요.
두번째로 아시아라는 좋은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라는 점입니다. 이를 이용해 중국 시장에 어필하기도 쉽습니다. 한국에서만 서비스를 하는 것과, 중국을 병행하는 것은 비용도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세번째로, 기술이나 엔지니어링에 있어 숙달된 개발자를 영입하라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에게는 아주아주 핵심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VC들이 찾는 것이죠. 너무 만들기 쉬워서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서비스보다는 보다 전문적인 개발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 수록 투자 유치와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도 프로덕트의 뒷 단을 보면 기술력이 뛰어나야만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왓츠앱 같은 경우도 아이폰, 안드로이드, 피쳐폰, 블랙베리 등의 모든 기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서비스가 사용할 때에는 쉬워보이지만, 뒤에서는 어려운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일 첫번째가 기술, 그 다음이 소비자입니다.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으려고 하는 어려운 것을 만드세요.
어떤 모델이나 어떤 분야가 글로벌하게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요즘 비트코인, 블럭체인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어요. 하드웨어의 경우에도 점점 값이 싸지기 때문에 흥미롭죠. 비즈니스 앱이나 3d 프린팅같은 기술 분야부터 청소나 빨래와 같이 일상과 관련된 공유경제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많은 창업자가 있는데, 투자자로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요.
초기 단계에서는 일반 벤처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조건을 봅니다. 이 팀이 끝까지 갈 수 있는지, 일정 단계를 넘어서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경쟁자를 이길 수 있을지, 심화된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지, 유통채널이 잘 마련되어 있는지 등에 중점을 두고 있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창업가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복리효과'의 중요성입니다. 무엇보다 젊은 것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저는 참을성이 없었어요. 뭐든지 급하게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복리 효과를 누리는 것입니다. 워렌 버핏을 보세요. 그는 참을성이 많기 때문에 관계 구축도 오래 걸립니다. 세상 모든 일처럼 비즈니스에도 복리효과가 적용됩니다. 반드시 장기적으로 생각하세요. 이 결정이 5년, 10년 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2년만 하고 그만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지금 그만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