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저명한 IT 블로그인 테크크런치에는 모바일 커머스 지형에 대한 통찰력있는 글 하나가 기고되었다. 트리니티벤처스(Trinity Ventures)의 파트너인 패트리샤 나카체(Patricia Nakache)와 어소시에이트인 필 카터(Phil Carter)가 작성한 이 글은 모바일 커머스의 카테고리를 나누고,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어떤 시장 기회를 가지고 있는 지를 분석했다. 글에 따르면 모바일 커머스는 다음과 같이 큰 세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1. Mobile enhanced :
기존 웹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다가 모바일로 시장을 확대한 서비스. (ex. 아마존, 자포스)
2. Mobile enabled:
오로지 모바일과 태블릿 디바이스로만 서비스를 운영하는 서비스. (ex. 우버, 이하모니)
3. Mobile empowering:
모바일 리테일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서비스. (ex. 핀터레스트, 스트라이프)
(이미지 출처 : 테크크런치)
국내 모바일 커머스 역시 현재는 모바일로 사업을 확장한 기존 유통 채널(Mobile enhanced)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신규 데이팅 / 헬스케어 / 온- 디맨드 스타트업(Mobile enabled)들의 약진도 계속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결제, 쇼핑 SNS와 같은 모바일 유통 강화(mobile empowering) 서비스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모바일 커머스 플레이어들의 보다 더 현실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세 명의 대표를 만났다. 얼마 전 쇼핑 SNS '픽업'을 출시한 데어즈의 윤반석 대표, 계좌이체 서비스 '토스'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 국내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의 김진화 이사(김진화 이사의 비트코인 연재 보러가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체감하는 국내 모바일 커머스의 현재와 미래는 어떤 것일까.
▲왼쪽부터 '코빗' 김진화 이사,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데어즈' 윤반석 대표
토끼 '스타트업'과 거북이 '규제' :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문제점
Q. 국내와 해외의 모바일 커머스 시장은 차이가 있을텐데요. 국내 기업이 돌파해야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토스' 이승건 대표(이하 토스): 규제죠. 규제가 있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시장 변화에 비해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장 내 수 많은 플레이어들의 입장을 고려하다보니 실무와는 동 떨어진 정책들이 입안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국내 금융법 제재로 인해 기업은 개인 사용자의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자체 결제나 원클릭 결제 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토스'의 경우만 봐도 이런 문제 때문에 계좌에서 직접 돈이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었죠. 반면 글로벌 IT 기업은 좀 더 자유롭게 금융업 진출이 가능합니다.
'코빗' 김진화 이사(이하 코빗):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규제하는 데도 피싱범죄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죠. 건전한 신규 비즈니스들은 막으면서 기존의 악습들에 대해서는 규제가 되지 않는 불합리가 계속되고 있어요. 스타트업들이 더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어도, 결국 규제의 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죠.
'픽업' 윤반석 대표(이하 픽업): 전체 소비 중 모바일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나 될 정도로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도 불구하고 규제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막힌 것들이 많습니다.
Q. 민간 기업 입장에서 풀기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네요.
코빗: 사실 상 이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결제처럼 모바일 커머스를 강화시키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규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중국에서조차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이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어요.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 뺏기고, 결제 뺏기면 게임 끝난다는 말을 해요(웃음). 글로벌 경쟁력 부분에서도 큰 이슈죠.
토스: 청년들이 보안도 안전하게 갖추고, 사용자 친화적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때문에 묶여있는 부분이 있죠. 관련 규제에 있어서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봐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제를 풀면 모바일 커머스가 풀린다 : 새로운 결제 패러다임의 등장
Q .결국 앞서 말했듯 '규제'가 많은 영향을 끼치는 영역 중 하나가 '결제'입니다. 현재 국내의 모바일 결제 시장 현황은 어떤가요.
픽업: 총 거래액 대비 온라인 소비 수치를 보면 국내가 10%, 일본이 1%에 불과합니다. 국내에서는 결제하기까지 공인인증서, 액티브 X 등 수 많은 장벽이 존재하는데 이걸 다 뚫고 구매하는 것이 한국 소비자들이거든요. 결제까지 간단해진다면 국내 모바일 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해요.
토스: 한국 모바일 커머스가 풀어야 할 문제는 두 가지라고 봐요. 편리한 주문과 결제, 데이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입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결제 속도만 높아져도 1초에 구매율이 10%씩 증가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 같은 곳들이 간편한 결제에 그렇게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죠. 사실상 결제의 편의성이라는 것이 사용자, PG사, 카드사, 가맹점, 행정당국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밸류체인을 만족시켜야하기 때문에 모순이 누적되고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어요.
Q. 모바일 결제의 '편의성' 이외에도 '안전성'과 '수수료 문제'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코빗: 그 부분에서는 비트코인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어요. 비트코인은 사용자가 어떤 정보 제공도 하지 않고 완전 익명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안전합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인앱 결제(in-app purchase)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신속성과 편의성 부분에서도 강점이 있죠. 얼마 전 배달앱들의 수수료 문제로 논쟁이 있었는데, 정작 3%를 떼어가는 신용카드사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어요. 비트코인의 경우 결제 수수료가 거의 0에 수렴하고 최대 1%가 안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토스: 사실 신용카드 수수료도 연체에 대한 비용을 카드사가 떠안아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3% 이상으로 책정된 부분도 있죠. 토스의 경우 통장 계좌로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신용카드사의 절반 이하로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코빗: 맞아요. 신용 공유 문제도 있지만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중계 업무를 하는 밴(VAN)사와 수익을 나눠야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아진 것도 있죠. 신용카드사가 탐욕스럽다기보다는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없어요. 결국 이 산업 구조 자체가 굉장히 낙후되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단면이죠. 이런 산업을 디스럽트(disrupt)할 수 있는 혁신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코빗이나 토스같은 커머스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고요.
Q.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이나 토스같은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시도한다는 것에 대한 장벽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픽업: 특히나 비트코인같은 경우에는 결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을 설득하고 권유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코빗: 저는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완전히 대체하진 않고, 함께 공존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화폐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어떻게보면 언어보다 더 엄격하게 국경이 나뉘어져 있죠. 2개 국어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일상에서 두 가지 화폐를 혼용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비트코인 같은 경우는 일종의 세컨드 화폐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처음에는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쓰는 잔돈 개념으로 시작할거예요. 예를 들어 영국에 있는 사람에게 만 원을 보내고 싶은데, 수수료를 5천 원 내야한다고 하면 억울하겠죠. 이 때 국경도 없고 수수료도 적은 비트코인 이상의 대안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국내 커머스 플랫폼이 해외 고객과 거래할 때도 굉장히 유용히 쓰일 수 있어요.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말이죠.
Q. 구체적으로 그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새 결제 서비스들이 어떤 접근법을 취해야 하나요.
토스: 구매는 관습이고, 문화활동이자 습관입니다. 아무리 간단하고, 수수료가 싸고 안전하다고 해도 늘 해오던 경험이 아닌 이상 선뜻 바꾸기가 어렵죠. 예를 들어 지갑 앱 버튼 몇 번 눌러서 바코드 뜨면 바로 결제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신용 카드를 꺼내 결제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결제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은 일상적 경험과 가장 유사할 수록 높아진다고 볼 수 있어요. 사용자가 학습하지 않아도 익숙하게, 직관적으로 사용할수 있어야 하죠.
코빗: 최근 비트코인의 경우에도 일종의 '체크카드'를 만들어 개인의 비트코인 계좌에서 인출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사용자들에게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유사 경험을 제공해 장벽을 낮추는거죠. 하지만 여전히 가장 좋은 것은 모바일 안에서 모든게 해결되고, 사용자들도 그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월한 사용자 경험으로 이용자 접점 확보 : 모바일 커머스에 나선 스타트업들의 미션
Q. 빅플레이어들이 쟁쟁한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스타트업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토스: 토스나 비트코인같은 새로운 결제 서비스 뿐 아니라 모바일 커머스 전 영역에서 이용자 접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사람들이 모여야해요. 결국 모바일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다 서비스인데, 기존 빅플레이어들보다 스타트업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우월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통신사, 신용카드사, 은행들은 서비스가 아닌 금융업의 마인드로 접근을 해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엘리트들이 모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쓰기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죠. 기존에 늘 해왔던 경험이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명확한 혁신성이 있어서 사용자가 안 쓰고는 못배기는, 그런 서비스를 만드는 팀이 결국 모바일 커머스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봐요.
픽업: 쇼핑 분야에서는 기존 온라인 커머스 분야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던 소호몰, 패션몰들이 모바일 시장으로 원활히 넘어가지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쇼핑 분야에 신규 플레이어들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시장 상태가 됐죠. 픽업도 기존 콘텐츠와 유통의 연결 문제를 제대로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고요. 토스나 코빗같은 신 결제 서비스가 붙는다면 모바일 커머스에 도전하는 신규 스타트업들도 충분히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빗: 세상은 변하고, 기술은 발전하는데 낡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항상 더 편하고 옳은 것이 이길 가능성은 높습니다. 스타트업이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이용자 접점을 늘리다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산업 판도를 바꾸어 놓을 혁신적인 모바일 커머스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픽업(PICUP)]
유저가 마음에 드는 패션 이미지를 스크랩하면 같거나 혹은 비슷한 패션 아이템을 친구가 추천해주는 서비스. 링크를 통해 바로 쇼핑몰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의 업로드가 쉽고 쇼핑의 과정이 물흐르듯 넘어가는 것이 서비스의 강점.
[토스(toss)]
개인 간 송금 서비스로 사용자가 돈을 받는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받는 사람이 직접 계좌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 이체가 진행된다. 결제 과정에서 공인인증이나 보안카드가 전혀 필요없고 회원가입 절차 한 번만 거치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코빗(Korbit)]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의 국내 최초 거래소이자 결제서비스. 비트코인이 가져올 혁신이 많은 이들의 실질적 혜택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