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뜬 속초 물회, 240km 달려 저녁에 호로록! ‘미래식당’ : 제가 한 번 써보겠습니다 ②
2015년 03월 09일

속초 중앙 닭강정을 하루 만에 배달해준다고 했다. '정말 하루 만에 와?', '상하면 어떡하지?', '가격이 비싼 거 아니야?' 각종 의구심이 꼬리를 물었다. 실리콘밸리서 투자까지 받았다는 '미래 식당'은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그들의 슬로건대로 전설적인 맛집을 우리 사무실(집)에서 만날 수 있는지, 직접 주문을 넣어봤다.

미래식당 사용기
: '속초 중앙 닭강정'과 '대구 밀밭 멜론빵' 주문 편 

현재 미래식당에서는 총 9종의 지역 명물 음식을 판매 중이다. 많은 수는 아니다. 취급하고 있는 지역 역시 춘천, 대구, 속초 세 군데로 범위가 넓지는 않다. 오탁민 대표는 올해 안으로 최소 전국 수십 개 맛집을 등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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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사진과 음식 설명이 갖춰져 있는 상세 페이지가 눈길을 끈다. 거창한 스토리텔링은 아니지만 아주 친절하고 먹고 싶게 음식을 소개해뒀다. 경악할만한 메뉴는 '속초 봉포머구리집 물회'다. 속초에 있는 회를 손질한 바로 당일 먹을 수 있다니. 가격도 37,800원으로 만만치 않았지만, 아직 회를 배달 시켜먹을 엄두는 나지 않아 닭강정과 멜론빵을 주문했다.

현재 미래식당은 PC와 모바일 웹으로 접속할 수 있으며 앱은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지불은 신용카드, 무통장 입금, 실시간 계좌이체 등 3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며 신용카드 결제를 할 경우 이니시스 결제대행사를 거친다. 모든 국내 서비스 결제를 진행하다 보면 겪게 되는 문제인데, 이번에도 맥으로는 신용카드 결제 혹은 계좌이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무통장 입금 방식을 선택했다. 미래식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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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식당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실제 속초 중앙닭강정은 본점은 물론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가격 비교 결과 미래식당이 가장 저렴했다. 무려 본점 가격보다는 배송료 포함 1,500원이 싸다. 멜론빵 역시 본점인 밀밭 빵집 가격보다 1,000원이 저렴했다. 배송료를 적게 받기 때문이다. 수익은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오탁민 대표는 "현재 초기 단계 기업인만큼 수익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민감하지만, 지역 사업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표로 최소한의 수수료만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향후 사업 지속성을 위해서는 좀 더 다각화된 수익 모델이 필요해 보인다. 매출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 작년 11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미래식당은 올 2월 부로 20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배송은 보통 오전 결제 완료시 다음 날, 오후 결제 완료 시 모레 받아볼 수 있다.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물회의 경우만 현재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다만 강북 쪽으로 들어서면 배송료만 7천 원이 부과된다. 현재 미래식당은 서울 내 배송 업체와 파트너쉽을 맺고 서비스를 운영한다. 오 대표에 따르면 3월 내에 닭강정 등 일부 메뉴가 추가로 당일 배송될 계획이다. 오늘 아침에 만든 닭강정을 오늘 저녁에 먹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사업 확장에 따라 자체 물류 센터를 구축할 의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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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다음 날 각각 다른 지역에서 닭강정과 멜론빵이 도착했다. 닭강정은 아이스팩과 함께 보냉 포장으로 마무리되어 있었고, 대구 멜론빵의 경우 미래식당이 직접 제작한 팜플렛이 동봉되어 왔다. 지역 맛집을 위한 브랜딩 조력자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 오 대표는 미래식당 창업 전, 모바일 인터뷰매거진 라이프러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개인 프로젝트로 축소되었지만, 그 때의 내공을 바탕으로 현재 미래식당 사이트 내에서도 미식뉴스 등을 통해 맛집에 대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보통 가업을 이은 2세들이 운영하고 있는 지역 맛집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사업 확장을 하고 싶어 하지만 디자인, 사이트 구축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미래식당은 입점한 모든 가게를 대상으로 직접 사진 촬영, 스토리텔링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관련된 업무를 일부 대행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포장 방식도 함께 고민하거나 제안한다.

아쉬웠던 점은 일반 배송 업체를 통하다 보니, 부재중 상품을 현관 앞에 두고 가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배송 기사로부터의 연락도 사후에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야외가 아니었고 날씨가 추워 음식이 변질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름철이었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

미래식당은 현재 법적으로 상품 중개업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음식에 문제가 있어 소비자가 상해를 입을 경우 책임은 상점에게로 돌아간다. 대부분 음식물 상해보험이 들어가 있어 피해액은 크지 않지만,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사고의 원천 방지가 필요하다. 당일 배송과 사고 방지, 이 두 가지를 위해서라도 자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개인적 의견이다.

소문난 맛집답게 닭강정과 멜론빵 모두 맛이 좋았다. 가격, 배송, 맛 등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였다. 다음 메뉴는 가장 인기가 좋다는 속초 봉포머구리집 물회로 정했다.

미래식당, 3세대 배달업의 선두주자 될 수 있을까 

오탁민 대표에 따르면 배달업은 현재 국내에서 3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1세대는 배달앱과 같은 정보 제공업이다. 음식 메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이러한 유형의 비즈니스는 업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2세대는 근거리 음식 배달 서비스다. 자체 배달 인력을 갖고 있지 않은 고급 레스토랑 혹은 맛집들을 포섭해 배송비 일부와 수수료를 받고 인근 지역에 배달 업무를 대행해주는 것이다.

3세대로 오면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해진다. 외국의 경우 유명 쉐프의 음식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문처리(Munchery), 쉐프가 완성한 레시피대로 요리할 수 있도록 모든 재료를 한 팩에 담아 배송하는 헬로프레쉬(hellofresh) 등이 널리 알려졌다. 미래식당은 미국의 원거리 음식 배달 서비스인 골드벨리(Goldbely)와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골드벨리의 경우 레스토랑으로부터 본 판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받아 그 차액으로 수익을 발생시킨다. 대부분의 메뉴가 무료로 배송되며, 추가로 지불할 경우 페덱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해외 배송도 가능하다. 

이와같이 다양한 형태의 배달업이 해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미래식당 역시 실리콘밸리의 전자상거래 전문기업 사쩨(sazze)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사쩨 이기하 대표와는 프라이머를 통해 연을 맺었다.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전문으로 하던 이기하 대표는, 프라이머 투자 심사에서 탈락한 미래식당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이에 추후 개인적으로 투자하게 된 것이다. 정확한 투자 금액은 밝혀진 바가 없다.  현재의 미래식당 비즈니스 모델 역시 이기하 대표의 조력으로 더욱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오 대표는 향후 국내 배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문화 발전과 엮어 설명한다.

"한 사회가 발달할수록 함께 커 나가는 것은 미식 문화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각종 요리 방송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죠. 음식에 대한 대중의 수요를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여러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고, 미래식당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건강하고 윤리적인 음식을 큐레이션해서 제공하는 것, 이것이 미래의 식당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식당이 앞으로 확장해나가기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할 문제는 두 가지다. 앞서 말한 당일 배송과 지속적인 지역 맛집 발굴. 현재 록큰롤 비즈니스 그룹은 직접 지역을 방문해 현지인들의 의견을 토대로 맛집을 찾고 있다. 보통 택시 기사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가장 정확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게의 경우, 이미 자체 배송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굳이 미래식당 플랫폼 내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방문자 수가 훨씬 높은 소셜 커머스 쪽을 선호할 수도 있다. 전략적인 B2B 영업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 대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아직 유명하지 않은 숨겨진 지역 맛집을 미래식당을 통해 마케팅할 예정이다. 원조 맛집과 신흥 맛집을 적절히 조화해,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배달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다. 대중이 좋아하는 맛집 소개 콘텐츠를 활용한 페이스북 페이지 역시 6만 명이 구독하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래식당은 과연 3세대 배달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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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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