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VC 도입 이전에 고려해야 할 세 가지
2014년 08월 22일

얼마 전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은 국내 창업생태계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이크로 VC (Micro VC, 이하 “MVC”)의 육성을 검토하고 있다 발표하였다. MVC란, 기존의 전통적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에는 그 프로젝트의 규모가 미미하나 여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그 리스크가 너무 큰 프로젝트에 특화된 모험자본을 말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창업생태계에서 MVC는, 아직 유형자산, 혹은 현금흐름이 존재치 않아 차입을 통한 자본금 조달에 적합하지 않으며, 아울러 시리즈 A 등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도 아직은 접어들지 못한 Seed에서 Pre-series A 단계 기업에 특화된 VC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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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모든 기업은 그 아이데이션(Ideation)으로부터 시장검증 및 고객의 획득을 이룸으로써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 내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미 시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경우에도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데 까지는 보통 2-3 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다) 따라서, 창업기업(Startup)이라면, 이 기간을 통과하기에 필요한 마중물(Primer) 역할을 해 줄 재원(Finance/funding source)가 반드시 필요하며, 미국 등 선진 벤처생태계를 가진 시장에서는 다양한 액셀러레이터와 엔젤투자자들이 그와 같은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중기청이 이번에 MVC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러나 우리나라의 엔젤투자가 선진 벤처생태계의 그것에 상응하는 수준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서 기인한다. 필자의 이전 컬럼(시장 성과의 관점에서 엔젤투자를 다시 보라)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내의 엔젤투자는 2012 년 2 분기 기준으로 총 33 건의 투자만을 기록하였고 그 건당 평균 투자규모에서 역시 3,000만 원 선을 기록하여 시드 단계(Seed-stage)의 기업이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규모이며, 아울러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액셀러레이터들의 평균 투자규모와 비교하여 볼 때에도 특징적인 효익을 스타트업들에게 제공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중기청은 이번 MVC가 보다 전문적인 투자자의 형태를 가진 초기투자 주체로 육성될 경우 이와 같은 초기 기업의 갈증을 해결함으로써 국내 벤처생태계를 보다 활성화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본 편에서는 이처럼 큰 기대 속에서 검토되고 있는 MVC가 소기의 역할을 실제로 수행해 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고려되어야 할지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먼저, 중기청은 MVC의 본격 도입에 앞서, 정부주도의 자금 지원, 혹은 양적 증대만을 위시한 활성화 정책이 반드시 효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컬럼(우리가 잘 모르는 벤처캐피털의 세 가지 속내)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정부는 이미 우리나라 VC들의 재원 중 70%를 모태펀드 등의 중진계정(중소기업진흥계정)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역량 있는 초기 기업들에 대한 VC들의 관심과 투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활성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와 같은 지원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시장 성과를 발생시키고 있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이는 VC-backed M&A 건수가 전체 포트폴리오 중 한 건에 불과하며, VC-backed IPO는 22 건에 불과했다는 수치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 벤처기업의 양적 증대가 시장의 성과로 반드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분명한 방증이다.

두 번째로는, 이번 MVC가 시장의 역학에 대한 충분한 고려 위에서 설계되고 집행되는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앞서 지적한 양적 증대와 시장 성과와의 괴리는 결국, 시장의 선호와 투자자들의 선호(그것의 이유가 무엇이든) 양태 간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투자를 집행해야만 하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그 대다수가 이성적인(Rational) 소비자로 구성된 시장(C.f., Chasm by J. Moore)이 선호하고 수용하는 기업을 완전히 예측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중기청을 비롯한 모든 벤처생태계 지원 주체들은 이러한 시장역학에 대해 코넥스(KONEX)를 그 반면교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7 월 1 일에 개장한 코넥스(KONEX)는 당초 ‘역량있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개장 이후 1 년여가 지난 올 5 월까지만 하더라도 일 평균 거래 대금이 채 2 억 원이 되지 않아 또 다른 실패한 정책의 사례로 지적되었던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7 월에는 일 평균 거래 대금이 7 억 원까지 증가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4 억 원 선에서 유지되는 등 반짝 성과를 보이고 있다(관련기사).

코넥스가 보인 이와 같은 반짝 성과는, 최근 들어 코넥스의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를 활용한 코스닥(KOSDAQ)으로의 이전상장 사례들이 등장하며 투자대비수익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결국, 시장에서의 그리고 시장 자체의 성패는 결국 ‘그 소비자(이 경우에는 투자사와 IB들)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가’로 귀결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관찰되는 코넥스의 이와 같은 반짝 성과는, 지금까지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져 온 양적 증대가 오히려 어느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결국 시장이 선호하고 수용하는 것을 시장 내 구성원들이 제공하는가에 대한 질적 개선의 결과물로서 이루어지게 됨을 매우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에 따라 마지막으로 이번 MVC는, 반드시 그것이 과연 통화적 지원 이외에 어떠한 가치를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려 위에서 설계되고 시행되어야만 한다.

최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벤처생태계를 가진 미국 내 VC (엔젤투자자들 포함)들 조차 ‘과연 우리가 투자 이외에 창업가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음이 관찰되고 있다(관련 이전 컬럼). 그리고 그러한 부가가치제공(Value-addition)에 대한 고민은, 결국 시장이 원할 만한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구성해야만 하며 동시에 그들의 고객인 스타트업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해야만 지속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는 가장 단순한 시장역학이 벤처생태계와 투자시장에도 역시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부의 공격적인 양적확대 지원정책의 실효성이 한계에 다다른 이 시점에 중기청이 검토하고 있는 MVC 제도 역시 그러한 밸류 에디션(Value Addition)의 기능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위에서 도입되어야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MVC가,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생태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인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고민의 주제가 되어 줄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러한 고민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지금까지 모태펀드의 LP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던 심사역의 Track-record (투자실적)과 같은 일반적인 평가지표 이외에, GP Commitment의 일정 부분, 혹은 LP Pool의 일정 부분이 해외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도록 하거나, GP가 상당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가, 혹은 향후 포트폴리오의 후속투자 유치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해 보다 다양하고 심도 있는 정량적, 정성적 평가를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향후 MVC가 제공할 Value-addition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금까지의 정부 지원은 분명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었으며, 해외 전문가들도 인정하듯 이는 분명 벤처생태계가 국내에 형성되는 데에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해 주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양적 성장이 가져올 수 있는 순기능의 한계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지금, 오늘 살펴본 것과 같이 오히려 필요한 것은 VC를 비롯한 벤처생태계 구성 주체들 스스로가 가진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시각의 전환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스스로도 그와 같은 구성 주체의 하나이며, 아울러 다른 주체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정부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제 지원정책에 대한 정부의 접근론 역시 시장 역학과 정책의 Life-cycle에 대한 고려 위에서 재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이번 MVC의 도입에 앞서 이와 같은 접근방법 및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져 진정 실효성 있는 제도가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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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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